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를 보고 눈물이 핑 돈 까닭은?

'미-일 동맹'이라는 그 말 한 번 하기 위해...

검토 완료

이경미(pasodoble)등록 2005.03.20 10:38

일본 시네마현의 ‘독도의 날’ 망동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 처럼 한국 국민들의 분노는 단숨에 폭발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대일 ‘新독트린’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언론을 통해 대일 독트린의 배경과 내용, 일본 정부의 반응, 북핵문제와 관련된 앞으로의 한-미-일 관계 등이 집중조명 되었다.

정부의 대일 독트린이 발표가 된 그날 밤, 나는 평소 친한 사람과 독도문제 등을 화두로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얘기 도중에 그 사람이 자기는 9시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고 얘기했다. 웬 눈물? 나는 그 사람이 독도 관련 뉴스를 보다가 너무 억울하고 답답해서 울었나 싶어 속으로 생각보다 애국심이 투철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이유는 9시 뉴스에 보도되었던 미-일 동맹관계에 관한 한 보도 때문이었다.

이 날 KBS 9시 뉴스에서 에서 보도된 내용 중에 ‘미-일 동맹 업고?’ 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내용인즉슨, 일본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오는 데에는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탄탄하기 때문이고 이러한 상황이 한-미-일 삼각 동맹틀을 흔들고 한반도 안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그 보도를 심각하게 봤지만 더 이상 어떠한 감정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이어지는 그 사람의 말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저 얘기를 하려고 그렇게 싸웠는데, 80년대에도 학생과 시민단체들이 각종 자료와 문서들을 수집해 정부에 대고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 피터지게 외쳐댔는데 오늘 아무렇지도 않게 9시 뉴스에서 그 말을 하는 걸 보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라.”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한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더 크게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언론에서 요즘 한미동맹이 느슨해졌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미국의 우경화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우리의 입장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미약하게나마 국가 대 국가로서의 대등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기회이자 과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단번에 이루어진 것 또한 아니다. 지나간 세대의 눈에 눈물이 핑 돌게 만든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일, 친미와 독재 권력의 압제 속에서 응축되어온 우리의 소리가 샌드위치 사이로 흐르는 잼처럼 그렇게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한승조 파문, 그리고 이어지는 독도문제는 우리가 과거사를 조속히 청산해야 하는 당위성과 함께 역으로 그동안 얼마나 친일 청산이 제대로 되지 못했나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사 청산은 친일파를 숙청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이어져 우리의 사고의 바탕에 잠식해있는 일제의 잔재까지 모두 털어야할 것이다. 이번계기로 과거사 문제가 국회만이 아닌, 사회 각 분야의 연대로 이어져 진정한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