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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부부 스와핑을 주선한 운영자가 구속되었다. 그 사이트에는 5000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었고, 그 중 16명이 스와핑을 위해 실제 만난 사실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많은 언론들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충격, 쇼킹, 변태, 추잡, 타락' 등의 단어를 동원해 가며 스와핑을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몰았다. <문화일보>는 '스와핑이 보여준 성윤리 추락 실상'이라는 제목의 23일자 신문 사설에 스와핑을 두고 "일반인의 도덕적 잣대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도덕 파괴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썼다. 다른 언론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너진 성윤리를 개탄스러워 했다.
과연 스와핑이 그렇게 충격적인 변태 행위일까? 난 언론들이 부부 스와핑에 흥분하는 것을 이해 할 수가 없다.
나는 아내와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다른 여자를 안고 있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 여자가 미모의 연예인일 수도 있고, 한두 번 스친 이름 모를 여인일 수도 있고, 내 친구의 아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실제로 껴안을 자신은 없다. 아내에게 미안해서라도 되도록이면 그런 상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의 성인 남녀가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그런 성적 환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의 행위가 이 시대의 도덕적 관념에 비추어 그리 건전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범죄행위는 결코 아니다.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은 돈으로 이성을 사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눈을 피해 다른 상대와 정을 통함으로써 부부 간의 신뢰를 저버린 것도 아니다. 더욱이 그들의 스와핑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고, 그들의 행위가 강제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스와핑의 어느 부분이 충격적이며, 어느 부분이 그렇게 추잡스러운가?
대한민국에서 돈으로 성을 사는 일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는 것 못지 않게 쉽다. 양계장을 연상시키는 집창촌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수많은 단란주점에서는 매일 같이 목불인견의 '추잡'한 짓거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밤 제 딸만한 여자를 끼고 술을 먹으며, 갖은 추태를 일삼던 사람들이 아침에 스와핑 뉴스를 보면서 말세라며 혀를 찬다.
집창촌에서의 성매매가 여자들의 생계유지와 남자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허용되어야 하고, 주류 소비와 접대 활성화를 통한 경제 회복을 위해 단란주점 영업이 필요하다는 유연한 사고가 통하는 대한민국에서 스와핑만 금기시 되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성매매는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여자를 돈으로 사서 이루어지는 일방적인 성행위이지만, 스와핑은 여자도 성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남자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성적 외도를 여자가 끼어들어 함께 누리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단란주점은 놔두고, 여자가 성적 우위에 서는 호스트바에만 경찰과 방송국 카메라가 출동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스와핑을 '도덕적 잣대로 상상도 하기 어려운 성도덕 파괴행위'로 여긴다는 그 '일반인'이란 남자는 여자를 끼고 술을 먹어도 되지만, 여자가 어디 감히 남자를 끼고 술을 먹느냐고 눈을 부라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스와핑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제 좀 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남자들만의 성적 일탈에 여자들이 함께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하면 될 것은 '추잡'이니 '변태'니 하는 말로 에둘러 말할 게 무엇인가.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 꿀 수 있는 성적 환상을 굳이 현실에서 이루려 하는 그들의 시도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이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방적인 성매매나 성폭력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 적어도 내겐 스와핑이 성매매 보다는 덜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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