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에 느끼고 깨닫게 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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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진(windbreak6)등록 2005.07.06 11:12
엊그제로 기억됩니다. 어떤 이벤트에 당첨되어 찾아간 대학로 어느 극장에는 '취업'에 관해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취업'을 화두로 삼고 있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로 그 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들어선 그 사람들을 보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고 해야할까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은 경직된 그 표정에서는 사뭇 비장함마저 감도는 것 같았습니다.

취업에 관한 강의는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강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사람들은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듯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고 강사도 울며 겨자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래저래 시간을 끌기도 그랬던지 사람들도 그냥 미련을 남긴채 그 강연을 접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기 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2시간 이상 진행된 그 강연이 적잖이 부담이 됐나 봅니다). 지하철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었지요. 그런데 불현듯 제 나이가 의식의 저 밑에서 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더니 뒤통수를 한대 후려 갈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후 종잡을 수 없는 그 일격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 내가 다녀온 그곳과 나의 위치(대학교 4학년)가 교차되면서 육중한 감정하나가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교차를 이루는 접점에 위치한 감정은 주지하다시피 '두려움'이었습니다.

25세가 되어 진정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 두려움의 본질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특정세대만이 느낄 수 있는 영역의 것으로 20대를 기준으로 삼을 때 사람이라면(?) 응당 느꼈고, 앞으로 느낄 그런 성격을 가진 지극히 '일상적'인 속성을 지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이란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고 '일상적'인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곁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굳이 감정의 농도를 매기라면 아마 후자쪽이 더 진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공교롭게도 그런 두려움에 한참 휘감겨있는데, 앞에서 어떤 사람이 읽고 있는 신문에 낙바생이니, 토폐인이니 하는 그런 신조어들이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취업난을 표현한 그런 단어를 보면서 "(취업이)어렵긴 어렵나보다"라는 생각에 다시 사로잡혔습니다. 그런 생각에 몰두하다보니까 갑자기 제 자신이 너무 작아보인 건 왜 그랬을까요?

20대의 절반에 이른 지금, 나를 지배하는 모든 생각은 오로지 한가지에 집중되어있습니다. 그것은 시쳇말로 말해보면 '먹고 살 길'. 이제 그 '길'을 걸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지갑의 두께가 그 사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고 토익 점수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느껴지는 건 두려움의 노예가 되버린 제가 지독한 최면에 걸렸다는 건 분명히 인정합니다. 지금 저는 기꺼이 토폐인(토익폐인)이 되려 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어떻다니 실업률이 어떻다니 하는 그런 거창한 문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체감하고 있는 이 느낌이 사실이라면 분명 앞에서 언급한 문제는 쉽게 넘길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감히 단언하건데 제가 겪고 있는 이 고민은 한 세대를 특정짓는 제1요소로서 의미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어른들 말씀이 "요즘 참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예전에 그 말을 들으면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절실합니다. 그래서 그런걸까요? 그런 말을 들으면 이젠 애써 외면하기까지 합니다.

청년실업률의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제 몸을 감고 있는 두려움의 부피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두려움에 휩싸인 채 젊음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25세에 받은 이 충격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묻어둬서 무릎에 멍이 들도록 기어올라 그 두려움을 보란듯이 극복 할 것입니다.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린 20대 여러분. 우리가 처한 이 일그러진 상황 속에서 젊음의 저력을 무한히 뿜어봅시다. 산다는 것은 그래야 의미가 있으니까요.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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