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덕에 작성하게 된 '마음 따뜻해지는 편지 1호'

'편지쓰는 사람들'이 재소자로부터 받은 신청 편지를 보내줘 작성하게 된 답장 편지

검토 완료

안병선(sohnahn)등록 2005.02.26 15:32
오마이뉴스 덕에 작성하게 된‘마음 따뜻해지는 편지 1호’

저는 며칠 전 사람들에게 '마음 따뜻해지는 편지를 받고 싶으신 분께 편지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먼저 신청하세요'라는 제목으로 몇군데 사이트에 글을 올렸는데 아직까지 신청메일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첫번째 신청편지를 받게 되어서 기뻣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게 되어 가입한 '편지쓰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받게 된 것인데 제가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준 오마이뉴스에 감사하면서 그 편지를 소개해 기쁨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000님께:

안녕하세요?
000님께서 2004년 7월 7일 ‘편지쓰는 사람들’에게 보내신 편지를 어제, 2005년 2월 25일 받고 오늘 답장을 씁니다.

편지에 ‘지금은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바깥 창밖에는 빗방울이 한방울 한방울 내리면서
.....장마철인가봐요‘라는 구절을 보고 ’지금은 겨울인데 내용이 계절에 안 맞네...‘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편지 마지막에 적힌 발송 날자를 보니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7월개월 가까이 편지 답장을 못받으셨다면 기다리다 지쳐 답장을 받고
싶다는 기대도 단념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갇힌자가 되다 보니까, 좁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저의 마음도 4년 가까이 생활하다 보니까 사회 사람들보다는 마음이 좁은 편이라 편지 서신으로 주고 받는 것을 볼 때는 저도 모르게 빨리 서신 주고 받는 시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라는 대목을 보고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시차가 있는 미국으로 인터넷 이메일(전자편지) 소식을 전했을 때도 상대방이 하루나 이틀만에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인데 7개월이나 기다리셨다면 마음이 참 많이 아프셨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며칠전에 ‘편지쓰는 사람들’ 회원이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라는 가장 유명한 인터넷 신문에 주요 기사로 오른 ‘편지쓰는 사람들’에 대한 ‘비용은 190원, 감동은 무한대’라는 기사를 보고 감동 받아 회원이 되기로 했습니다. 회원이 된 후 그 단체로부터 우편으로 받은 000님의 편지가 제가 받은 첫 번째 편지가 되었고 이것이 ‘마음 따뜻해지는 편지를 받고 싶으신 분께 요청받아 드리는’ 제 첫 번째 편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때에 앞산에 밤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 것을 보면서 멀리서 조금씩 조금씩 풍겨나오는 향기에 취해서 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란 표현을 보고
순간 좀 놀랬습니다. 감옥에 계시면서도 꽃향기에 취해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리고 그 순간에
온전히 마음집중이 되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시는 모습에서 가장 건강한 상태의 정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산에서 밤꽃 향기가 ‘조금씩 조금씩 풍겨나오는’이라고 묘사함으로써 향기가 은은히 풍기는 정경을 예민하게 잡아내 정확히 묘사하시는 모습에서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외부 세계를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자기 내부의 주관에 심히 휘둘릴 때 정신이 자아도취(나르시시즘)적으로 되어 남과 세계에 해를 끼칠 수도 있게 된다면서 이런 자아도취는 개인보다는 국가간의 관계에서 더 악성적으로 나타난다고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말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고요 속에 늦은 밤이면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로, 나아가서 부엉새가 구슬프게 울어댑니다’라는 구절에선 000님의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제게 인생의 등불이 되어준 에리히 프롬의 책에서 ‘인간은 슬픔을 느낄 힘만 있어도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라는 구절을 보고 몹시 감동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000님께서 슬픔을 느낄 수 있는 힘으로 생을 변화시켜 어느 곳에 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인생의 이치를 깨달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한때 절망해 세상을 원망하고 미워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불면증을 2개월간 앓게 되었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머리도 아팠는데 그런 가운데 슬픔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고 그 때 혼자 싫컷 울고 나면 아픔이 순간적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아픔을 이기고자 꽤 자주 울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아픈 제자신을 구원하고자 이동식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다음의 구절을 읽고 병이 낫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현실적인 노력을 다 해보고 그러고도 안 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신경증(노이로제)으로 인한 아픔이 없어진다.“

저는 불면증을 앓다 보니까 잠만 잘 잘수 있게 된다면 아주 행복할 것같은 마음으로 되었습니다. ‘수면제가 없었던 옛날 사람들은 불면증이 있어도 약이 없어 고통 속에서 삶을 보냈을텐데 나는 병을 앓는 동안은 수면제의 도움으로 잠을 이룰 수 있는 현대에 태어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제 인생을 감사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수면제를 개발한 의학자들이 누구인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면서 어려운 삶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제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주위 꽃을 감상하고 향기를 맡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 멋진 자연을 볼 수 있는 눈과 걸을 수 있는 다리 등 제 자신 속에 있는 자연의 경이도 느끼면서 지냈더니 두달만에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기 전 고요할 때는 대개 피곤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잠이 들지만
새벽에 일어나 고요할 때는 우주의 장엄함을 느끼고 한편으로 지금 세상에 쌓여있는 핵무기로 순식간에 대부분의 생명체를 포함한 인류가 절멸될 수 있는 시대인데 ‘어젯밤 내가 잠든
사이에도 지구가 안전해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시 풀과 나무들을 볼 수 있고 주위 사람들과 관심을 나누고 즐겁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는 핵무기로부터 인류와 지구를 구원하자는 평화운동을 하고 있는데 ‘풀과 같은 모든 사람들이 보잘것 없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증진시키고 정의를 올바로 세워야’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여러 세계 평화운동 지도자들의 가르침에 동의하기 때문에 평화운동의 일환으로 ‘편지쓰는 사람들’ 회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20대였을 때 번역본으로 읽게 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26년만에 작년에 영어로 다시 읽어 보고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20대에 제가 거의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200권이나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은 깊이가 낮은 이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한 소감을 글로 적어놓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프린트로 뽑아 다음에 보내겠습니다. 오랜만에 손으로 쓴 편지라 글자가
곱게 쓰여지지 않네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000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시길 기원하며

안 병선 드림.

‘사랑의 기술을 26년만에 영어로 다시 읽어본 소감’은 www.wagingpeacekorea.org에 있습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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