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마세요!

- 당신은 결코 하찮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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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령(sadhuna)등록 2005.06.17 16:01
얼마 전 어느 드라마에서 익숙한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여자이고 그녀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영화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부푼 꿈을 갖고 왔던 그녀의 처음 생각과는 달리 영화사에서 그녀에게 맡겨진 일은 잔심부름이나 철자 교정과 같은 자질구레한 일들 뿐! 그리고 밥도 먹지 못하고 그런 일을 한다는 생각에 자존심 상해하던 그녀에게 그 영화사의 감독에게 그만 두겠다고 말한다.

우연하게 보게 된 장면이지만, 내가 익숙한 장면이였다고 느꼈던 것은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잡지사 기자를 꿈꾸는 나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에 방학 동안에 열렸던 한 국제포럼의 언론/홍보팀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이름도 좋은 언론홍보팀. 기자들을 만나 보도 자료를 제공하고 취재를 돕거나 하는 정도까지는 상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큰 행사의 홍보팀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꽤나 진지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당일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제공된 유니폼을 입고 포럼 장소에 도착해 홍보팀 사무실에 간 나에게 맡겨진 일은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일과 신문 기사를 스크랩 하는 일이였다.

그것도 좋다고 즐겁게 시작한 나였지만, 정작 걸려온 전화는 항상 실질 담당자를 찾았고 내가 하는 일은 전화를 받아 바꿔주는 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바쁘게 뛰어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인데, 나는 사무실 안에 컴퓨터 앞에 앉아 지루하게 시계와 전화기만 번갈아보며 머릿속은 ‘내가 뭐 전화나 받고 앉아 있으려고 자원 활동한다고 신청했었느냐’는 의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가 울컥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에 나는 담당자에게 찾아가 집에 가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내 경험에서도 모두 잘 해결되어 그 주인공은 아마 다시 그 영화사에 출근 할 것이고 나도 그 국제 포럼의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원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갑자기 두 가지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고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정작 사회라는 넓은 곳에 나와서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참 별 볼일 없어 보이고, 나라는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기 까지 한 이런 경험.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러한 경험이 우리의 인생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해준 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해야 할 일부터 하라’ 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 말에 지극히 공감하는 바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 초라하고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뛰어넘으면 그 것이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는 기분 좋은 거름이 된다.

나는 그때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큰 행사에서 언론 홍보팀의 팀원이 되어 보도 자료를 만들고 각 언론사에 보내며 뿌듯해 했다. 만약 내가 그 날 그대로 포기해버렸다면, 자원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은 다시 하지 않았을 것이며, 어쩌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환상과 같은 꿈도 다시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는 순간의 감정으로 인해 지금 순간의 일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모든 일을 쉽게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순간의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리는 일이 필요하다. 나는 포지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 아니냐고,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독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짧고 선명한 진실이 있을까?

우리가 어떤 일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포기하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의지를 갖고 밀어나간다면 결코 실패는 없으리라는 미신과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 나이다. 나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앞으로 더욱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욱 더 많을 것이다. 이젠 함께 포기하지 말고 꿈을 향해 가보자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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