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불똥이 난개발과 투기로 방방곡곡에 튀다

난개발과 투기를 확실히 잡지 않으면 행정도시가 아니라 투기도시가 된다

검토 완료

강수돌(ksdksd)등록 2005.04.15 14:45
행정도시 건설은 일견 국토 균형 발전과 침체된 지방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기회다. 반면, 이와 관련 난개발과 투기가 성행할 우려가 높아 이에 연기- 공주 지역의 참다운 발전을 지향하는 의미에서 그 구체적 사례로 내가 사는 조치원읍 신안1리 마을의 문제를 제기한다.

신안1리는 고려대와 홍익대 캠퍼스 사이에 위치하고 마을 뒷산과 골짜기, 논밭, 구릉으로 둘러싸인,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이다. 그런데 행정도시 건설과 관련해서 아파트 업자들이 기존의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기존 주민들의 삶을 희생 시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업명: 조치원 신안리 대림아파트 신축공사(충남 연기군 신안1리 소재)
- 사업 기간: 2004~ 2007년(토지 매입: 2004~2005 상순, 사업승인서제출 및 착공 예정: 2005년 여름 예정, 완공 예정: 2007)
- 대상 부지: 조치원읍 신안1리 414-5외 67필지 일대(약 2만3000 평)
- 지역 분류: 도시계획상 2종 일반주거지역
- 대지 면적: 6만555.794㎡ (약 1만8318 평), 건축면적: 1만2365.00㎡
- 건축 연면적: 18만6422.534㎡(약 5만6393평)=지상 14만8100.946+지하 3만8321.588㎡
- 지하 2층, 지상 15층(최고 높이 41.4m)
- 건폐율: 20.42%, 용적률: 244.57% (14만8100.946/6만555.794 * 100)
- 평형별 세대수: * 33평형 359세대, * 38평형 296, * 46평형 300, * 54평형 120세대
- 총 1075 세대 (전용면적: 11만7605.210 ㎡, 약 35,576 평), 동수: 15개 동


한마디로, 현재의 논밭과 주택을 허물고 15층짜리(높이 41.4m) 1000세대 규모의 대형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여 2000억 원이 넘는 분양 수입(평당 단가 '500만원*평형*세대수'의 총합= 2168억 7500만원)을 꾀하는 구상이다.

현재 토지 가격 평당 약 100만원으로 잡으면 약 230억원을 투자한 뒤, 분양 수입 2100억을 거두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10%만 남아도 200억이다. 이것은 대통령처럼 한 달에 1천만 원 버는 이가 1년에 1억 원 번다 치고 그렇게 200년간 모은 돈이다. 20%가 남는다면 그 두 배다. 이렇게 큰 떡고물 중 일부는 지주(땅값)가, 일부는 국가(세금)가, 그리고 일부는 여러 관계자들(선물 내지 뇌물)이 가져갈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덩치는 건설 자본가가 가져간다. 여기서 지주, 국가, 관계자, 건설자본가(시행사, 시공사) 등은 모두 자본의 구체적 형태이다.

그 자본이 남기는 이윤은 모두 인간 노동력의 에너지와 자연 생태계의 생명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또한 기존 주민들의 삶(생동하는 관계들)도 그 한 토대가 된니다. 이렇게 자본은 인간, 자연, 사회 등 모두의 생명력을 부단히 빨아들여야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주나 부동산 심부름꾼들, 공무원, 관료 등이 그러한 파괴의 과정에 모두 협력하고 동참하는 한 그룹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건설노동력과 일부 기존 주민들마저 그러한 자본의 파괴 과정에 묵인하거나 동의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동의의 철회가 없는 한 자본의 파괴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이 사업의 진행 과정상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절차적 측면에서, 현재의 주민들은 물론 그 후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줄 대규모 아파트 사업 구상에 대해 주민 설명회 또는 주민 의견 반영을 위한 마을 총회 같은 절차가 빠져 있다(3월 18일 주민 설문에선 95%가 모르고 있음).

둘째, 조망권 측면에서, 무려 1000세대나 되는 15층짜리(41m 이상)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주민들에게 친숙하던 마을 뒷산과 자연을 대부분 가리게 된다(설문 조사: 87%가 갑갑해질 것이라 함).

셋째, 건강권 측면에서도, 현재 마을은 산바람이나 골바람으로 인해 자연 정화가 되는 상태에 있다. 만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그러한 자연적 공기의 흐름이 차단되어 마을 중심의 나쁜 공기가 마을에 머물러 여러 건강상의 피해를 줄 우려가 크다. 특히 1500여대 자동차가 급증하면 매연가스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설문 조사: 74%가 건강 피해 우려).

넷째,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주민들은 단층 내지 저층의 단독 주택 위주로 생활하는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구 주민과 신 주민 간에 경제적 측면이나 문화적 측면에서 위화감이 생기고 주민 양분화가 진행된다(설문: 90%가 양분화 우려).

다섯째,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이 아파트 단지는 최소 33평형, 최대 54평으로 되어 있어, 결코 현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용인이나 판교 사례에서도 보듯 중대형의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차적으로는 돈 있는 사람들이 시세 차익만 챙기고 떠나 버린다. 게다가 현 주민들은 대학생을 위한 원룸 등 임대업이나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기존 임대업이나 가게에도 막대한 타격을 준다(설문: 81%가 주민에게 도움 안 된다고 함).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신안리 대림아파트 건설 계획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설문 조사: 현 계획에 찬성은 16%, 84%가 반대 및 우려).

1. 절차상 수정: 기존 주민들에게 아파트 건설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주민들에게 정직하게 설명하고 또 주민들의 입장과 의견을 성실히 청취하고 수렴하여 최종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최소 3차례의 주민설명회 개최(설문: 88%가 합의 요구).

2. 내용상 수정: '15층의 고층아파트'가 아니라 기존 마을에 모범이 될 '전원마을 단지'(설문: 17%만 아파트 찬성, 9%는 5층 연립, 30%는 현 그대로, 45% 전원마을 찬성). 예컨대 충남 금산 군북면 신안리 자진뱅이 마을과 충북 진천 연곡리 보련마을은 환경부 지정 생태마을 개발, 또 강원도 횡성군은 군수가 인구 유입과 농촌 활성화 차원에서 전원마을 조성 추진.

사실 가장 좋은 것은 현 자연 그대로이지만, 어차피 개발이 되어야 한다면 친환경, 친사회적인 방향이 옳다.

지금까지 사업주들은 토지 매입을 거의 완료할 단계에 와 있고 아직 사업 승인서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승인권자는 연기군수다. 군수와 행정 당국은 인구 유입 효과나 세수 증대 효과를 들면서 대대적인 아파트 단지 건설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내가 보기에 행정 당국이 인구 증대나 세수 증대 효과를 보려 한다면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역 사회와 자연 생태계를 무참히 희생 시켜 건설자본과 그에 협력하는 기득권층의 배만 불리고 마는 고층 아파트식의 난개발보다는 친환경적인 전원마을 조성이라는 미래지향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살기 좋은 마을을 찾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연기-공주 등이 '난개발과 투기'냐 '전국적 모범 마을'로 가느냐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나아가 온갖 자본에 의해 피폐해지는 농어촌을 생동하는 연대로 지켜낼 수 있느냐, 아니면 이런 식으로 파괴를 용인할 것이냐를 결정짓는 시금석도 될 것이다.

부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난개발과 투기를 막고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지역 사회 만들기에 동참하기를 촉망한다. 나는 내가 사는 제2의 고향(조치원읍 신안1리) 자본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고 뜻이 맞는 이들과 내 직업은 물론 목숨까지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싸움의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 후손과 역사에 떳떳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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