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처 시장경제논리, 건강보험료 국민 부담 늘어

[주장] 건보료 일률 국고지원방식 폐지, 지역 가입자 손해

검토 완료

송상호(seonjeon03)등록 2005.05.16 12:13
지난 10일 기획예산처가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지원되고 있는 국고지원방식을 변경하여 고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저소득층 지원이 확대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에 따라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50%를 국가예산(35%)과 건강증진기금(15%)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 법이 만료되는 내년 말부터 이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다수 지역가입자들의 보험료 대폭 인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건강보험의 기본실태를 조금이라도 파악했다면 이러한 발상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2005년 3월 현재 850여만 지역가입세대의 1%가량인 8만6451세대가 20만원 이상의 고액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중 30만원 이상이 1만4744세대이고, 1백만원 이상 납부도 462세대나 된다. 반면에 920만 직장가입자 중 20만원 이상 부담자는 지역세대의 1/10 수준인 8223명에 불과하다. 보험료로 본다면 상위계층이 지역이 직장보다 10배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역은 재산과 소득 모두에 대하여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직장은 월보수에 대해서만 부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편차가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종합소득 5억원과 수십억원의 부동산으로 지역에서 1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다가 월소득 100만원의 직장가입자로 신고하면 불과 2만원 정도의 보험료만 내면 된다. 고액보험료를 피하기 위해 직장 가입자로 위장하여 취득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실한 고액 보험료 납부로 보험재정에 기여하고 있는 지역가입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직장가입자도 일정액 이상의 종합소득자에게 보험료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기예처의 발상대로라면 지역의 이러한 상위계층은 지금보다 대폭 오른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하위계층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보험료 체납만도 무려 150만세대인 지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직장도 2만원 이하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가 전체의 55%인 510만명인데 월급여로 보면 1백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가입자에 대하여서만 소득에 따라 국고를 차등지원하겠다는 것은 계층 간, 지역 간의 보험료부담 형평성을 완전히 깨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또한, 만에 하나 기획예산처가 특별법이 만료되는 2006년을 시점으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을 축소한다면 이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을 불러일으켜 가뜩이나 보장성이 낮아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강보험을 더욱 불신하게 만들 것이다. 이어서 상위계층을 중심으로 한 건강보험의 이탈현상과 민간의료보험의 도입과 확대는 가속화된다.

그렇게 된다면 공보험의 축소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과도한 비용지출로 국민피해는 이중 삼중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이고 국민의 의료비지출이 최고수준인 미국과, 공보험에서 무분별하게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여 최근 WHO로부터 보건의료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191개국 중 168위로 평가된 칠레의 예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기예처의 발상이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산업화 정책의 흐름 속에서 의도된 목적 하에 나온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01년 5인미만 사업장에 이어 1인 이하 사업장도 직장가입대상이 되어 지역에서 높은 보험료를 납부하던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전문직은 95% 이상이 직장으로 편입되었다.

그리고 2005년1월 현재 242만명이 이미 지역에서 직장으로 편입되는 등 직장가입자(피보험자 포함)는 이미 전체가입자의 55%를 넘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결국 실업자나 재산과 소득이 없는 하위계층만 남게 되는 것이 건강보험가입자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예산을 책임지고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정교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기획예산처는 너무나 섣부른 발상을 한 것이다. 만약 기획예산처가 건강보험의 현실을 알고 있었다면 사회복지분야의 특성을 배제한 채 시장경제논리로만 접근,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의무를 국민 개개인에게로 전가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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