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돌쇠 노무현의 의제를 공론화하라

대통령의 진심-지역구도해소

검토 완료

이철(chullee1)등록 2005.07.08 16:12
I.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현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배달된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한국)언론이 ‘현실‘을 가공해내는 능력이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실제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발생한 모든 사건들을 우리는 있는 그대로 목격하고 인지하지 못한다. 오로지 언론이 전달해 주는 사건만을, 언론이 전달해주는 모습으로 인지하게 된다. 언론은 특별한 사건과 특정한 관점을 선택하고 다른 사건들과 관점들을 배제하여 구성한(제작한) 그날의 ‘현실’을 완제품으로 나에게 배달해 준다.

이는 사실 대단한 일이다. 사회적 담론이 여론을 형성하고 여론이 정책의 거의 유일한 토대가 되는 사회에서 이는 엄청난 권력이다. 따라서 언론은 어떠한 종류의 권력의 통제 하에 있어서도 안 된다. 여기에는 언론이 그동안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던 정치권력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언론사주로 대표되는 자본권력 또한 이 영역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에 베네주엘라에서는 세스네로스라 하는 언론족벌이 기업과 노조를 선동하여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려 시도했던 적이 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국민 대다수가 최저생계비의 1/4 정도밖에 벌지 못하던 상태를 개선하려 노력하던 정부를 전복시키고 국민대다수를 다시 “노예”로 환원시키려 했던 것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어떤가? 이미 계몽된 서프앙들께서는 누구나 알고 있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II.

오늘 예정대로 노무현대통령이 중앙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오늘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간담회 개최 목적은 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좀 길지만 다음의 발췌부분을 찬찬히 읽어보자.

본시 내가 쓴 원본에는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말했다. (...)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 (...) 여야가 많이 싸우고 그것으로 해서 국력을 소모하지 않고 여야가 합의만 하면 언제 어느 때 해결돼도 전혀 나쁘지 않다. (...)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놔도 되겠다는 것이다. (...) 선거를 다시 하자면 국민들이 너무 힘드니까 실질적으로 권력만 이양하면 되지 않겠느냐. 진지하게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제도로 대통령과 협상한다면 그 이상의 것도 협상할 용의가 있다. 왜 이렇게 강하게 얘기하냐면, 이 문제의 중요성과 (이 문제에) 기울이는 저의 정성을 다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참 돌쇠 같은 사나이다. 한 여자를 (짝)사랑해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왜냐? 이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이런 식으로 벌써 여러 번 고백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여자는 이 남자의 구애를 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는 무관심하거나 멸시하는 시늉을 했으며 남자는 오해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상대가 자신의 진정성을 마침내는 믿어주지 않을 수 없도록 일관되게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 이제 그는, 그녀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동안에 자신이 쌓아올린 모든 것을 걸고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진심을 호소하고 있다. 나의 이 제안 한 번만 받아 주면, 당신이 평생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행복할텐데. 당신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 또한 평생 기쁠텐데.

노무현 대통령이 1990년 1월의 3당 야합합당 이후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것은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였으며, 이러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현실적인 장애가 지역구도라고 생각하였으며 이를 극복하고 정치인들이 민주사회의 가치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만을 소망하였다고 나는 지금 판단할 수 있다.

이제 나는 그의 꿈이 권력도 대통령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꿈은 순수하다고 믿는다. 그는 선배정치인들이 왜곡시켜 놓은 정치지형을 바로 잡는 일을-그 업계에 투신하면서-자신의 평생의 과제로 설정했었던 것이다. 그는 이 모든 일의 전후에 관해 나를 행동으로 설득시켰다.

왜 이렇게 오버하냐고? 혹자는 사기꾼이라고까지 폄하하고 있는 인물에 대해 왜 이렇게 과한 평가를 하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폄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나는 그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어렵게 얻었던 것(권력)을 실제로 버렸으며 아직도 더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데에서 그의 진정성을 확인한다.

이번 간담회에서 대통령은 언론이 한 번 정도라도 정부의 입장을 생각해 달라고 청하기도 하였다. 이번 경우에 정부 수반인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써 보자. 그를 이해하려면, 당근 그의 행동을 준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가 권력을 버린 대통령이라는 점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내어 놓겠단다. 이번에는 거의 전부라도, 줘 버리고 나면 자신은 벼껍데기 정도 밖에 안 남을 정도로. 상대가 받지 않을 것을 미리 계산에 넣고 그런 말을 했다고? 제발 이번에도 이렇게 말하지는 말자. 하도 오해를 많이 받았던지라, 이번만은 게임의 논리로 이해하지 말아줄 것을 간청하면서 한 이야기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믿어주어야 한다.

믿어준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가 바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 따져 보는 것이다.

따져 본 결과, 나에게 약간 손해가 될 듯 하여도 (혹은 나에게 이익이 되면서도) 그 사회가 국민 모두 혹은 다수에게 유익한 사회일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할 것에 동의하자. 그는 대통령 직을 내어 놓겠다고 하지 않나? 나도 조금은 버릴 마음을 가져 보자. 내가 버리면 언젠가 더 크게 다시 돌려받는다.

III.

현실이 제작된다고 했던 애초의 논점을 다시 한번 다루자.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제작된 현실’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조선일보는 90년대 초, 요트협회장을 지내며 사치생활을 즐기는 인권변호사라는 1면 톱기사로 왜곡보도를 한 이래 대통령의 영원한 라이벌로 자처한다. 이 사건으로 조선일보는 손해배상금과 정정보도게재를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았음은 물론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대선 때는 대부분의 대선관련보도 지면을 이회창 후보 측에 할애하였을 뿐 아니라, 어제(7.7)만 해도 “노대통령과 함께 90년대 공동운영했던 하로동선 탈세하려 매출액 줄여 신고”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박계동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등과 함께 1990년대 말 고깃집 ‘하로동선’을 운영할 때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매출액을 4분의 1로 줄여서 신고하라는 권유를 세무서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던 것을 보도하는 기사(연합뉴스 안용수 기자)에 근거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1등 신문은 세무서로부터 권유 받은 것과 실제로 권유받은 행위를 했던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조선일보를 ‘비판신문’이라는 이유로 장기간 열독한 수 많은 선량한 시민들은 현 정부를 좌파 급진주의 인기영합주의에 빠진 아마츄어리즘 정부라고 인식하고 있다. (과연 조선일보가 ‘비판신문’이라는 근거가 조선일보의 주장 말고 또 있는가?)

이것은 그러나 상당 부분 진실에 기초하지 않은 인식이다. 현실을 전달하는 매체의 의도적인 왜곡이 낳은 불행한 결과이다. 요즘은 투자자들도 조선일보만 보다가 투자할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천황과 군사정권의 번성을 빌었던 신문이 망하기를 바라는 정권이라면, 반대로 우리 국민들이 지지해 주어야 할 정권 아닌가?

그리고 그런 언론이 있다면, 국민들은 멀리해야 한다. 초입에 제시했던 베네주엘라 족벌언론만큼 우리나라의 조중동은 강하다. 이 세 신문은 아직도 전체 일간지 시장의 3/4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미약하지만) 서프라이즈와 오마이뉴스 등을 포함한 온라인 대안신문이 그 대척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중간 요약을 하면, 현재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현실과 실제의 현실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며, 국민들이 이 점을 깨닫고 보다 현실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해 보겠다.

이런 것(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신용불량자의 문제에도 우리 경제가 현재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어느 정도 우리가 잘했다는 스스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소비자도 경제주체인데 생산자도 경제주체인데 우리 국민들이 경제주체로서 그런 자신감과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한다(...).

IV.

전방위적 비난과 방해에도 지금까지 개혁을 이끌어 왔던 노무현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직접 대국민 호소를 하였다.

그의 꿈의 실현을 가로막던 언론에 대해서도 호소하였다. 언론을 존중한다고! 좀 넓게 그리고 멀리 보면서 우리 사회의 결정적인 변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함께 해 나가자고.

대통령의 이 초대는 이대로 가면 쇠락할 수밖에 없을 언론사들에게 그들이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언제까지 신문들이 거짓을 일상적으로 생산하며 버텨낼 수 있을까를 그래도 설마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도 제안하였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어떤 역할이든지 줄테니 함께 국민을 위해 봉사해 보자고. 정치공학적으로 짱구 굴리지 말자. 쉽게 그리고 단순히 생각하자. 박근혜 대표가 언젠가 했던 말인데, 도울 것은 돕고 사리를 따져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 된다. 토론 결과가 도출되지 않거나 법안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명패 던지거나 애꿎은 법사위 못질하지 말고.

우리도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한 번 해 보자는 소리다. 선거를 통해 권한을 위임하는 순간 수임자가 권력 접수하고 진입장벽 치는 식의 대의민주주의는 이제 지양하고, 정책개발과 토론을 비롯한 민주적 절차에서 존재의의를 찾는 정당과 국회를 한 번 가져보자는 소리다. 월드컵본선에서 1승도 못 올리다가 결승문턱에서 아깝게 탈락하는 기염을 이제는 정치경제영역에서도 한 번 토해보잔 말이다.

현실을 제작할 능력이 있는 메이저언론들은 대통령의 진의를 공론화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도로 되찾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정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그러나 언론이 아무리 가리고 왜곡해도 국민들은 보고 있다.

국민은 누가 진정한 돌쇠인지를 가려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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