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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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화(pregia)등록 2005.06.05 14:32

땅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편한 신발입니다. ⓒ 정명화

이 신발의 특징은 맨발로 걷는 것처럼 땅바닥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거다. 자갈길을 걸으면 돌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졌고, 그물길 같이 얼금얼금한 곳을 거닐 때도 마찬가지, 흙길처럼 보드라운 길을 거닐 때도 부드러운 질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1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굽이라 작은 내 키에 거의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만족한다. 이 신발은 통기성과 흡습성이 좋아 산책하기에도 좋았는데, 이 신발을 신어 보고서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발을 혹사시켜 왔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예쁘기만 한 신발을 고집해왔다. 너무 예뻐서 꼭 사고 싶은, 구입하지 않고 집에 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꿈에도 나올 것 같은 그런 예쁜 신발을 구입해 왔는데, 이 신발은 예쁜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내 기준에서 색깔도 색깔이거니와, 굽이며 전체적인 모양도 예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착용감 하나는 대만족이었다.

크면 클수록 좋은 게 키 아닌가? 하며 신발을 살 때는 꼭 살펴보게 되는 것이 굽이었다. 체형의 특성상 하이힐을 오래 신지 못하므로 그 정도는 못 신더라도 4~5cm 정도 되는 굽은 신어줘야 보기에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예쁜 신발보다는 편안하고 기능적인 신발이 더 예뻐 보이게 되었다. 이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숨은 증거가 아닐까? 기침, 재채기처럼 숨길 수 없는 것 말이다.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 줄 수 있는 신발, 숨소리마저도 조심스러운 도서관 안에서 더욱 이상적인 이 신발도 단점이 하나 있기는 했다. 가죽의 색깔이 배어 나오기 때문에 연한색의 양말을 신을 수가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발을 편하게 해주는 신발인데, 그 정도쯤이야 거뜬하게 이해해줄 수가 있다.

집착이 많을수록 무거운 삶을 산다고 하는데, 예쁜 신발을 넘어서니 편안함과 건강이 보이는 것 같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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