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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이공계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주어 ‘우수기술사 육성·활용 방안’을 마련한바 있다.
동 방안은 관계 부처간 이견조율을 위해 현재 국무조정실 자격제도개선분과위원회에 상정이 되어 있는 상태로 현재 동 위원회에서는 주 의제인 인정기술사제도를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폐지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함께 또 다른 사안인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기술적 업무는 전문가인 기술사가 담당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과기부와 건교부 간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먼저 인정기술사제도에 대한 과기부 입장은 “소정 경력자(대졸12년)에게 무시험으로 인정기술사 자격(경력증명서 한 장만 정부가 인정한 단체에 제출을 하면, 기술사와 동급인 특급기술자 자격을 주는 제도)을 주는 것은 국가자격제도 근본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장 12년 했다고 변호사 자격을 주는가? 이러한 기술하향평준화 정책을 가지고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간 기술사 상호인증, WTO에 의한 서비스시장 개방,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자격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정비를 해야만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인정기술자제도 폐지는 필수”라는 주장이다.
반면 건교부 입장은 “건교부가 인정기술자제도를 지난 95년 도입한 이래, 인정기술사는 8만 8.900명(03, 6월말 기준)이 배출되었다. 동 제도 폐지는 이들의 반발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불가하다. 그리고 정부가 이미 이들에게 인정기술사 자격을 주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 자격을 박탈하나?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에 동 제도 폐지는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술사회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기술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인정기술사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 건교부는 국가기술자격법상 기술자 등급이 이미 기술사->기사->산업기사로 체계화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건설기술관리법에다 특급, 고급, 중급, 초급 하는 식으로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 또 다른 기술자등급을 만들어 놓았다. 왜 이러한 특급기술자 틀 속에 기술사를 집어넣었는지 납득이 가지를 않는다. 기술사를 이러한 무자격자 집단에서 해방을 시켜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사를 특급기술자와 분리를 시키면, 위헌소지 없이 인정기술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사안인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기술적 업무는 전문가인 기술사가 담당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과기부 입장은 “전문분야 업무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기술사법 및 국가기술자격법에는 기술사를 무자격자보다 우대를 해줌은 물론 우선 활용을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현재 기술사홀대정책 때문에 서울공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우수이공계 인력들이 기술사제도를 외면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규모 300억 이상 건설공사 책임기술자업무(현장소장, 감리단장)는 기술사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건설업체의 기술자인력보유 기준도 현재의 무자격 인정기술자에서 기술사로 강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건교부 입장은 “규모 300억 이상 건설공사 책임기술자업무를 기술사에게 맡기는 것은 관련단체들의 반발 때문에 곤란하다. 그리고 건설업체의 기술사보유 문제도,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은 때 업체에게 인건비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자본금이 많은 건설업체만 기술사를 보유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술사회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론과 실무에서 철저하게 검증받지 못한 엔지니어가 실수하면 수많은 사람은 생명을 잃을 것이고, 막대한 재산상 손실도 입을 것이다. 따라서 사고발생시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규모 300억 이상 건설공사에 대하여는 그 책임기술자업무를 기술계 최고봉인 기술사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자본금이 많은 건설업체만 기술사를 보유토록 하겠다는 건교부의 입장에 대해 “자본금이 많은 대기업이나 중기업은 이미 기술사를 보유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건설업답게 모든 건설업체는 기술사를 보유해야 한다. 이래야 난립해 있는 페이퍼 컴퍼니를 정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흔들리는 국가기술혁신체계(NIS : National Innovation System)
‘우수기술사 육성·활용 방안’은 참여정부가 국민소득 2만불 달성과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해서 마련한 국가기술혁신체계(NIS : National Innovation System) 30개 중점과제 중에 열 번째 과제인 ‘기술자격제도 개선 및 계속교육시스템 강화(안)’의 핵심 사안이다.
그리고 동 사안은 기술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기술사의 국제 통용성(APEC Engineer, EMF Engineer 및 Washington Accord에 부합하는 공학교육인증체제 등)확보 및 기술사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계속교육(CPD: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마련한 과학기술정책 혁신(안)이다.
이렇게 중요한 참여정부의 과학기술정책 혁신(안)이 부처간 이견 때문에 그리고 건설협회, 감리협회, 건설기술인협회 등 이익단체들의 반발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즉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수입 감소(인정기술자제도 폐지로 발생하는 회원회비나 수수료 수입 감소 등)를 우려한 나머지, 과학기술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기위해 과기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기술혁신체계(NIS : 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해서 마련한 정부정책이 특정 이익집단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정책처럼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혁신주도형 시대에 국제기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정책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수기술사 육성·활용 방안’ 보고서에 의하면, 기술계의 최고봉이라는 기술사조차 기술사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타적 업무영역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정부가 기술사를 매년 배출만 할줄 알았지 활용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인정기술자제도로 인정기술사가 기술사 대비 5배 이상으로 대량 배출이 되어 시장의 기술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체계가 붕괴된 상태다. 기술사조차 이 모양인데, 하위자격인 기사나 산업기사는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부의 이러한 기술자 천대정책 때문에 이공계의 변호사라 불리는 기술사조차 은행원 초봉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경력과 나이 불문하고 산업기사 연봉 1000만원 대, 기사 연봉 2000만원 대, 기술사 연봉 3000만원 대,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기술자들의 현실이다. 청소년의 미래상인 기술자 모습을 정부가 이 꼴로 만들어 놓고 장학금 몇푼과 군대혜택 등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마치 땅속을 파고 그 속에서 하늘을 찾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요즘 기술인연대 등 기술자관련단체 홈피를 보면, 건교부를 비난하는 글 일색이다. 이는 기술자들이 현재 국무조정실 자격제도개선분과위원회에 상정이 되어 있는 ‘우수기술사 육성·활용 방안’에 담긴 기술자정책 혁신(안)을 건교부가 극력 반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국가기술혁신체계(NIS : National Innovation System) 구축에 따른 ‘우수기술사 육성·활용 방안’이 과기부와 건교부의 이견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 지금처럼 국장급 공무원이 이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양 부처 장관이 직접 만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양 부처 장관이 만나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결정을 내려 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건교부와 특정 이익집단들의 반대 때문에 ‘우수기술사 육성·활용 방안’에 담긴 기술자정책 혁신(안)이 후퇴를 거듭한다면, 국가기술혁신체계(NIS : National Innovation System)는 그야말로 망가질 대로 다 망가진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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