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공방(攻防)’...서울시 대변인의 글을 읽고...

정치판과 차별화된 격조있는 논평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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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림(virtuedr)등록 2005.05.18 11:44
볼일이 있어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에 들어갔다가 팜업창에 올라있는 ‘서울특별시 대변인 김병일’명의의 성명(혹은 논평)을 읽게 되었습니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실의 ‘고질병’고쳐야 - 막무가내 논평 즉각 사죄하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 정말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서울역 앞에 세워진 25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 홍보탑에 적힌 ‘경축’이란 표현이 합당한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자 그 책임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측과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저는 여기서 ‘경축’이란 표현의 타당성 여부를 왈가왈부하자는 것도, 또 서울시와 열린우리당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도 모두 아닙니다.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을뿐더러, 저로선 그럴 엄두도 안납니다.

다만 소시민의 노파심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며칠째 떠있는 팜업창의 글을 읽고 조악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문체가 좀 거칠다는 느낌을 직감으로 받았습니다. 열린우리당 쪽 논평은 어느 수준인지 보지 못한 상태에서 편파적이란 오해를 살 수도 있겠으나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지켜보겠습니다’란 결구(結句))에 의지해서라도 시민으로서 한마디 고언(苦言)은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수도 서울 전체 시민의 힘을 업고 발표한 글이라면 좀 더 여유와 격조로 다듬어진 글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 위에 한 줄 유머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일테구요. “서울시는 정치하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듯이 정치판의 글과는 차별화된 품격을 지녀야 하리라는 바람을 담아 말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또 한가지는 ‘호도’란 말을 잘못 쓰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입니다.
팜업창 위로부터 8번째 패러그래프 3번째 줄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구절은 표현상의 오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호도(糊塗)’란 본래 도배할 때 풀칠을 하듯 ‘풀을 바른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조처를 하지않고 어물쩍 넘겨버림’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호도하다’ ‘국면(局面)을 호도하다’와 같이 쓰는 것이 올바른 용례입니다.
‘국민을 호도하다’는 성립이 안되는 문장이라고 여겨집니다.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의 오식(誤植)으로 이해할까요?.

이번 일이 집권 여당과 이 나라 수부(首府)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면 ‘비 온 뒤에 땅 굳듯’ 앞으로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단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에는 서로 양보없는 다툼을 벌여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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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대변인 김병일> 명의의 성명(또는 논평)은 첨부파일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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