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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의 문
영주고등학교 총학생회는 학내의 강압적인 두발규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하며, 두발규정의 자율화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1. 학생도 인간이다.
우리는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교칙으로 규정되기 이전에 헌법에 명시된 신체의 자유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의 두발 규정은 학생들의 머리길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단속을 통해 이에 적발되는 학생에 대해 ‘교내봉사처분’의 징계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수의 학생들이 머리를 원하는 길이로 자르지 못하고 있고, 머리에 흉터가 있어서 짧게 깎지 못하는 학생이 단속으로 인해 머리를 짧게 자른 친구들의 눈치를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과연 이렇게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는 교칙은 헌법에 우선하는 것입니까? “유엔인권선언 아동의 인권에 관한 권리 조약” 등에도 어긋나는 교칙. 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는 무슨 이유로 우리의 자유를 억압받아야 하는 걸까요? 과연 머리를 규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설마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선생님과 똑같은 인간인 학생들의 존엄한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겠죠?
2. 선생님들의 생각에 대한 저희들의 생각.
①‘학생다움’에 대하여...
흔히 머리가 긴 학생에게 선생님들은 “학생이면 학생답게 자르고 다녀야지”라는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뭐 선생님들이 개인적으로 ‘학생다운 머리는 스포츠형’이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그야 개인의 자유니까요. 거기서 더 나아가서 학생들한테 ‘나는 너희들이 스포츠로 깎았으면 좋겠는데…’하면서 권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니까요. 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을 기준으로 스포츠를 강요하는 것은 분명한 인권 침해이고 헌법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누가 ○○답다.”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 11조는 다음과 같이 ‘신분에 따른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 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요약해 다시 말하자면 연령이라는 기준과 학생이라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권리 제약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헌법의 취지에 어긋납니다.
②‘면학분위기를 해친다’ 는 주장에 대하여...
짧은 머리를 해야 면학 분위기가 좋아지고, 학습능률이 올라간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선생님들의 혹은 어른들의 이러한 주장은 아주 일반적인 것이어서 학생들조차도 이 말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기 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공부는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활동입니다. 대학생들도 공부를 하고, 여학생들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머리모양이 달라진다고 해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사가 꺾이거나 심리적으로 공부에 집중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③학생들에게도 도덕적 판단능력이 있다.
어른들이 학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논리가 “ 너희는 아직 어리고 덜 배워서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이 선생님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 줄 터이니 하라는 대로해라”하는 식의 논리입니다.
그런데 사실, ‘학생은 어리기 때문에 도덕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발달심리 이론’ 이라는 것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발달 심리이론의 유명한 학자인 콜 버그의 실험에 의하면 인간의 도덕적 판단력은 ‘인습이전의 수준-인습 수준-인습 이후의 수준’의 세 단계를 거치는데, 일반적으로 20퍼센트를 제외한 성인은 두 번째 단계에 머물며, 대개의 경우 15살이면 두 번째 단계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어른이나 우리 청소년이나 도덕적 판단능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다하더라도 선생님들이 먼저 이 획일화된 규제를 풀고 학생들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더 가까운 교육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④학교는 입시학원이 아니다.
선생님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서 획일적인 통제가 면학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면학분위기)을 위해서 획일적인 통제를 지속하는 것이 진정 교육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학교가 학원과 다른 것은 무엇입니까? 면학분위기만이 학교의 최우선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학교에서 배운 도덕과목, 윤리과목, 정치과목 등의 내용을 떠올려보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는 입시학원이 아닙니다. 따라서 구성원의 자율적인 논의를 통해 규범을 만들어 자발적 동의 하에 규범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규범이며,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⑤두발규제는 일제의 잔재.
두발에 대한 규제는 일제시대에 일제에 의해 “너희들의 신체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는 의미로 통제와 관리를 위해 획일적으로 시행되었던 것이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며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일제의 잔재입니다. 통제와 관리를 위해서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는 일제의 잔재를 계속 지켜나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하며 그 시대는 자율과 창의가 힘이 되는 시대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발의 자율화 내지 자유화가 시급합니다. 옳은 방향으로의 변화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상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리 학생도 인간이며 판단력이 어른 못지않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지 말아 달라”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현실적으로 지역사회의 정서와, 단체생활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이하의 조건을 요구하기로 합니다.
※두발규정의 제정 및 두발 단속활동을 전적으로 학생회로 넘긴다. 궁극적으로 ‘완전 자유화’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여 현재의 두발 규정에 대한 학생회에 의한 개정(자율권 : 스스로 규칙을 세운다.)과 두발에 대해 학생회에 의한 단속(자치권 : 스스로 다스린다.)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파마와 염색, 장발 등에 대한 규제를 전제로 학생, 학부모, 선생님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약속한다.
선생님의 자로 들이댄 가위에 의해 학생의 인격과 인권이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대학에 가기 위한 것 이외의 모든 욕구를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사 그것이 옳다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며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민주주의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라 온 우리들의 모습이 안타까우며, 늦게나마 앞으로 최강영고의 후배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며 학교를 다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5. 3. 28.
영주고등학교 학생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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