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예, 몸도 아프신 데, 쉬었다가 하입시더

강마을 편지 -첫여름이 흐르는 강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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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애(sosodang)등록 2005.05.24 18:18
노란 꽃창포가 실습지 주변에 등불을 밝힌 듯 피어나는 첫여름입니다. 온 세상이 푸른빛으로 가득한 듯 짙은 녹음이 우거진 산이 싱그럽습니다.

강마을 주변에 심어진 보리밭은 이제 황금빛입니다. 일렁이는 보리물결에선 잘 익은 빵 냄새가 날 것 같습니다. 일찍 추수한 보리밭에선 남은 찌꺼기를 태우는지 흰 연기가 저녁 무렵이면 피어납니다. 그 냄새는 옛날 친정어머니께서 쪄주시던 밀빵 같은 냄새가 납니다. 고소하고 매캐한 연기를 코를 벌렁대며 가슴 가득 옛 추억을 담아 봅니다.

첫여름은 이렇게 감미롭게 흐르는데, 전 감기로 오래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묵은 기침은 아침저녁으로 저를 괴롭히고, 간질간질 목도 편안하지 않아 수업 내내 기침을 합니다. 눈치 빠른 녀석들은 딴에 걱정을 한답시고

"샘예, 몸도 아프신 데, 쉬었다가 하입시더?"

"사람은 건강이 최고라예."

사실, 선생님 건강 핑계 대고 자기들이 놀고 싶은 것이겠지요.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예전엔 감기도 금방금방 낫고, 웬만큼 피곤해도 하루만 쉬면 거뜬해지는 것인데요. 점점 내 몸에 감기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많이 피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학교 일이며 집안 일이 그렇게 쉬엄쉬엄 나 봐주면서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한꺼번에 일이 겹치는 것입니다. 유난히 행사가 많았던 사월과 오월을 지나면서 제대로 쉬어주지 못한 것이 탈을 낸 것 같습니다.

감기 걸려 힘들어하는 저와는 반대로 강마을 아이들은 요즘 신이 났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좀 한가한데다가 남학생들은 동아리축구 대회 준비로 매일 저녁에 남아서 축구를 합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들의 얼굴에서 빛이 반짝거립니다. 학부형 몇 명이 돼지고기를 사주셔서 운동이 끝나고 맛난 고기도 구워먹기도 하고요. 점심시간에도 땀을 뚝뚝 흘리며 운동장을 뛰어 다니는 학생들이 참 보기 좋습니다. 밝고 건강한 아이들은 그 자체로 오월의 푸른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저도 몸을 추스르며 친구에게 여름 엽서를 썼습니다. 여름꽃 수련을 그려서 먼 곳에 있는 벗에게 보내며 첫여름을 시작합니다.

환절기 일교차가 매우 심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강마을에서 이선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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