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개최한 앞산관통도로 반대 캠페인 ⓒ 한은영
“뭐? 앞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뚫린다고? 와 멀쩡한 산을 뚫어. 빠르고 편한거? 그해가 사람한테 돌아 올 텐데.”
“달비골이 있어 일부러 이곳에 이사 왔는데. 왜 우리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죠?”
지난 19일 환경조사차 찾은 앞산에서 상인~범물 앞산관통도로 건설계획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 쏟아진 답들이다. 빠르면 올해 내로 착공 예정인 대구4차 순환도로 상인~ 범물구간을 두고 대구시와 시민단체간 논쟁이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민들은 처음듣는 듯 황당해 했다.
상인~범물간 앞산관통도로는 달서구 상인동 달비골에서 수성구 범물동 용지네거리를 잇는 길이 10.5㎞, 너비 35m, 왕복8차선의 4차 순환로 중 한 구간이다. 길이가 총 5.5㎞에 이르는 터널은 앞산과 법니산을 관통하고 교량도 3곳을 건설해야 한다. 이 도로건설을 위해 시비 944억원과 민자 2354억원 등 총329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는 도로 완공 후 운영권을 민간 투자자에게 넘겨 26년간 통행료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체증 해소냐 환경 보호냐”
대구시는 앞산 순환도로의 도로 용량이 한계 상태에 이르렀고 달성 현풍지역의 교통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상인~범물 구간의 4차 순환도로가 필수적이고 시 예산이 넉넉지 않아 민자 사업으로 건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한 환경훼손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구참여연대 윤종화 사무처장은 “앞산관통도로가 건설되면 산림과 등산로가 파괴되는 단기적인 훼손 외에도 지하수 수위의 변동, 계곡 물이 마르는 현상, 산사태 홍수 등 장기적으로는 환경재앙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교통수요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민자로 건설하게 되면 결국 세금으로 사업자 배만 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앞산순환도로 정체 해소가 그 목적이라면 산을 통째로 뚫는 대신 앞산순환도로를 확장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산의 환경성 검토, 재조사가 필요하다
▲ 앞산에서 환경조사를 벌이고 있는 김종원 교수 ⓒ 한은영
앞산의 식생을 조사하기위해 직접 앞산을 올랐던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앞산은 생각보다 자연회복성이 양호했고 종 다양성이 풍부했다.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누락된 주요 식물종이 발견되었고 용두골 근처엔 보존할 가치가 있는 녹지자연도 8등급의 숲도 존재하고 있었다”며 사전환경성검토서의 부실함을 들며 공동정밀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 역시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산지를 지나는 도로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곡지형의 도로는 낮동안 ‘곡풍’을 타고 평지에서 산으로 날아간 자동차 매연이 산에 가로막힌 채 갇혀 있다가 야간에 ‘산풍’을 타고 주택가로 오염물질이 쏟아져 내려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앞산관통도로’ 건설계획에 주민반발 확산
앞산터널 4.54km의 시작점인 달비골과 나들목이 건설되는 용두골, 법니산을 뚫는 범물터널등의 훼손이 아주 크다. 능선을 따라 등산을 할 수 있는 용두골은 거의 사라진다고 봐야한다. 앞산터널의 시작점인 달비골 역시 훼손은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산과 산을 연결하는 터널을 건설하기 위해 대곡 및 파동 아파트촌을 통과하는 고가다리는 주민들의 저항을 불러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교통난 타개의 중요성만 부각하며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 앞산관통도로 건설에 반대하며 파동주민들 ⓒ 한은영
대곡동에서 30년간 살고 있다는 오명숙씨는 “이곳주민들이 매일 아침 오르내리는 운동장소이며 쉼터인 달비골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인근주민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주는 이 사업을 우리부터 철회시키기 위해 두팔 걷고 나설 것”이라고 했다.
파동 대자연 아파트에 살고 있는 구일엽씨는 “머리위로 밤낮없이 차가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공사기간동안은 먼지와 소음에 시달려야 하고 끝나면 매연과 자동차 소음 등으로 어디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 이로 인해 집값도 폭락 할 텐데 누가 보상해 줄 것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6월말까지 (주)태영, (주)화성 등 건설업체들과 협의를 마무리 짓고 내년초 도로건설사업에 착수, 2010년 완공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앞산관통도로 건설반대 서명하는 시민들 ⓒ 한은영
이에 지역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상인~범물 앞산 관통도로 대책모임은 환경과 시민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앞산관통도로의 전면재검토를 주장하며 지난 27일 “NO 앞산관통도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오는 6월 5일엔 앞산등반대회를 개최해 ‘앞산관통도로’의 문제를 알리고 향후 상인.대곡지역과 파동을 비롯한 해당 지역 주민대책위원회와 함께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졸참나무 숲에서 발견한 생강나무, 비목나무, 감태나무 3형제, 계곡가에 자리잡은 좀깨잎나무, 등산길 가장자리에 발견한 금강제비꽃, 은방울꽃, 음습한 북사면 바위에서 발견된 난, 살짝 뒤집기만 해도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나오는 건강한 흙. 2005년 6월, 아직은 앞산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개발과 보전의 충돌앞에서 “생명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지만, 정책에는 대안이 없을 수 없다”는 지율스님의 말을 곱씹어 볼일이다.
▲ 정상에서 내려다본 앞산 ⓒ 서태영(사진보도닷컴
▲ 앞산의 식물 ⓒ 한은영
▲ 달비골을 등산하는 사람들 ⓒ 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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