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아시아영화제의 한국영화들

아라한 장풍대작전, 아는 여자, 알 포인트

검토 완료

노광우(nkw88)등록 2005.06.27 11:23
<아라한>이 성취한 것중 하나는 안성기와 윤주상같은 배우들
을 무술배우처럼 보이게끔 했다는 것이다. 특별히 안성기나
윤주상이 화려한 무술동작을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동작과
편집 기술로 그들이 무술의 고수라해도 별로 어색하지않게끔 처리
했다는 것이 일단 이 영화의 미덕이다.

그리고 흔희 무술영화는 과거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무협영화나
현대를 배경으로 한 성룡식의 코믹 액션 형사물인 경우가 많았는
데 그 배경을 현대로 옮겨 코믹 판타지만화처럼 그린 것이 그리
어색하지않고 자연스러웠다는 것인데, 이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가 약간 어수룩하면서도 나름대로 의무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
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의 전작 <피도 눈물도 없이>나 이번 '아라한 장풍대작전'
을 보면 언제나 도시에 사는 이들의 범죄와 폭력을 다루는데,
이를 미국식 느와르풍의 심각하고 진지한 하드보일드처럼 처리하지
않고 마치 '서울의 달'이나 '파랑새는 있다'에 나오는 소박한 서민
들이 폭력세계로 들어간 것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들을 만든다.
그것이 맨날 농담이나 떠벌리는 미국식 백수들의 폭력을 그리는
퀜틴 타란티노와 류승완이 다른 점이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이를 이끌어가는 배경음악인데, 미국 텔리비전
형사드라마 주제음악풍과 재즈풍이 섞인 주제음악을 전후로 깔고
랩음악을 요소요소에 배치한다. 그러다보니 이전의 그리고 동시대의
한국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아울러 이런 느낌을 강화하는 요소중 하나는 그가 선택한 배우들인데 김영인,
백찬기, 김지영과 같은 텔리비전의 노장 조연급 배우들이 그들의 텔리비전에서
형성된 페르소나(깡패, 간첩, 주책스런 아줌마)를 차용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들은 마치 텔리비전 범죄드라마나 반공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이는 텔리비전에서 액션이 나올 만한 장르는 결국 형사물과 반공수사물밖
에 없었다는 점과 관련이 있으며, 소녀의 순수한 사랑얘기를 다루는 곽재용감독
노선과는 또다른 70년대와 8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라한>은 24일 금요일 심야상영을 마지막으로 상영이 끝났다. 11시 15분에
상영되었음에도 관객수는 100명이 넘었고, 웃기고 재밌는 무술영화라는 반응이
나왔다.

<아는 여자Someone Special> 장진 감독의 네번째 작품. 장진 감독의 영화세계를
그냥 딱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모든 영화장르의 코미디화'라고 할 수 있다.
하긴 조폭코미디와 로맨틱 코미디가 한국영화의 대세였던 적이 있음을 생각하면
딱히 모든 장르의 코미디화가 꼭 그만의 얘기겠냐만은 간첩물과 분단의 문제
를 코미디로 만든 것도 거의 장진이 처음이었던 것같다. 이후에는 <동해물과
백두산이>니 <휘파람 공주>, 최근 <간 큰가족>까지 북한사람들을 희화화하거나
분단문제를 희화화하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90년대 후반에 그런 문제를
코미디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은 아마 장진 감독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 <킬러들의 수다>는 다른 조폭코미디들과는 달리 청부살인
업자들 의 얘기를 코미디로 만들었는데, 냉혈해보일 것같은 청부살인업자들을
마치 순정코믹만화에 나올 법한 인물들로 설정했다는 것이 독특했다. 2004년
신작, <아는 여자>는 한국 텔리비전 드라마에서 흔히 쓰는 암으로 곧 죽을 사람
과 그 사람 주변인물의 순애보같은 신파적인 얘기를 로맨틱 코미디로 바꿔버렸
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그렇게 각기 다른 장르의 관습이 부딪히는 와중에 순하
디 순한 사람들이 괜히 폼잡고 뭔가 거창한 얘기를 하려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식적인 깨달음을 얻으면서 사는 모습을 텔리비전이 아닌 영화라는
큰 화면으로 보여준다

<아는 여자>는 토요일 오후 2시에 앤솔로지에서 상영되었다. 요즘 뉴욕이 부쩍
더워졌고 토요일 첫회상영임을 감안하면 관객수가 100명이 넘게 온 것은 비교적
괜찮은 수치이며, 장진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의 코미디에 관객들은 연신 폭소를
자아내었다.

<알포인트R-Point> 마침내 한국공포영화가 여자고등학교(<여고괴담> 시리즈, <령>,
심지어 <폰>까지도)과 소녀의 몸(<장화 홍련>)으로부터에서 벗어났다. 알포인트
와 비교할만한 영화로는 박종원 감독의 <송어>나 존 부어맨의 <딜리버런스>,
프랜시스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이 있는데, 공통점은 문명으로부터 훨씬
떨어진 낯선 정글의 한복판에 떨어진 한 집단내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원초
적인 갈등이다. 이런 영화의 공통점은 '이 동네가 뭐하는 동네인지 알 수 없다'
데서 나오는 공포, 처음 남의 동네가면 웬지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같은 두려움
이다. <지옥의 묵시록>의 마지막 장면에서 커츠대령이 'Horror, Horror,Horror'
하면서 죽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요즘 공포영화들이나 판타지 영화들이 디지탈 기술을 거의 남용하다시피하면서
클라이맥스에서 화려한 특수한 시각효과를 선보이는 데 비해, 이 영화는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을 극대화시키는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끌어간다는 점이다.
종종 밀림을 수색하는 장면은 좀 <배달의 기수>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기술적
인 수준이나 연기력은 그보다는 훨씬 성의가 있으니까 독특한 공포영화가 나왔다.
특히 낮장면에서도 으시시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낮이라도 방심할 수 없다.

<알포인트>는 토요일 밤 11시에 비교적 늦은 시간에 상영해서 그런지 관객수는
50명 정도였다. 사실 토요일 오후의 상영작들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은
스즈끼 세이준의 <너구리 공주>였는데 <너구리 공주>는 <알포인트> 바로 직전에
상영되었고,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극장분위기 약간 썰렁해진 상태에서
상영되었다. 그렇지만 심야에 비어있는 극장에서 보니 공포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 세 편은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보았고, <알포인트>와 <아는 여자>는 화요일
과 목요일에 59가 이매진아시안 극장에서 상영된다. 첫번째 상영때 반응이 좋았
으니 두번째 상영때 더 많은 관객들이 들 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해본다.

이밖에 <가족>과 <말아톤>은 25일 토요일과 26일 일요일에 종영했다. <가족>은
이매진아시안 극장에서 토요일 2시에 상영되었는데, 80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다.
<아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토요일 2시 상영작임을 감안하면 관객이 그리 적은
것은 아니다.

이후로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박철수 감독의 <녹색 의자>,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가 다음주에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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