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화보러 국회간다"

여의도 국회 30주년 기념 '한여름 밤의 영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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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헌(mediababo)등록 2005.07.13 17:27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아내와 영화를 한 편 봤다. ‘여의도 국회 3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한여름 밤의 영화축제’가 국회도서관 주최로 열리고 있다. 특별한 조건도 없이 그냥 오면 된다는 전화문의를 듣고 시간에 늦지 않게 국회도서관으로 향했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볼 생각에 조금 들뜬 마음에서인지 국회로 가는 길은 즐거웠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300석이 모두 차서 보시기 어렵겠네요.”

6시 45분, 국회도서관 강당으로 가는 입구에서 안내직원들을 만났는데, 들떠있던 나의 마음을 한 마디로 무너뜨려 버렸다. 여유 있게 도착한다고, 설마 300석이 다 차겠냐며 들어섰는데 이럴수가! 홍보가 잘 된 덕일까, 아니면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 비슷하게 도착하신 몇몇 분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부러 왔는데 그렇다고 여기에서 물러 설순 없었다. 그냥 서서라도 보겠다고 말하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공짜의 위력인지 문화행사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대만원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겨우 비집고 앞으로 나가 결국 무대앞의 바닥에 앉았다.


“부부싸움 아주 잘 하네, 다 부셔라 부셔”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는 15세 이상 관람가능 영화다. 앉아 있는 내 주변에 어린애를 데리고 온 가족들과 어린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영화를 보던 5~6살 정도로 보이는 내 옆의 남자애가 주인공들이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는 얼굴을 가리며 몸을 비틀더니 서로 총질하면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다 부셔라”를 연발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다 안내직원에게 “이 영화 15세 이상 관람가인데, 어린애들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며 항의했더니 “죄송하다. 주의하겠다”고 말한다.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시청지도는 부모의 몫이기도 하고, 영화제를 개최한 측이 사전에 입장객을 선별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지키기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폭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부부싸움'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는 사설전문킬러로 활동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6년 전 콜롬비아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지만,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조직의 명령으로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부부의 정 탓이었을까 스미스부부는 결국 조직을 배신하고 맞서서 이겨낸다.

독립영화를 만들던 덕 리만 감독은 2002년 <본 아이덴티티>로 전미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며 집중을 받는다. 그러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는 너무 무서운 영화다. 이미 전문킬러라는 직업이 영화에서 익숙해져있지만 단지 주어진 임무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고, 그 다양한 방법에 관객들은 빠져든다. 정말 무서운 점은 살인이라는 현실감이 스크린 안에 묻혀버린 느낌이다.

극중에서 존(탐 크로즈 분)은 “우리는 서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난 60명 정도를 죽였는데, 당신은 몇 명이나 죽여봤어?”하고 묻자, 제인(안젤리나 졸리 분)은 “312명, 한 번에 두 명을 죽이기도 했지”라고 대답한다. 거의 테러 수준이다. 단지 숫자로 표현되는 살인의 추억에서 거만한 존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제인을 보며 관객은 웃음으로 답한다. 결코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더군다나 어린 애들은 폭력을 분별없이 즐기는 분위기고 여학생들은 남자 주인공의 외모와 행동에 감탄사만을 연발한다. 15세 이상 관람가를 정한 의도를 충분히 관객들과 주최측은 이해해야 한다.

지난 11일에 시작된 여의도 국회 30주년 기념 ‘한여름 밤의 영화축제’는 오는 14일까지 진행되며, 자세한 내용은 국회도서관(www.nanet.go.kr)이나 국회(www.assembly.go.kr)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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