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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한지 며칠 안됐습니다. 취업문이 높다는 요즘 이력서 내고 열흘도 안되어 연락와서 어린이날 면접보고 그날 그자리에서 합격 통지 받으면서 그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보다는 나은 월급과 대접 받게 되었을 때, 다들 쉽게 능력있다고들 말합니다.
근데, 제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능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세속적으로 말하는 저의 능력으로 볼 때 오히려 취업이 될까 싶을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학교는 그냥 저냥 서울의 4년제 돈 안되는 철학과를 나왔습니다. 돈 안되는 철학과 취업 안되는 철학과에서 전학년 전체 평점이 2.5를 넘지 않습니다.
컴퓨터는 제가 몇년전 취업할 때만 해도 컴맹이었습니다. 학교 때는 한타가 느려서 레포트를 제출할 때도 워드 입력하다 밤을 샜습니다. (아님 워드 빠른 애한테 대필(?)을 시켰죠.)
사실 제가 기계치이기도 해서 컴 배우는 것, 다루는 것에 다 겁을 낼 뿐만 아니라, 무진장 배우기도 싫어라 했습니다. 아마 학교 때의 컴활(컴퓨터의 활용) 학점도 C나 D쯤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이상으론 올라 갈 수 없는 출석성적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학원도 안다녔습니다.다룰줄 아는 프로그램에 다른 애들은 무슨 자바니 무슨 툴이니 나모 웹 에디터니, 못해도 파워 포인트나 엑셀을 쓰는데, 저는 그 칸에 '한글' 워드라고 아주 뻔뻔하게 적어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란으로 제출하면 완전 마이너스 잖아요. 영어를 얘기할까요? 울 팀에서 제게 영어 잘한다는 말을 하는데, 토익 토플 성적표도 없고 그따위의 4지 선다 테스트 방식의 시험을 고딩 때 이후로 전혀 칠 생각이 없었으므로 시험칠 필요나 생각, 의지 아직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외국인과 대화하길 좋아하고 그것을 즐깁니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진심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여타의 이유로 저는 한국에 온, 혹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 뜬금없이 말을 겁니다.
보통은 '익스큐즈미'에서 시작하죠. '캔아이톡츄'라고 상냥하게 물으면 노라고 대답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예의도 아닐 뿐더러, 쟤가 무슨 얘길 하려고 저러지 궁금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담엔 머 통상적인 질문이죠.
"웨얼아유컴프럼?"
"하우올드아유?"
그리고 꼭 빠뜨리지 않고 묻는 질문, 혹은 작별인사 할 때 하는 말.
"플리즈 해브어 해피타임 인코리아! 빠이~" 그러다가 회화 실력이 는 거지. 저는 파고다 학원에 리스닝 강의 딱 한달 수강해서 들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내방식에는 맞지 않다고 여겨 곧 그만두었습니다.
예전에 일했던 외국인 가정(미국 출신의 유태인)에서도 자연스럽고 편하게 일상회화를 배울 수 있었죠. 전 돈들여 연수나 유학을 가본 적도 없고 해외는 고딩때 장학퀴즈 땜에 부상으로 호주 열흘정도 간게 전부입니다.
그럴 돈도 시간도 없었지만, 저는 틈틈히 한국에온 외국인에게 늘 말을 걸고왜 그들이 한국을 방문했는지, 그들은 한국에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등등을 묻고 대화합니다.
내가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불편함 없이 영어로 대화하게 된건,
바로 이런 이유지. 영어 수업 시간에 열심히(했던 것 같네요. 언어 배우는 걸 좋아하니까)한 것과는 별개로 '못해도 잘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커리어 얘길 해보겠습니다. 별거 없습니다. 남들 하듯 직장생활 했지요. 다만 새로운 것, 배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자 도전한 분야- 번역일, 출판사 작가일,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방송일-에서는 초짜이지만 이상하게도 사장님 면접 때 파격적인 인사 채용으로 세번 모두 면접 본 그날 그자리에서 나를 쓰고 싶다는 오케이 사인을 하시며 연봉 계약을 맺었습니다.
누군가는 정말 요즘 같은 때에 대단하다고 그럽니다.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 세분의 사장님이 왜 나를 그 자리에서 다른 능력의 여부를 떠나 커리어 중심의 채용관행을 깨부수고 이 분야에 완전 초짜인 저를 뭘로 뒷감당을 하려고 저럴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번에 제가 취업된 독립 프로덕션에서도 제가 대표님께 여쭤봤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경험없는 저를 채용하셨느냐고."
대표님이 그러십니다. "진짜 나도 잘 모르겠다. 왜 네가 맘에 드는지. 다만, 열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걸 사고 싶었다"라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 하시길래,
마음속으로 저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대표님이 저의 그 열정을 보셨다면, 제 가진 열정 모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 드리겠습니다. 그만큼 저를 인정하시고 기대하신다면, 그 기대에 부끄럽지 않게 일하겠습니다"라고.
열정은 흉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은 돈내고 사갈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향미 감독님의 열정을 흉내낼 수 없습니다. 안향미 감독님의 열정을 우리가 돈내고 사가거나 훔쳐갈 수도 없습니다.
열정은 다만, 그런 사람을 닮아가려는 노력에서 시작하는 것일 뿐.
대학을 들어간 스무살 이후, 지금껏 스물아홉까지 보낸 9년 간의 시간 동안, 저는 하루에 잠을 4시간이상 자본 날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주일 가까이 밤을 새며 몸에 무리를 주고 맨날 과방에서는 밤새 대자보를 쓰고 컴퓨터로 내일 아침에 학우들에게 뿌릴 '찌라시'를 만드느라 버벅댔습니다.
연애 마저도 내가 할일과 사명감앞에서 삼가하려 들었고(그래도 나름대로 틈틈이 남들하는 만큼은 했던것도 같고. 아이들과 술마시러 가는 것도 그 때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스무살 이전의 삶은 내가 학생으로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학교에서 주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도 안하고 맨날 12시간씩 잤지만 스무살 이후의 나의 삶은 내가 왜 열심히 살아야 하고 내가 왜 도전해야 하고내가 왜 적극적으로 무언가 해보려하는지의 이유가 아주 분명히 생겼기 때문에 4시간 이상은 잠도 안잘만큼 잠도 안올만큼 바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내 인생, 한번 뿐이므로….
누군가 내게 능력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나만큼은 노력하고 나만큼은 지독하게 무언가를 열심히 파고들었느냐고. 누군가 내게 글을 잘쓴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나만큼 많이 글써봤냐고.
그럼 남들 자는 새벽 2시에 다자고 일찍 일어나서 그 때부터 인터넷 켜고 비밀리에 팀이랑 친한 기자에게 메일 보내주고 취재꺼리 넘겨주고 홈페이지에 글남기고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고(기사 확인해보심 다 새벽시간에 씌여진 글입니다) 내 동아리에다가 어떻게 비밀리에를 간접 홍보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그러다 아침이 밝아오면 출근 버스에 몸을 싣고…. 작년에 제가 그런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야구를 잘한다고 말한다면, '뻥치지 마라'라고 말할 겁니다. 태어나서 해본 모든 것 중에서 내 노력을 다해도 결과가 안따라주는 단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야구입니다.
음악 미술 체육 공부 인간관계 동아리 활동 및 취미생활 글쓰기 등등, 그저 그런대로 잘한다 괜찮다는 얘길 어릴적 부터 듣고 자란 편입니다. 머 솔직히 외모도 이만하면 부모님을 미워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성형수술도 절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네 얘길 생각해서는 아니고...)
그냥 사랑하는 부모님이 사랑해서 낳은 소중한 내몸을 몸을 정말 소중히 잘 다루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써먹고 좋은일에 써먹고 죽으려합니다. 아마 그래서 요즘 야구공이 무서운 모양입니다.
미영 언니가 야구공에 얼굴을 맞아서 코 뼈에 살짝 손을 댔다는데 그 뒤론 나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운 모양입니다. 코에 이상한 이물질이 평생 들어가있는 느낌 정말 싫어요.
어쨌거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야구를 하고 있는 내가 아직도 야구를 버벅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효람이 다음으로 팀에서 가장 오래된 선수가 실력이나 폼은 오늘 처음 와서 새 유니폼 입고 얼레벌레 긴급 투입된 신입의 플레이보다 못한거, 그것 때문에 내가 야구를 아직껏 포기하고 있지 않고 싫증조차 내지 않고 빠져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잘했던 운동은 금방 싫증이 나더군요. 인라인이나 볼링 같은 거. 점점 나아지는 재미없이 처음 때만큼 그러나 처음 시작한 때의 어마어마한 수준이상을 뛰어넘기도 쉽지 않고 대충해도 잘한다는 거만함이 생기면 열심히 안해도 되고 그냥한다는 식이 되니까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저 자신을 노력파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고 특히 공부에 있어서 노력파였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지만(초중고 통틀어 숙제 해간적 거의 없음, 그냥 때리면 맞고 숙제 안해왔다고 벌서고 지각한다고 벌서는 단골 멤버) 앞에 말한 그것들을 노력이라 한다면 그것이 실력이 된 것일 겁니다.
단연코 나는 능력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분을 알고 지내니까 비밀리에 전속 고문 변호사를 두자는 식으로 말한 건 그 사람과 친하고 그가 내 부탁을 들어줄만한 그런 인맥을 형성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 어떻게 알고 지낸 상황-학교에선 우리과는 이상하게도 법대 애들과 친했어요-저의 이미지가 그분들 뇌리에 나쁘지 않은 쪽으로 기억되어 있지는 않을 거란 추측 정도에 불과합니다.
능력은 노력을 따라잡을 수 없고, 노력은 열정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이나 커리어 취업에 고민하는 비밀리에 사람들이 몇명 있는 듯 하여 부족하지만 몇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아직도 깜깜하지만, 곧 새벽이 올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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