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매와 '한류' 열풍 그리고 독도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일본 민족의 특질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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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수(valentinec)등록 2005.03.03 18:56
설 연휴를 끝내고 출근한 월요일. 일본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재학 중에 이지메(집단 따돌림, 왕따)를 당했다는 17세 소년이 졸업 후 5년 만에 모교를 찾아가 선생님 3명을 흉기로 찔러서 그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에서 이지매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고질적인 병리현상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지매 현상을 야생동물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원초적 집단 생존본능의 하나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것이 일본에서 유난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사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처방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인 유전자의 ‘양면성’으로 풀이하는 이론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본 어느 대학교수가 진단하는 ‘양면성’으로 본 일본인 유전자 풀이가 그것입니다.

“일본인들은 개인적으로 무척 친절하고 온순하다. 단체 활동은 약한 자와 함께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친절함의 유전자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시절 기록 등에서 보듯, 집단의 익명성이 보장되면 잔인하고 폭력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이지메의 유전자와 관계있어 보인다. 이처럼 기막히게 대비되는 유전자가 일본인의 한 특질이다.”

이렇듯 일본인들의 의식구조는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수시로 찾아오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1923년 간토[關東]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군과 경찰이 의도적인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자경단으로 하여금 조선인 6천명 이상을 사냥하도록 사주했던 비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경제공황에 직면한 일본 정부는 쉽게 수습할 수 없는 대재앙을 돌파하기 위해 국민들이 분풀이를 할 수 있는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60대 초반의 어느 일본인 신사는 이렇게 토로합니다.

“내 친구들 사이에서 잘 나가던 친구 하나가 어느 날 힘(재력, 체력 등)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다른 친구들이 태도를 돌변, 집단 따돌림 하는 사례를 보고 충격 받았다. 같은 일본인이면서도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120년 전 이 땅에 쿠데타를 일으켜 ‘3일 천하’ 속에서 천국과 지옥을 경험해야 했던 개화파 김옥균의 처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옥균은 1884년 일본의 힘을 업고 갑신정변을 일으킨 주역으로 친청(親淸) 정권을 전복했다가 3일 만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러자 김옥균을 각별히 후대해오던 일본 조야의 태도가 돌변, 이용가치가 없어진 그를 귀찮은 망명객으로 내팽개쳤습니다.

그래서 김옥균은 일본에서 10년간 비참하게 떠돌이로 망명생활을 하게 되었고 결국 1894년 상해로 피신했다가 자객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운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김옥균의 비극도 일본인들의 이지메 유전자와 맥이 통한다고 봅니다.

일본인의 특질을 거론할 때 흔히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마음)를 꼽습니다. 유난히 겉 다르고 속 다른 민족이라는 것입니다.

백주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일본대사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외치는 2005년. 우울한 3.1절 86주년을 보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불유쾌한 인접국 이미지는 더해가는 판인데 근년에는 기이한 바람처럼 일본열도를 달아오르게 한 한류(韓流) 열풍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저 지켜볼 일이지만 언제 ‘조센징’의 뒤통수를 후려치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한류라는 유행이 일본에서 어떤 행로와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궁금해집니다. 일본인들의 돌변성이 이번에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 기다려진다는 뜻입니다.

한류에 어느 날 약점이나 빈틈이 보이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친절과 미소를 내팽개쳐 버리고 무자비한 반격(?)을 해올 것이 눈에 보이듯 선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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