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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출산율이 우리사회의 큰 문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요즘은 여성들도 거의 다 직장생활을 한다. 친구들끼리, 직장 동료들끼리 모이면 하는 말이지만, 맞벌이하면서 아이 키우는 건 정말 녹록찮은 일인 것 같다.
내가 아는 어떤 선배는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운다. 처음 아이를 낳고 직장을 포기할까 하다가 맞벌이와 육아를 함께하기로 했는데,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이라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었단다. 육아방을 알아봤지만 늦어봤자 오후 7시경에 마친다고 했단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찾아오는 야근, 회식 등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남편이 그녀를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같은 날 야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찾아낸 방안은 '공동육아방'이다. 공동육아방은 마음 맞는 학부모 여럿이 모여 집을 구하고, 선생님도 고용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만든 육아방이니까 학부모의 편의성이 좋아졌다. 그 선배네 공동육아방은 아이가 매일 한 번씩 야외에 나가도록 하고, 전통민요를 가르치고, 영어 조기교육 따위는 안 시킨단다. 한 아이의 부모가 늦어지면 다른 아이 부모가 잠깐씩 맡아줄 수도 있다. 간식 식단도 부모들이 짠다.
같은 또래를 아이로 가진 부모들끼리도 친해져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경조사를 함께 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같은 또래를 기지고 같은 동네에 사는 이들의 관계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계속 될 수 있다. 그 육아방 아이들은 감자 캐기, 식물 심기, 전통민요 배우기를 하면서 뛰어 놀고, 그러면서 공동체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공동육아방에는 단점이 딱 하나 있다. 비용이 비싸다는 것. 육아방에 처음 들어갈 때 만만찮은 출자금을 내야하고 또 매달 일정금액을 내야한다. 소득이 적은 부모들은 엄두를 내기가 힘들다.
어쨌든 맞벌이 부부의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보다. 그렇다고 외벌이를 하자니 당장 한 달 살기가 빠듯해진다. 점점 심각해지는 청년실업과 외벌이로는 살기 힘든 현실. 아이들 교육비, 육아비는 정말 엄청나다. 기저귀에 분유에 어린이집에 각종 교재들, 심지어는 100만원 가량의 돈을 내고 조기 영어 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철 타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야근하거나, 친구 만나거나, 회식하거나 하고 집에 가면 10시를 넘기는 건 기본이고,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데, 매연 가득한 도시에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거기에 아이까지 있다고 생각하면 나부터도 엄두가 안 나는 게 사실이다. 자기계발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데, 아이까지 키우면서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요즘 아이들 너무 불쌍하다. 주말에만 부모 얼굴 제대로 보고, 학원을 서너 개씩 다녀며, 중학생만 되면 공부한다고 12시까지 깨어있다.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이니 뭐니 하면서 애들을 괴롭히고, 대학 가기 전까지 공부하는 기계처럼 공부만 한다.
그렇게 힘들게 대학교 들어가 봤자 취직하기도 힘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노동동향'에 따르면 2004년도의 청년실업률은 7.4%다.
우리나라의 고용통계 조사방식에서 '일 주일에 한 번이라도 일을 한 사람'은 실업자로 간주하지 않는 다는 것과, 오랜 구직 후 취업을 포기한 사람, 대학원 등에 진학한 사람이 포한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7.4%의 청년실업률은 정말 엄청난 것이다.
1, 2년 취업재수를 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찬바람이 몰아친다. 삼팔육, 사오정 등 유행어가 생길 만큼, 자칫 잘못하면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린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대학원, 토익, 자격증 등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출산률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이 사회가 너무 살기 힘들다는 표지가 아닐까.
취업률이 줄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 출산률도 늘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에서 공립 어린이집을 지역별로 운영하면 어떨까. 한 구에 하나 정도 공립 어린이집을 만들어서 꽤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봐주고, 부모에게 최소의 경비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육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부모들로 인해 출산율도 증가 될테고, 실업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어서 빨리 해결책을 만들고 실행에 옮겨 우리나라가 '내 아이를 키우고 싶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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