공병호의 10년 후 세계

10년후 세계를 담보로 모두에게 주문을 거는 책

검토 완료

서지혜(gyelove)등록 2005.02.23 19:38
서점에서 늘 소설책만을 집어들던 내가 개인과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점검하는 공병호 소장의 10년 후 미래 대비 라는 타이틀이 씌여진 '공병호의 10년 후, 세계'라는 책을 구입해 읽게 된 것은 지난주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나는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가 겨우 생각의 정리를 하려고 이곳(오마이뉴스)로 향하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10년 후 세계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빈부 격차는 극대화 될 것이고, 다국적 기업만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영어의 절대적 지위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민족어로서의 한국어의 위치는 쇠퇴할 것이다. FTA는 그게 편승하지 못하는 국가로 하여금 세계 무대에서 도태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한국은, 그리고 개인은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보를 가져야 하며, 영어에 있어서는 네이티브가 되어야 한다. 기업은 다국적 기업이 되어야 하고, 농민들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FTA는 절대적으로 체결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강자이므로 반미는 나쁘며, '느림이 미학'따위는 사치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 최대한의 똘레랑스를 발휘하려고 하더라도, 독자로서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컴퓨터가 없고, 영어를 배울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그리고 세계화시대에 특화되지 못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찌해야 하나요?"

우리 모두 10년 후, 세계에 살아남고 싶다. 아니, 10년 후, 세계에는 내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오늘도 살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저술은 그런 꿈을 꾸고 있는 모두에게 헛된 망상은 그만하라는 주문을 걸고 있는 듯 하다.

하루하루 끼니를 연명하는 이들 중, 만원, 오천원씩 저금해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들 있다고 치자. 그들에게 꿈같은 미래는 10년 후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저술을 읽은 이라면 그 꿈을 아마 30년, 아니면 후대로 미뤄야 할지 모른다. 그들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고 영어를 배우지도 못한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대안이다. FTA의 미아가 되지 않기 위해 한국이 반드시 무역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면 한국에서 망연자실하고 있을 농민들이 어찌해야 하는지 그 대안을 원한다. 저자는 FTA 체결로 인해 수혜를 입는 계층의 대안만을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상대에게는 어쩔 수 없다 라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그러니까 패자가 되고싶지 않다면 변화의 물살을 타고 나아가라, 빨리 나아가라, 많이 가져라, 현실을 직시해라" 따위의 주문을 걸고 있다.

그리고 이미 또 다른 주문에 걸린 나와같은 젊은이에게는 이제 나도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건가 하는 딜레마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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