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7월 10일 평택에 다녀왔다.
평택으로 들어서는 데 '7.10 평화대행진'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바로 옆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누군가 일부러 저랬나 싶다. '안보' 앞에 '인간'이란 단어를 써 넣으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추리 대추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찬 사람들로 인해 감동이 밀려왔다. 하늘이 보우하사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비도 오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평화로운 행진은 경찰들의 폭력적인 과잉진압으로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경찰들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이 공격적이었다. 미군부대 철조망 안쪽 진압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격을 명령하는 자는 도대체 대한민국 경찰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자는 연약한 어린 아이들과 여성들이 많이 섞여있는 군중을 향해 물대포를 쏘라고 명령했고, 항의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차별 공격해도 좋다고 젊은 경찰들에게 명령했다. 그 결과 200명이 부상을 당했다.
어떤 사람은 폭력경찰의 방패에 찍혀 정강이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심했다. 곤봉으로 머리를 얻어맞아 피가 속으로 퍼진 사람들도 여러 명이었다. 당장 뇌를 검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수 있었다. 상처가 심해 피가 멈추지 않는 등 응급환자가 발생하여 긴급하게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대한민국 경찰은 응급차량을 가로막았다.(부상자가 속출하니까 나중에 호송차량을 들여보낸 것 같다.)
경찰들은 평화로운 행진을 매우 폭력적인 진압으로 강제해산시키려 했다. 외길인데 앞뒤로 압박했고,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 진압을 했다. 정리를 하고 돌아가는 과정에도 경찰은 아이들과 장애인과 여성들을 포위했다. 가는 길을 왜 막느냐 따졌지만 위에서 시켰다며 막무가내였다. 도대체 국민 위에 누가 군림하며 길을 막는단 말인가.
이런 경찰들을 지켜본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폭력이나 사고를 예방해야 할 경찰이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주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범죄의 상대방으로 서있다.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농민들에게 목숨 같은 땅을 내 놓으라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고, 대한민국 경찰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기는커녕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주한미군들은 이중 철조망 저편에서 한국정부와 경찰의 강력한 보호아래 껌이나 씹으면서 이런 광경을 지켜보며 빈정거린다.
경찰은 오늘 평택과 같이 과잉금지원칙을 무시한다면 수사권독립은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찰은 무지막지한 인권유린 사태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주권국가로써의 위신을 더 이상 실추시키지 말아야 한다. 평택 농민들의 목숨과 같은 땅을 지켜줘야 하며, 미국과는 다소 긴장관계로 가더라도 다수의 인류공동체와 연대하고 최근 런던과 같은 참사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