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은 축소되어야 한다

졸속도입된 주5일제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검토 완료

김봉중(bondjkim)등록 2005.05.10 18:58
주5일제 도입 이후 공휴일 축소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식목일과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기로 한데 이어 재계가 개천절 등 공휴일을 더 축소하자고 건의한 데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정부에 제출한 정책 건의내용은 기업경쟁력을 위해서는 공휴일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아직 실질적인 근무시간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현실에서 공휴일의 추가 축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거센 논란이 진행중에 있다. 노동계의 주장을 수용하려면 공휴일 축소논란을 ‘생산성과 여가’의 측면에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정부주도로 조급 도입된 주5일제

우리나라에서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지시하면서부터다. 1997년 대선에서 주5일제 도입이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지 3년여 만이며, 현 시점으로부터는 채 5년이 되지 않는다.

구미 선진국이나 가까운 일본의 주5일제 도입 배경은 우리와 아주 다르다. 구미 선진국은 실업감소와 고용안정이 주5일제(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는 주된 이유였으며, 일본은 경제 대국답지 않은 국민들의 지나친 근면성 때문에 외국에서 통상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의 주5일제는 사회적 합의가 성숙된 가운데 민간주도로 실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일본도 주2휴제를 민간에서 먼저 자율적으로 도입하였으며 정부가 법규로 제도화하는 데는 15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우리나라의 주5일제는 국민에게 제시되는 분명한 메시지 없이 정부주도로 조급하게 도입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근로자들은 주5일제를 삶의 질 향상에 비중을 두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사용자는 임금인하 없이 근로시간만을 축소하는 제도로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기업은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여가시간의 증가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된다면 문제는 다르다. 그러나 주5일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내 어느 기업도 근로시간 단축비용 이상으로 생산성을 증대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거나, 향상 시켰다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노동조합은 회사경영에 관한 각종 생산성 자료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만일 생산성을 향상시킨 기업이 있다면 이를 계수화 하여 합리적인 노사간의 대화 방법의 사례로서 소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여가는 삶의 질 향상 수단일 뿐

공휴일 축소논란은 이러한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재계는 공휴일 만이라도 줄여서 생산성을 늘려보려는 반면 노동계는 공짜로 늘어난 휴일을 조금이라도 반납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재계는 여러 가지로 무력하다. 법규에 관계없이 정부의 정책의지나 노동단체의 활동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노동쟁의 활동에 적용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법규에는 있어도 거의 준수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재계의 무력함을 잘 설명하고 있다.

공휴일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그만큼의 충분한 휴식으로 심신이 재충전되므로 근무 중의 생산성이 증대될까? 선진국의 사례와 수많은 연구조사에서 이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45시간 근로제 시대에도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각종의 레크레이션 서비스나 휴가시스템이 생산성 증대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회사가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오히려 주5일 근무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월요병 등 휴일의 여파로 인한 생산성 감소가 나타나고 금요일의 들뜬 분위기 등이 생산성 저해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주중의 공휴일은 근무의 리듬을 깸으로서 생산성에 감소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나타나고 있다. 휴일을 늘리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지 기업의 생산성과는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재계의 심각성

재계는 지금 심각하다. 주5일제 도입을 논의하던 초기에는 심각하지 않았던 지속적인 고유가 문제, 세자리 수 환율문제, 유럽을 중심으로 한 무보수 근로시간 연장문제 까지 추가되어 대외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시설 해외 이전을 지금보다 가속화 하여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기업은 가중되는 어려운 상황을 생산시스템의 개편 및 기술개발에 이전보다 투자비율을 높여서 장기적으로 주5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대외 교역조건 악화 속도가 기업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인 것이 문제이다.

기업이 어려우면 국민의 생활도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려운 경제 여건과는 관계없이 국민의 근로 분위기는 주5일제 도입이후 많이 느슨해져 있다. 갑자기 많이 늘어난 휴일 때문이기도 하고, 일 하려고 해도 일 할 자리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어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또한 인식의 변화로 종업원들이 휴일에는 무조건 초과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어느 기업이 법정공휴일에 단독으로 평상근무를 실시하여도 생산활동은 거의 할 수가 없다. 유관기업과 기관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활동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단

공휴일 축소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시각만으로 풀어갈 사안은 아니지만, 악화되는 세계경제 환경과, 주5일제 조기 도입, 노동계의 이기주의로부터 사면초과 되어있는 우리나라의 기업을 보호, 육성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가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OECD 선진국의 기업들은 근로자의 협조로 무보수로 근로시간을 늘리는 고육책까지 도입하고 있다. 선진국의 40시간 근무제는 동료간에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고용안정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근무시간의 축소는 오히려 개인별 생산성을 낮추어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5일제는 정치적 문제이기 보다는 근로조건에 대한 재계와 노동계의 경제 문제로 보아야 한다. 정부가 부득이 중재에 나선다 하여도 노동계의 단결권이 제약되어 있는 일부 비민주 국가에서 민권 문제로 취급할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5공화국 이후 노동계의 비 유연성 때문에 해외 선진 기업들의 투자 기피 국가로 지목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주5일제는 이러한 노동계에, 특히 기득권 노동계에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선물이다.

경제가 어렵고 실업자가 도처에 만연하고 있으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휴일 줄이지 않을 목소리만 내고 있으니 어느 나라의 노동계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노동계에 준 선물의 크기에 비례하여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정부가 과감히 기업의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할 때이다.

공휴일 2-3일 줄이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득권 노동계에 대한 근로분위기 제고와,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측의 의지가 결실이 맺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외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나 우리정부의 의지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 공휴일의 축소 등 정부의 노력이 기업들에게 미래를 위한 신규 사업이나 특히 인력에의 투자를 활성화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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