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처방이 일진회를 키운다

일진회와 학교폭력에 대한 땜질처방, 덕분에 "철저히 음성화된" 아이들

검토 완료

이태우(ltw96)등록 2005.04.24 11:00
뉴스에서는 연일 일진회가 마치 사회의 암적 존재인양 비추고 있다. 아주 가깝게는 모 지역에서 일어난 윤간 사건부터, 최근에는 “중학생 편의점 습격사건”까지. 수많은 뉴스들이 “때려잡자 일진회”라는 구호 앞에 일치단결한다. 마치 일진회가 조금이라도 더 지속되면 사회가 절단이 나는 양, 지겹게도 외쳐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때려잡자 일진회”라는 구호 아래 단결한 대한민국 언론과 학계, 시민 모두는 이 구호 이상으로 사고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때려잡는 것에 앞서 청소년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지, 그리고 왜 그들이 이런 사건들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지는 한 번도 살피지 않고 있다.

언론도, 사회도, 그 누구도 일진회에게 “너는 나쁘다”라고 사회에서 배척하고, 삼청교육대식의 “인간개조”만을 요구할 뿐, 누구하나 진정으로 나서서 일진회를 변호하고, 그들에게 새 삶과 인연의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 슬픈 일이다.

과연 일진회는 천성이 나쁜 사람들이여서, 아주 악인이여서 이런 일을 저지를까? 과연 그들은 바퀴벌레처럼, 하루살이처럼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존재인가? 아니,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토끼몰이 하면서 “때려잡자 일진회”구호를 외치는 것이 일단 옳은 일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토끼몰이중이다. 일진회라는 “나쁜 놈”하나 만들어놓고 4천만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토끼몰이중이다. 마치 이 “나쁜 놈”들이 없어지면 사회가 아주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되는 양, 학생들의 일탈행위 하나로 온 사회가 무너지는 양 호들갑을 떨면서 열심히 토끼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왜 일진회가 만들어지는지, 왜 일진회라는 조직이 아무런 저항 없이 학교사회에 침투했는지에 대한 반성은 한마디도 없다. 이건 직무유기다. 언론으로서 어떤 사건에 대해 보도했으면, 아니 한 ‘어른’으로서 이런 심각한 사건에 대해서 알았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이라도 해야 될 것 아닌가? 아쉽지만 필자는 일진회가 왜 이렇게 빠르게 번져가는지 그 원인에 대한 분석기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 20년 전에, 30년 전에 일진회가 없었나? 분명히 존재했다. 당장에 “말죽거리 잔혹사”라던가, “친구”같은 영화가 논픽션이다. 단지 일진회는 그 연장선상일 뿐인데, 왜 지금와서 이렇게 토끼몰이식 호들갑인가?

의도되었고 아니고를 떠나서, 한 번도 이런 현상에 대해서 분석하지 않음에 분노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분명히 알았음에도, 그 원인에 대해 방관하고 넋 놓고 있었던 교사들에 분노한다. 그 원인이 교육현장에 있음에도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음에 분노한다.

일진회는 군대다. 군대식 위계질서를 가지고, 군대식 구타가 존재한다. 거기에 자신들이 “상등 인간”이라는 허상에 빠져서 남 괴롭히는 일을 쉽게 여긴다,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은 것뿐인데, 단지 자신의 시각일 뿐인데 그것을 마치 “계도하는 양”, “선생님처럼” 행동한다.
“인간 위의 인간”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 이것이 일진회의 시작점이다. 그들은 스스로 “학교 일진”을 자처하며, 일진이 아닌 학생들의 우위에 서서 군림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취향이 아닌 것”들에 대해 “몽둥이”로 “계도”하면서 만족과 안정감을 느낀다.

따지고 보면 학교제도를 복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학교, 선생님이고 싶었던 것 뿐이다. 자기와 생판 상관없는 사람을 때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동경, 자신의 취향을 모두의 취향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동경이 일진회를 만들었고, 또 그 안에서 성인문화와 결합되어 기형적 학생조직을 만들었다.

이런 식의 학교, 이런 식의 사회에서, 보고 배운 거라고는 저따위 짓 밖에 없는 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 중에 힘있고 “깡 쎈 녀석”들이, 학교를 모방해서 만든 것이 일진회이다.

이래놓고, 스쿨폴리스를 만들고 삼청교육대를 부활하자고? 말 같은 소리를 하자. 입에서 나온다고 말이 아니다. 근본적인 학교 내부에 대한 개혁 없이 일진회 근절은 “꿈도 야무진 소리”일 뿐이다. 하다못해 그들에게 “왜 그랬니?”라고 물을 자신이 없다면 그들을 처벌하지도 말라. 당신들은 공범으로 그 학생과 나란히 서야 하는 입장이다.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라는 책을 써낸 일본 교육자 미즈타니 오사무, 이 사람은 후미진 골목에서 ”일 저지르고 있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경찰은 ”계속 그러다가 살해당합니다“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미즈타니 오사무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아이들은 이 ”중년의 아저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신뢰했다. 결국 그 아이들은 ”불량학생“에서 벗어났다.

과연 일본 아이들이 우리의 아이들보다 수십배 착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니, 그냥 우리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녁에 교복입고 걸어가는 고등학생을 보고 피해 다니고, 그저 모여있는 중고등학생이 있으면 혐오동물인양 바라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을, 단지 막연한, 상상속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의 “미즈타니 오사무”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닐까?

왜 그랬는지 생각하자, 그리고 그들을 이해한 다음에 처벌해도 늦지 않는다. 당장에 스쿨폴리스를 투입하고 학교 내 적성인물 관리를 한다고 해도, 정작 학생범죄는 학교 밖에서 일어난다. 학교 안에서, 또 어떠한 행정적 조치, 강압적 조치를 한다고 해도 청소년범죄를 막을 수는 없다.

그들이 모방하고 있는 ‘안 좋은 사회’가 있다면 이 김에 뜯어고치자. 미래라기보다는, 자기 자식을 위해 하는 일인데 기득권과 사회적 지위가 대수랴, 제발 좀 그들이 모방하는 “나쁜 사회”부터 뜯어고치고 그들을 뜯어 고칠 생각을 하자. 그리고 한번이라도 그들에게 말을 걸어보자, 왜 그랬냐고, 왜 너희는 그런 것을 닮으려고 하냐고….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