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공공의 적은? 강우석 감독 공공의 적 2 뒤집어 보기

영웅 강철중 검사와 대비된 '역설적 주변'들에 나타난 검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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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cycop)등록 2005.05.25 16:32

공공의 적 1편, 경찰과 살인마 중 누가 공공의 적? ⓒ 강우석

공공의 적 1편에서 과연 공공의 적은 누구였나? 겉으로는 번듯한 펀드매니저이지만 실제는 잔혹한 살인마였던 조규환(이성재)이었나? 바로 여기서 강우석 감독의 속내를 볼 수 있다. 공공의 적=살인마 조규환? 그냥 재미로 보는 영화 줄거리에서는 관객들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감독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냥 두더라도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경찰관이었자 관객이었던 필자는 그 영화 내내 뜨끔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강우석 감독. 흥행과 사회적 고발이란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깔끔하게 잡은 감독이었다.

공공의 적 2는 설경구와 강신일을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그 역할도 똑같이 두었다. 1편에서는 경찰과 살인마중 누가 과연 공공의 적이었는지, 영화 뒤끝을 음미하면서 나오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 강우석 감독이 공공의 적 2편에서는 그 공공의 적을 분명히 했다? 생각해 볼 일이다.

강우석 감독은 어쩌면 군더더기같은 강철중 검사의 성장기를 짧게 보여준다. 멋진 캐릭터를 손상시키지 않을 만큼만 강철중 검사의 독백을 통해 왜 검사가 되었는가를 가볍게 터치한다. 어린시절 강철중검사는 범생이었다. 범생이었다가 주먹을 통해 멋져지는 극중 재단이사장 아들 한상우(정준호)를 보고는 주먹을 단련하고 집단 패싸움에도 합류한다.

그 패싸움 이후, 모든 관련 학생들이 훈육교사로부터 체벌을 받는 체육관에 나타난 교장이 재단이사장 아들 한상우만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을 보고 강철중은 돈과 사회적 지위를 대체하는 것을 꿈꾼다. 실제 독백에서도 그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검사가 되었다. 사법고시를 통해 검사가 되면 기존의 재력과 권력을 뛰어넘는, 또는 따라잡는 것이 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1편에서 마약거래까지 하는 강철중 검사가 살인마를 처단하는 것으로 강철중형사의 일상을 가렸듯이 2편에서는 비리 재단이사장 한상우를 처단하는 것으로 강철중 검사와 그 주변 검사들의 일상을 가렸다.

검사들의 일상은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흔히 보는 외국영화에서 검사들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다투는 캐릭터지만 공공의 적 2에서는 경찰관인지 검사인지 헷갈린다. 극적 재미를 위해 약간의 허위도 뒤섞는다. 검사가 잠복근무를 한다. 강우석 감독은 그런 허위가 멋적었던지 강철중검사를 검사들안에서도 '튀는' 검사로 묘사함으로써 그 멋적음을 피해간다.

강우석 감독은 검사가 증거부터 들이대면서 범행을 추궁하는 장면을 하나도 집어넣지 않았다. 강우석 감독의 말대로 '검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일까? 시종일관 자백부터 강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무원윤리강령 등이 총 몇자인지, 그리고 학창시절 자기뿐만 아니라 동창생의 반과 교번까지 외우는 강철중검사의 명석한 머리로 추리해내는 심증만으로 멋지게 자백받는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돌아온 영웅 강철중검사앞에 피의자들이 서로 읽어보지도 않는 조서에 날인하겠다고 야단이다.

여기서 잠깐. 그 영화에 감정이입이 된 국민들 입장에서도 그렇게 수사해도 쉬이 빠져나가는 악독한 범죄인에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개추위의 검찰개혁방안(공판중심중의 등)'대로 된다면 정말 범죄인을 처단하기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행이다. 영화속의 그 악독한 범죄인은 영화 각본에서부터 이미 유죄인 범인들이었다. 강우석 감독이 그리고자 한 것은 검사 일상의 그대로의 재현이었지, 억울한 피의자들이 그런식으로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란 것을 관객이 아닌 현실의 국민들은 상기하자.

강우석 감독은 아주 멋진 캐릭터 강철중검사와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상사인 김신일 부장검사와 극히 대비되는 검사들을 포진시킨다. 검사가 되었다는 이유로 빌딩 5채나 가진 장인을 둔 후배 검사. 쥐꼬리만한 검사월급을 수사비나 참고인 여비로 다 써버리고 강철중 검사는 그 후배 검사에게 점심을 얻어 먹는다. 강철중 검사의 캐릭터를 손상시킬까 조바심냈던 관객들에게 한숨을 돌리게 한다. 극중 다른 검사들이 그런 과중한 격무과 박봉을 핑계로 후배 검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응을 제공받고, 폭탄주를 돌리더라도, 우리의 영웅 강철중 검사와 김신일 부장검사는 라면으로 저녁을 때운다.

공공의 적 2 편, 공공의 적이 누군지 강우석 감독은 분명히 했을까? ⓒ 강우석

우리 다시 잊어버리기 전에 기억을 상기하자. 강철중 검사와 그 상사인 부장검사는 영화 시종 일관 검찰내에서 '모난 돌로 정맞기 쉬운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한마디로 별종이다. 별종? 그러면 별종이 아닌 검사들은? 캬아.. 강우석 감독, 검찰청사 내외곽을 영화에 그대로 재현하고 감수까지 받는 특혜를 입으면서도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교묘하게 표현해냈다.

그 밖에도 나중에 극적 반전을 위해 강철중 검사, 부장검사와 함께 검사신분증을 책상에 내려놓는 지검장이었지만, 내부전화 '0'번으로 전달되는 외압에 쉽게 굴복되는 지검장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천하의 강철중검사조차도 굴복하고 마는 전관예우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렇게 튀고 강직한 강철중검사도 선배 검사의 청에 몇번의 거절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환송 폭탄주 회식에 참여하게 되고, 그 선배 변호사의 요청으로 혐의자와 식사자리를 가지기도 한다.

공공의 적 1편에서 강철중 형사를 늘 돌봐주던 엄반장이 '강력계 형사는 좀 받아먹어도 돼!'하고 외치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강우석 감독은 그런 리얼리티로 그 영화의 실제 인물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김신일 부장검사를 제외한 상사들의 집요한 청탁과 수사방해의 모습도 참 그럴 듯하다.

그렇게 치열하게 정의로운 검사가 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강철중검사는 결국 압력에 두번이나 전보된다. 이 장면에서 일반 관객들은 그냥 흘러 들었을 대사지만 중요한 대사가 있다.

"아니, 경주지검요? 일차로 '공판부'로 쫓겨나가는 것도 분통터지는데 다시 지방으로요?"

검사하면 제일 중요한 것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피의자를 기소하여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기능이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이 공판부다. 그런데 그런 공판부가 사고치면 쫓겨가는 곳이라고 강우석 감독은 노출하였다. 실제 서울지검의 공판부 검사, 즉 법정에 나가서 범죄를 입증하고 구형하는 검사는 전체 검사의 9.6%(04년도 1월 5일기준, 서울지검 176명중 17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잠깐. 검사들 대단하다. 서울지역의 전체 형사 재판을 17명의 검사들이 맡고 있고, 그 유죄율이 90%이상이란다. 생각만 해봐도 격무인데.. 아항 그래서 정작 기본기능인 공판부가 좌천자리였구나!!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가 176명이라고 해도, 영화에 보듯이 자체 검찰수사관에다 경찰에서 호출만 하면 언제든지 달려오니까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격무는 아니다. 강철중검사가 직접 조서를 받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온다. 독수리타법이다. 물론 강우석 감독은 공부도 잘하고 정의감도 뛰어난 강철중검사가 유독 조서받는데는 검사들중 최하위라고 대사로 변명해 주지만.

공공의 적 2. 재미있게 보고, 강철중 검사의 신념과 활약에 가슴 뭉클한 감동도 받았다. 공공의 적 1편을 보지 않았다면 강우석 감독이 깔아놓은 복선을 무시한 채 그저 재미로만 보았을 것이다.

강우석 감독님!!

1편에서는 경찰과 살인범 중 누가 공공의 적인지 구분조차 힘들었는데요, 2편에서는 확실히 구분하신 겁니까? 영화.. 아주 감동스럽게, 그리고 '뜻'깊게 잘 보았습니다. "검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고, 검찰 고위관계자도 검찰 홍보 영화를 만들지는 말아달라는 특별한 부탁을 한 점을 감안해 영화를 제작" 했군요!

강우석 감독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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