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소 옆에 있는 슈퍼에 맡겨주세요."

진료소가 비었을 때 택배 물건을 대신 받아주시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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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희(oddo)등록 2005.04.14 16:59
진료소 옆에 작은 슈퍼가 하나 있다. 언제부터라고 딱히 금 그어 정한 적은 없지만 언제부터인지 내가 진료소에 없을 때 물건이 도착하면 이 슈퍼 아주머니가 물건을 받아주신다. 

진료소에 배달되는 물건을 몇 번 가져온 택배기사는 진료소 문이 닫혀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슈퍼에 맡기고 간다. 나 역시 택배요금이 착불로 와도 아주머니에게 따로 전화를 해서 부탁드리지 않아도 아주머니가 알아서 택배요금 주고 물건을 받아 주신다.

사는 곳이 시골이기도 하지만,퇴근 후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진료소에 묶여 있다 보니 쇼핑이 자유롭지 못하다. 주말에 시내에 나가게 되면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사기도 하고,일 주일 먹거리를 한꺼번에 사들고 오는 편이다.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부식차가 오기는 하지만 가격도 비싸고 물건 종류도 많지 않다.또 차가 오는 시간을 맞춰 밖에 나가 기다리기도 어려워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 주 중에는 생선 한 마리, 두부 한 모도 마음대로 사지 못한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대부분의 물건구입은 인터넷을 이용하게 된다. 옷은 물론이고, 식품, 잡화, 책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인터넷을 이용한다.

그래서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보내는 것은 거의 없고 주로 받는 물건들이다. 물건을 살 때는 그 물건을 받을 날짜를 미리 계산해서 주문을 한다. 내가 진료소에 있는 날을 맞춰서 구매를 하는데, 시골이라고 택배회사도 매일 오는 게 아니라 하루 건너 한번씩 오거나 물건이 많지 않으면 한꺼번에 모아서 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의도와는 달리 내가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 오후나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밖에 나가 있을 때 물건이 오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그냥 받기만 할 때는 그래도 문제가 적은데, 택배요금이 착불일 경우에는 좀 난감할 때가 있다. 배달하는 사람이 미리 전화를 주면 내가 외출하기 전에 진료소 창고에 택배 요금을 두고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진료소에 왔는데 문이 닫혀있다며 그제서야 전화를 한다. 

내가 진료소를 비웠을 때 택배기사라며 전화가 오면 택배비가 착불이든 아니든 아무 주저함 없이 
“ 진료소 옆에 있는 슈퍼에 맡기고 가세요.택배비도 거기서 받아 가시구요.” 할 수 있는 이웃이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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