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낡고 허름한 아파트.

마누라는 못보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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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youdin)등록 2005.04.25 17:55
배도 고프고 비도 내린다.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허름한 식당.
당연히 주문은 내가 못한다.
무슨 메뉴판이 150종류는 된다. 하지만 이 친구 능숙하게 주문을 한다. 풀도 나오고 고기도 나오고 여러가지 나온다. 그냥 꿔다논 보릿자루마냥 눈만 껌벅대며 앉아 있다. 요리 인즉 양고기.쇠고기 샤브샤브.. 꽤 유명한 식당이란다.
정신이 없어서 간판도 보지 못했다.
열심히 먹었다.
샤오링의 도움으로 대만인이 경영하는 민박집을 둘러 보았다. 깨끗하지만 왠지 음산한 구조이다. 일단 거절을 하고 인전을 고려하여 샤오링 아파트 가까운 메리린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650원 이라던 호텔비가 이 친구 몇마디에 458원이 된다.
희한한 나라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것도 비싼 편이었다. 호텔 내 방까지 스스럼 없이 따라들어온다. 이런 경우 난 경험이 없어서 당황하게 된다. 도대체 왜?
돈이 필요한 걸까. 이건 완전 범죄(?)의 기회다.
호텔에서 둘이 뻘쯤하니 앉아있다.
알아야 작업을 하든 뭐를 하든.... 솔직히 부끄럽고 쪽 팔린다.
이런 절호의 찬스를 뻘쯤하게 보내야하는 이 순간.
고맙게도 이 친구는 나를 파악했나 보다. 짧은 시간에.... 가겠단다.
워 쪼우러...ㅠㅠ.
.....
티하나 없이 맑은 얼굴.. 조금 마른 몸매의 172의 신장. 세련된 패션. 내 사십이전에 만난 최고의 킹카다. 그냥 나도 안녕 해야 하나. 그녀를 위해 면세점에서 구매한 향수와 쵸코렛을 전하고 .. 마음을 정리했다.
그래 대한민국에서도 순정남이었는데 그대로 밀고 나가야지. 하룻밤 풋사랑을 쌓아 어쩌자는 말인가. 아무리 허한 인생이었다고 해도 이 허함을 하늘같이 믿어주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잖은가?

어두운 밤길. 멀지 않으니 배웅이라도 해주자.
그 친구의 아파트는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허름한 아파트 입구에 제복입은 사람이 지키고 있다. 사람이 많기는 많나 보다.
5층. 녹슨 철창을 열고 현관문을 열어야하는 구조이다.
영화에서 본 그대로다.
5평 정도. 변변한 가구 하나도 없고. 낧은 침대 하나가 전부... 난방 시설은 하나도 없고 냉기가 사람을 반긴다. 비오는 거리를 걸어 흙뭍은 신발을 그대로 신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다. 베란다 틈으로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와 커튼으로 막아 놓았다. 그런데 그녀는 당당하고 밝다. 또한 품위있었다.
종이 박스위에 놓인 노트북 하나가 눈에 띄인 이 친구의 재산의 전부이다.
이 친구는 이 추운 방에서 목욕의자(?)에 앉아 나와 몇시간씩 공부를 한것이다.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내가 미덥지 못한지 호텔까지 또 바래다준다. 나.참. 영화찍는것도 아니고....

새벽이다.
오늘 첵크아웃을 하고 돈을 아껴서 이 친구에게 작은 책상이라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호텔밖 풍경은 역동적이다. 건축중인 고층빌딩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그 사이 여명을 뚥고 느릿 느릿 움직이는 수많은 인파들...그들의 표정에서 분노나 두려움 조급함은 찾아 볼수 가 없었다. 벤츠 승용차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녹슨 자전거의 행열들..열악한 환경에서도 나를 도와주고 자신의 환경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당당한 내 친구의 모습에서 또한번 중국을 이해한다.
그리고 한 수 배운다.
앉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나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개선해 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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