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교육당국은 '바꿔라~' 라는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법과 규정 그리고 양심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사회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검토 완료

정구민(upow)등록 2005.03.14 10:48
교행사이트(www.upow.org) 자유게시판의 글중 아래와 같은 글이 눈에 띈다.
ican 이란 필명을 가진 분의 글로 모두다 옮겨 적지 않고 중요한 부분만 요약한다.

"교장샘이 비자금을 만들기를 원해요.
신설학교라 교육청에 인사해야 하는데, 사비를 털어서 할수는 없고 안하면 교육청에 찍혀서 앞으로 지원받기 힘들다구요.

그리고 업자선정은 교장이 하기로 했고, 앞으로 교사들이 값만 비싸고 제품 형편없다고 말하면, 제가 산거아니에요. 교장샘께 항의하세요 라고 말할거예요.

그러나 왠지 꼭두각시 실장같은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안 좋네요.
오늘은 잠시 휴직계를 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문: http://upow.org/jkmbbs/view.php?id=free_01&no=18881

이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
윗글에 대해 무어라 답글을 적다가 답하기를 포기하고 돌아섰다.

교육기관에서 그것도 많은 재원이 투자되어도 부족한 신설학교에서 비자금 만들길 원하는 학교장은 마치 현 사회의 지도층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그리고, 자신의 권한이면서 책무이기도한 출납원(ican이란 행정실장)의 책임회피(사실은 감사시 전혀 책임을 면할수 없다)와 직장을 떠나 휴직계를 내고 싶게 만드는 이 사회구조에 가슴 아프다.

당연한 일을 하면서도 반대급부(인사치레)를 지불해야 하는 사회, 학생들 앞에선 법을 지키며 선량한 민주시민이 되라 훈계하는 학교의 최고자리인 학교장이면서도 행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직도 구태를 보이고 있으며 또 스스로를 불의로부터 분리하여 앞으로의 재정지원(찍히지 않는것)을 염두해 두며 이를 합리화하고 있다.

원문 글속에서 ican님은 4년차의 행정실장이다.
어찌보면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고 나이도 20대 일 것이다.
또 본문의 흐름을 보면 여성의 행정실장일 가능성이 높다.

초중등교육법에선 학교장,교감,교원에 대한 직위를 명시하였지만 행정실 조직에 대해선 직원이란 용어만 등장할 뿐이다. 행정실장이란 말은 시도교육청의 조례에서 행정실장, 서무부장, 행정과장등 그 이름도 다양하게 정의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초등학교에는 7급이하의 경력이 짧고 아직은 어리다 할 수 있는 하위직급의 공무원들이 행정실장이란 이름하에 권리는 없고 책임만 있을 뿐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즉,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 조례에서 행정실장이란 이름을 규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학교조직의 구조속에선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하위직의 행정실장 보직은 이름만 행정실장일 뿐이며 꼭두각시를 면하기란 사회에서 '그사람 참 독한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어야만 가능하다.

법과 규정에 의해 움직여야할 사회가 공무원사회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와 직결되는 학교는 법과 규정 뿐만아니라 교육자로써의 양심이 보태져서 움직여야할 사회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말하고, 혁신을 말한다.
전혀 혁신적이지 않던 16개 시도교육청의 홈페이지 초기화면이 어느날 갑자기 온통 '바꿔라~' 라는 혁신구호 투성이다.

언제부터 이 공무원 사회가 혁신을 외쳤단 말인가?
상의하달의 혁신?, 학교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떠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연구없이 정부에서 그리고 교육청에서 부르짖는 혁신은 그져 헛구호로 들릴 뿐이다.

비자금이 필요없는 학교, 공문으로 예산을 요청하면 그 공문에 의해 예산지원이 검토되는 교육청, 학교장은 교육을 위해 그리고 민주적 학교운영을 위해 한번 더 생각하고 행정실장은 합리적인 집행을 위해 정렬을 바쳐야 하는 학교.

이런 사회, 이런 교육청, 이런 학교는 진작에 우리곁에 자리 잡았어야할 학교의 참모습인 것이다.

진정 개혁과 혁신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정부는, 교육당국은 '바꿔라~' 라는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법과 규정 그리고 양심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사회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하위직 공무원들이 이런 고민거리(고민해서도 안될 고민거리)로 시간과 능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