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대상? 증애의 대상!

한국인의 대일 정서 이렇게 본다.

검토 완료

이두리(narcissus8)등록 2005.04.08 17:51
망언. 망령된 말이라고 풀이해야 하나? 가볍게 헛소리라고 해두자. 일본 우익들 때문에 한국이 더 시끄럽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정치인들, 왜곡된 역사 교과서 검정 통과와 채택에 눈이 뻘게진 사람들. 종교에만 삼위일체가 있는 게 아니다. 외무성, 문부성, 제국주의 맛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몰지각한 일부 일본인들이 삼중주로 한국인의 귀를 시끄럽게 한다.
여기서 잠깐. 망언과 망발을 일삼는 일본인들을 바라보는 우리 한국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때 본인도 가장 싫어했던 나라 1순위로 일본을 꼽곤 했다. 그 이유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처절한 역사교육의 여파였다. 왜구들의 노략질과 해적질, 일제 식민지 시대의 처절한 기억들. 그래서 쪽바리라는 전문용어와 왜놈이라는 선비풍모의 어휘로 그들을 지탄하기도 했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러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단순한 거부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일본이라는 존재, 일본인 모두가 이런 욕을 먹어야 하는가? 우리는 일제 식민 통치를 했던 제국주의자들, 평화와 질서를 해치려하는 우익들을 욕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책동을 막지 못한 양심적인 일본인들도 분명 비판 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인들 중 공평무사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 배타적 민족주의, 수구꼴통적인 극우의 입장에서 일본을 몰아붙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독도문제와 역사 교과서 문제 등에 대처하자. 감정적으로, 그냥 일본이 싫어서, 괜히 우리 기분을 건드린다고 목에 핏대 세우며 고함 칠 필요는 없다. 제3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둘다 똑같이 추하게 싸우는 애들로만 보인다. 왜 독도가 우리땅인지, 문부성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어떤 부분이 잘못 되었는지 정확히 알고 비판하자. 혹시 남들 모두가 일본을 욕하기에 덩달아 함께 손가락질하고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진 못했는가? 난 일본이 참 고맙다. 독도만 지들 땅이라고 해서. 친일파 후손들이 시가 3000천억원이 넘는 토지에 대한 반환소송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땅도 일본측에서 지들거라고 우기지 않는 게 다행이다.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도 일본 못지않았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나온 국정교과서 밖에 없던 시절이 기억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민족지이고 한국 근현대사 부분은 책 맨 끄트머리에 쥐똥만큼 배치했던 그 책. 구석기, 신석기 시대 부분은 머리가 터져라 외웠고 시험문제도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박정희의 과거, 해방공간의 좌우대립, 인혁당, YH사건은 제도권 교육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런 역사 교과서를 열심히 만든 이병도, 이런 역사 교과서를 열심히 읽었을 어린 한승조 학생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참으로 부끄럽다. 우리안에 있는 일본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서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로 일본을 손가락질 하기가……. 분명히 독도는 우리땅이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해체대상,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 정치인들은 찌질이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내 주장을 똑바로 전달할 용기가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도 못 고쳤는데.
일본을 비판하는데 있어서 극단적인 행동도 금물이다. 일장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 시위장에서 손가락을 자르는 행동 등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독도 문제 같은 경우 일본 측에서 국제문제로 공론화시켜서 자신들이 논의의 우위를 점하려는 속셈도 있다. 이런 얍삽한 플레이에 말려들지 말자.
애증의 대상 일본. 아니, 증애의 대상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릴 듯하다. 한국과 일본이 ‘증’이 급격이 늘어나 틀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물론 그 잘못의 원인은 일본측에 있으며 그에 대해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겨 묻은 개를 나무라기 전에 우리의 몸가짐이 바르게 정돈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더불어 감상에 젖지 않은, 이성적으로 절절한 애국단심. 그것이 증애의 대상인 일본을 바라볼 때 가져야 할 마음이다. 우리안의 일제를 청산하고 이성적으로 일본을 비판할 때, 그 때가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함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