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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인건비제 시범 실시 지역으로 경기도 안에서 김포시와 함께 선정된 부천시가 최근 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행정자치부가 통제하던 행정조직을 그대로 지방 정부에 조직을 주고 임금 총액을 규제한다는 총액인건비제는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부천시 조직개편안을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편집자 주>
커지면 대수인가
"조직을 늘리거나 인력을 늘리는 일에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력증원은 언젠가는 다시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100%는 아니더라도 99%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달 12일 부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총액인건비제 시범사업 시민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선 서울시정연구원 송석휘 박사는 부천시의 행정조직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을 위와 같이 지적했다. 송 박사의 지적은 굳이 '행정 조직은 만들면 자연스럽게 커지려는 습성을 지닌다'는 파긴슨의 조직 이론을 들이대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1국을 신설하고, 1사업소를 국으로 전환하며 6개과를 신설하는 한편 29개 팀을 신설하는 대신 3개 팀을 폐지하는 것이다. 90여명이 늘어난다. 특히 시 출연기관에 4, 5급 직원을 파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부천시는 6월 초까지 부천시의회 상임위원회별로 조직개편안에 대한 간담회는 여는 등 자체 조안을 확정하고, 7월 초순부터 열리는 부천시의회에 상정한 뒤 통과시킨 뒤 집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실인사의 표본인 낙하산인사와,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는 인력조정, 조직개편 과정에서 시민참여 배제 등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998년 IMF(구제금융) 당시 우리는 뼈아픔을 가슴 속 깊이 기억하고 있다. 이른바 모든 사회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 바람이었다. 많이 아팠다. 부천시의 조직개편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부천시가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사태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만큼 늘리는 것은 줄이는 것 보다 몇 배 더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천시는 ‘낙하산 공화국(?)’
또다시 낙하산이다. 부천시가 '낙하산 공화국'으로 변모할 것인가. 부천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공단이나 재단이 많은 편이다. 부천문화재단에 이어 부천산업진흥재단, 가장 덩치가 큰 시설관리공단이 있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눈에 띄는 하나 숨어 있다. 부천시 각종 산하기관에 비교적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은 공무원(낙하산)을 내려 보내 인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경륜이 많은 4, 5급 직원을 파견해 '효율적인 행정지원을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솔직한 표현은 부천시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4, 5급 직원을 파견하는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무원노조 부천시지부 조차도 인사적체 해소에는 동의했다. 성명을 통해 "부천시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인사적체가 심한 것을 감안해 직급상향 조정에는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부천시의회 서영석 시의원은 "출연기관에 대한 공무원 파견은 민간영역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쉽다"며 "인사적체해소용으로 작용할 개연성을 높여주며 정실인사를 하는 오류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러한 논란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선임과정과 부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퇴임 논란 등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홍건표 부천시장이 등장하면서 지역사회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부천시 관계자는 "해당 재단의 정원을 늘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4, 5급 공무원을 총무과 소속으로 배치한 뒤 인력 풀 형태로 두고, 파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시민없는 시민공청회
부천시의회 서영석 의원은 부천시조직개편안을 한마디로 "의견수렴과정이 없는 개편안이다"며 "그 흔한 용역은 어디에 있는가? 조직을 없애는 것도 새롭게 만드는 것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요분석, 중요도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부천시 3층 대회의실에 현수막이 하나 내걸렸다. '총액인건비제 시범사업 시민토론회'였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대부분이 공무원이 참석해 '시민토론회'가 아니라 '공무원간담회'로 전락했다.
토론회 참석 패널 선정이나 대 시민 홍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시민토론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다. 토론방청객은 동사무소를 통해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각 동 주민자치위원장 정도를 동원하는 형식이었다.
패널 선정도 김영의 총무과장과 교수 2명, 부천시의회 의원 1명을 배치했고, '시민의 비공식대표'인 시민단체의 참여도 요구하지 않았다. 물론 길거리에 부천시의 조직개편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는 홍보 현수막도 없고, 그 흔한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았다.
공무원을 대표하는 공무원노조 부천시지부의 반발도 이어졌다. 공무원노조는 "조직개편에 대한 직원토론회 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자신들의 패널 참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반쪽토론회다"고 주장했다. 내부 입장정리도 되지 않은 모습이 연출됐다. 노조는 또 "노조를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진행한 행정조직개편은 객관성과 공정성, 보편성, 신뢰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와 관련, 부천시 관계자는 "토론회 당시에는 각 동의 주민자치위원장을 주민의 대표라고 생각했다. 입법예고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사서보다 공익이 더 많다.
부천시가 '불법'을 방치한 채로 조직개편을 진행 중이다. 도서관진흥법 시행령 제4조에는 '도서관 사서의 배치 기준'이 명시돼 있다. 이 기준은 시설이나 장서 규모를 기준으로 한다, 법대로 따져보면 부천시 전체 도서관에는 모두 112명의 '사서직'이 배치돼야한다.
하지만 현재는 23명뿐이다. 부천시가 알고도 법정인력의 20% 수준의 사서를 확보해 현행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는데도 사서직은 늘리지 않았다. 불법을 방치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볼 때 모두 98만930명이 부천시 소재의 도서관을 찾았다. 부천시 전체 시민 85만 명이 모두 1회 이상 방문한 꼴이다. 부천시 산하 모두 4곳의 도서관에는 정규직 보다 공익요원을 비롯한 사서보조요원이 더 많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중앙도서관을 비롯한 모두 4개의 도서관 전체 인력을 분석하면 사서 23명과 행정직 4명을 포함 모두 38명의 정규직이 있지만 공익요원 31명을 포함해 보조 인력이 43명에 이른다.
부천시의회 김제광 의원은 "이른 바 힘있는 부서인 총무국 등 행정지원 부서는 직접 시민을 만나지는 않는다. 사실 대민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민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조직개편이 돼야 한다면 도서관 인력증원은 필수적이다"고 충고했다.
이와 관련 부천시 관계자는 "그동안 행정자치부에 정원 요청을 해왔지만 그동안 불승인해왔다"며 "이번에도 팀 증설로 인해 사서직이 5명이 늘어난다. 점차 늘려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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