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장법(葬法)과 장법(藏法)을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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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웅(davico)등록 2005.07.08 18:15
인간 사회에는 생활을 하기 위한 룰(rule), 예의, 도덕 등의 사회규범이 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조리(條理)와 습관에 의한 것도 있다. 법률은 사회규범의 하나이며 권력에 의한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시민사회에서는 법률에 의한 규제가 최소여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사제도개선위원회에서 '장사등에관한법률중 개정법률안'을 내놓았다. 그 중 '자연친화적 장법인 자연장의 정의를 신설하고, 그 설치기준을 정함(안 제2조제9호, 제14조제3항)'에 대한 소견을 피력한다.

개정법률안 제2조 제9호는 "자연장이라 함은 화장한 유골을 용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땅에 묻거나 또는 산이나 강 등에 뿌려 장사함을 말한다"로 되어있다. 이는 화장 이후 유골의 처리방법을 일종의 장법(葬法)으로 간주, 법률에 의해 강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葬)’이라는 말의 의미는 시체를 묻거나 화장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체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화장의 장법(葬法) 이후 즉, 사체의 처리가 끝난 후에 남은 유골을 납골, 매골, 산골하는 경우는 이미 장을 행한 이후의 유골 처리 과정일 뿐이다.

장법(葬法) 정의인 '사체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확대 해석해 화장이후 '유골'에까지 그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법률안을 그대로 해석하면 산이나, 강, 바다 등에 뿌리는 화장유골의 처리방법도 시체의 처리와 같은 장법(葬法)이고, 뿌린 장소는 묘지가 된다.

화장한 유골을 가루내어 바다나 산등에 자연스럽게 돌려놓는 것은 대자연의 순환 속에 합일을 바라는 것으로, 묘지 등의 장사시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형태이다. '장사등에관한법률'은 공중위생상의 필요로부터 생긴 것이므로, 아무런 해가 없는 화장유골은 규제할 필요가 없고 집에 보관하든지 뿌리든지 본래 자유로운 것이다.

굳이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 장법(葬法)과 장법(藏法)을 혼동하지는 말자. 화장한 유골의 처리는 장법(葬法)이 아니라, 감출장(藏)자의 장법(藏法)이 올바르다. 화장한 이후에 그 유골을 땅에 묻는 것도 매장(埋葬)이 아니라 매장(埋藏)이며, 수목장(樹木葬)도 수목장(樹木藏)이고 자연장(自然葬)은 자연장(自然藏)이다.

장법(葬法)으로서의 '자연장(自然葬)'은 강제력을 가진 법률일 수밖에 없다. 동네에서 일어난 하나 하나의 문제들은 대립한 양자간의 대화나 조정자, 조언자를 개입시킨 '룰(rule)'만들기로 해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룰 만들기'는 '법률 만들기'가 아니다. 부엌칼은 가정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이나, 가끔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된다. 위험하기 때문에 부엌칼의 사용을 법률로 규제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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