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경포대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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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희(oddo)등록 2005.06.21 19:21

가면극을 구경하는 엄마 ⓒ 이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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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경포대에서 공연하는 관노가면극 ⓒ 이금희

 

마을 사람들과 일 년에 몇 번씩 관광버스를 타고 구경을 다니시기는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엄마는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차 안에 있거나 차에서 내려도 관광지 입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오시곤 하신단다.그래서 이렇게 차근차근 구경하면서 다니는 게 참 오랜만이라고 좋아하셨다. 많은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다리 아픈 엄마 걸음걸이 속도에 맞춰, 엄마와 나란히 손 잡고 걸으면서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횟집에 모시고 갔다.제일 좋다는 자연산으로 모듬회를 주문했다. 틀니를 끼운 잇몸이 아파 생각보다 많이 드시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했다.어디서라도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항상 엄마가 마음에 걸려 다음에 엄마도 이 것을 드시게 해드려야지 싶을 때가 있다. 가까운 곳이면 모시고 갈 때도 있고, 조금 먼 곳은 포장해 달라고 해서 가져갈 때도 있다. 그런데 회는 아직 그렇게 가져다 드린 적이 없어,간혹 회를 먹을 때 마음에 걸리곤 했는데 이번에 그런 아쉬움을 모두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느라 좀 피곤해서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는 조카 편에 보낸다며 주문진에서 산 생선을 나누어 싸고,잠깐 사이에 이런 저런 반찬을 만들고 계셨다. 엄마도 많이 피곤하셨을텐데... 

올 초에 엄마와 내년 봄에 제주도에 유채꽃이 피면 제주도 구경을 가자고 약속했다.그래서 한 달에 얼마씩 적금을 넣고 있는데 이 적금 찾아서 제주도에 다녀올 때까지 지금만큼만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읽은 책 중에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가 있다. 책 속에 있는 마흔 다섯 가지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 한 분에게 무엇을 했고, 무엇이 부족한지 손가락 꼽으면서 세어본 적이 있다. 평소에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책 속에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챙겨볼 생각이다. 

아버지가 떠나신 다음 아버지께 미처 해드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  때문에 지금도 간혹 가슴시릴 때가 있는데,아직 내 옆에 엄마가 계셔서 다행이고 행복하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챙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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