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 붕괴? 걱정 안 해도 돼!

-- 여소야대 정국속에 참여정부 활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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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대(omylogic)등록 2005.03.25 19:27
열린우리당의 김맹곤·이철우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원내과반수가 붕괴되었다 이러한 일은 이미 3월 10일 복기왕 열린우리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과반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향후 정국운영에 대해 관심은 고조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반수 붕괴로 국정주도권을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여소야대 지형에서는 야당의 협력을 불가피하게 요구받게 되니 당연한 걱정이다.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 본다면 이것은 정부와 여당에게 하나의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을 정부 여당에서는 깊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한 이해가 된다면 오히려 과반수 만회를 위해 무리하게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정도인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원내 과반수가 붕괴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야당의 협력을 통해서만 정국이 운영되는 여소야대 구조로 연립정부 형국을 닮는 운영이 된다. 하지만 그 내부적 동학(dynamics)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당과 정부에 유리한 기제가 숨어있다.

지금까지 참여정부는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개혁의 성과를 많이 내지 못했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로서 최장집 교수의 통찰력 있는 지적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낳지 못한 것은 정부의 무능이라기보다는 정부를 에워싸고 있는 냉전 기득권층의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혁적 입법을 추진하려고 해도 이들이 강력하게 저항을 하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의 보수 기득권층은 국민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는 못하지만 제반 사회 기득권적 세력은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의 한승조 망언파동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민족적 반공동체적 행위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로 강력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들은 개혁적 조치가 조금이라도 진행될라치면 언필칭 색깔론을 펼치며 저항을 하고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위협하기에 국가통합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하여 개혁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의 4대 개혁입법의 무산과 같은 일이 발생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개혁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단 냉전 세력의 보이지 않는 저항 구조와 그 극복방법에 깊이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원하지 않는 이라크 파병을 하고 온갖 비난을 받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러한 왜곡된 정치환경하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개혁의 원활한 진전을 위해서는 원내 과반수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풀 수 있는 만능 열쇄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흔히 색깔론으로 가시화되는 냉전 보수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제(mechanism)가 바로 여소야대의 구조하에 숨어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끊임없이 제기하여 정부 여당에 부담이 되는 색깔론 공세를 차단 혹은 완화시켜 정부와 여당의 개혁적 행보에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개혁 정국에 탄력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여소야대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고답적 사고에 묶여 이러한 선물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캐스팅 보트의 묘미

과반수 붕괴는 필연적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케스팅 보트(casting vote) 지위를 안겨주게 된다. 열린우리당의 성격상 한나라당과는 국회운영과 관련하여 협력을 할지는 모르지만 이념적 정책적으로 협력할 일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적으로는 당연히 이념적 거리가 가까운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과 협력하게 되어 있다.

이럴 경우 그동안 소수정당으로 소외되어온 두 당은 정치적으로 비중이 대단히 커지게 된다. 심한 경우 열린우리당이 끌려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캐스팅 보트를 쥔 정당의 정치적 비중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의 사실상 양당 구조하에서 소외되어온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정부와 여당은 큰 어부지리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여당이 얻게 되는 이익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한국정치가 활성화된다. 그 동안 정치적 비중이 약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활성화를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의 양당간 대치-답보 상태의 정체된 정치와는 다른 4당간 역학관계의 활기찬 정치가 열리게 된다. (자민련은 사실상 도태된 상태로 논외로 봄.)

2. 4당 구조하의 활성화된 정치는 결국 개혁정국의 활성화를 촉진시켜 사회 전반적인 개혁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개혁적 성과를 낳게 한다.

3. 정부 여당에 대한 한나라당 등의 색깔론 공세가 힘을 잃게 되면서 4당간의 정책대결 국면이 조성된다. 한나라당도 3당의 정책 공세에 포위되어 정책적 노선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4. 정부 여당에 집중되던 색깔론이 캐스팅 보트를 쥔 정당으로 집중되거나 혹은 분산되어 정부여당의 정국운영에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편안해진다. 언어선정이 적절치는 않으나 이이제이 식으로 보수 냉전 세력의 색깔론은 색깔론에 가장 강력한 면역력을 갖고 있는 민노당을 앞세워 잠재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이나 한국정치 전체를 위해서 훨씬 더 좋은 정국이 예상되는 것이다.

그간 청와대쪽에서는 여소야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민주당을 기웃거리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었으나 여소야대 전체의 운영의 묘와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민주노동당과 협력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과는 정서적 간격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국운영이라는 큰 틀과 개혁적 성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노동당을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상황이 되면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상당 부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구도는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에게 정서적 거부감을 생성시키겠지만 개혁적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많은 것을 약속해주는 일이다.

국가보안법폐지,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혁적인 측면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백보 양보하여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모두 관철된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의 한나라당과의 답보적인 상태보다는 훨씬 진전이 있는 일이며, 사회 전체적인 개혁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효과도 초래한다.

동시에 이런 분위기는 중도에 있는 민주당도 자연스럽게 개혁에 동참시키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정부여당과 민주노동당이 주도하는 개혁정국에 민주당도 마냥 소외된 상태로 있으며 세력을 상실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3당에 의한 반한나라당 정책연합과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며 개혁정국에 더 탄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군소 2정당을 포용하는 3당 주도의 개혁정국은 한나라당에도 정책경쟁의 분위기를 촉구하게 되어 그동안의 양당 대립구조에서 보지 못했던 정책대결 구도를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한나라당 등에서 약방의 감초 겪으로 사용하던 색깔론 공세는 민주노동당에 집중되어 정부 여당에 쏠리던 국가통합의 책임 부담이 크게 경감하게 된다. 가령 정책연합 하에서 민주노동당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개혁 입법이 추진되면 보수 세력 등의 색깔론 공세는 초점이 민노당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여당은 그 만큼 부담이 경감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냉전세력의 국론분열 위협을 분산시켜 국가통합의 책임을 져가면서 개혁적 조치를 취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형적으로는 여소야대로 정국운영권을 잃게 되는 것 같지만 내용적으로는 군소 2정당을 포용하는 정국운영 형식이 될 뿐 결코 정국운영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과의 대치속에서 방치되었던 군소 2당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군소 2정당을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한국정치 전체를 활성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개혁정국을 활성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내재된 또 하나의 케스팅 보트 구조

군소 2정당을 집권여당에 포용하는 형국에서는 이념적으로는 한나라당 대 민주노동당의 대립 정국이 형성되기 때문에 정부 여당은 오히려 중도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는 형국이 되어 정부 여당의 운신의 폭이 훨씬 커지면서 정국 주도력과 안정성은 증진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치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개혁적 성과를 구조적으로 도출시키는 구도가 되어 참여정부 전체의 모습을 좋게 한다. 국민은 그동안의 무력감이나 허무주의에서 벗어나 개혁정국의 성과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개혁 전반에 대한 대중적 지지세가 확대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은 다가오는 여소야대 정국에 대해 무리하게 걱정하지 말고 조용히 그 숨어있는 동학에 대해 차분히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과반수 붕괴와 여소야대 구조는 지금과 같은 정당구조하에서는 한국정치 전반을 위해 좋은 활력소를 숨겨놓고 있기에 참여정부는 잘 활용하면 하나의 큰 축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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