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을 통해서 다시 지펴보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전쟁1

역사를 통해 보는 주주가치이론 : ‘글로발 스탠더드’는 반쪽만의 국제 표준

검토 완료

강신홍(shkaorg)등록 2005.07.20 16:03
뒤바뀐 진보와 보수

최근 소버린 때문에 신문 경제면이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역시 극보수 '찌라시' 신문들과 진보를 표방하는 인터넷 신문들이 논조부터 틀립니다.

‘소버린의 투자이익이 8000억대’ 혹은 ‘1조2천억’, ‘증권거래세를 제외한 세금을 한푼도 안내’ 하는 보수 '찌라시' 신문들과, ‘소버린 대박 원인 왜곡하는 보수신문’이라는 제목을 단 인터넷 신문. 그런데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가끔 어느 쪽이 진보이고 어느 쪽이 보수인지 종종 혼동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재벌개혁이라는 대중적이고 매혹적인 의제를 선점하고 영미식의 기업구조지배를 전파하려는 참여연대의 경제개혁센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대체적으로 진보적으로 이해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신자유주의자들은 미국 공화당의 주요한 경제 이념으로서 시카고 학파에 의해 주장되고 영위되고 있는는 보수적인 ‘영미식 주주가치 이론’ 이나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이론’일 뿐입니다.

그들 자신조차도, 세계전쟁과 보호무역을 통해 형성되었던 생산자본들이었고, 그 생산자본들이 독점적 경제우위를 이용하여 금융자본화 되었고, 이렇게 독점적 우위에 있는 금융자본들이 ‘글로발 스탠더드’란 미명아래 패권주의적 미국 경제를 이끄는 보수이론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런 주주가치 이론이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서 자본의 국적성을 강조하여 안정적인 개혁을 이루려는 대안연대이론(독일일본식의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신케인지 이론)이 있으며, 이들은 신자유주의자들로부터 ‘이념적 좌파가 민족자본을 앞세워 재벌을 옹호’한다고 매도 당하기도 합니다.

참여연대의 경제개혁센타를 이끌고 있는 장하성, 김상조 교수, 그리고 소액주주 운동을 지핀 박원순 교수, 그리고 최근에 대학입시안으로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는 정운찬총장등이 여기에 속하며, 최근의 금감원과 재벌개혁의 논란을 벌인 강칠규 공정거래위원장등이, 주자가치 이론을 주장하는 국내의 신자유주의자들로 대표됩니다.

이들이 대안연대를 극좌라고 비판 하는 것은 그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의 신자유자들을 옹호하고 있다는 현실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는 생각 입니다.

사실, 제가 2003년 4월부터 서프라이즈와 이곳 노하우21에 경제문제에 대해 글을 쓰게된 동기가 소버린과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와 김상조 교수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때 장하성 교수는 소버린이 투기 자본이 아니라고 몇 번씩 강조하고, 영국에까지 날아가 그들과 수많은 모임을 가지면서 공동으로 SK를 공격하던 때였으며, IMF이후 타이거 펀드를 투기자본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경제상식이나 실물경제와는 동떨어진 무리한 주장과 논쟁을 하고 있을 때 이었습니다.

아무튼 재벌개혁이라는 대중적이고 매혹적인 의제를 선점하고 주주가 기업의 주인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를 영미식으로 바꾸어 나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들이 명분을 얻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전체로 보면 얼마 안되는 주식으로 재벌산하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글로발 스탠더드’라는 미명아래 소유지배구조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영미형 주주자본주의 자들의 주장이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주가치 자본주의’는 반쪽의 Global Standard

그러나 그들이 주장했던 주주가치 자본주의는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님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경제에서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자본을 옹호하는 주주가치 자본주의는 ‘미국과 영국식 스탠더드’ 일 뿐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유럽대륙과 일본에는 정부와 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역사를 보더라도, 1990년까지는 유럽대륙식 자본주의가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으며, 정부와 은행이 주도하던 일본과, 그리고 노조와 지역사회까지 이해관계자를 넓힌 독일의 경제가 기적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반대로 이들에 비해, 미국과 영국에서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고전하였으며, 그 주요한 이유로는, 증권시장을 중심으로한 주주자본가들은, 단기적 기업 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산시설이나 연구, 그리고 노동이라는 인적자원의 투자 같은 장기적 투자보다는 배당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치우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2차대전 이후에,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은행의 대출과 지분참여를 통해 장기 성과를 추구하는 유럽대륙식 자본주의가 더 효과적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초 금융자본을 도외시하고, 넘치는 생산자본으로 효율적 자본 운영을 하지 못한 일본이 장기침체에 들어가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대륙 국가들도 저성장의 늪에 빠졌습니다.

사실 저성장의 늪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세계 경제가 과잉생산 시설의 문제를 가져오고, 선물과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시장으로 새롭게 무장한 미국과 영국의 금융자본들이 세계의 자본들을 흡입하게 되게 큰 이유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렇게 성장한 금융 자본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성장한 하이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신경제’와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새롭게 재무장한 금융산업을 가진 미국과 영국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경제가 되살아나게 됩니다.

결국 영미식 신자유주의자들이 되살아나고, 그들의 금융지배를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아래 ‘영미식 주주가치 이론’이 힘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최근 신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 경제가 다시 둔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과 유럽대륙이라고 그리 나아 보이지는 않지만, 전통 제조업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한참 지나친 지금도 여전히 독일과 일본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미식 주주가치 이론’과 ‘유럽대륙식 자본주의 이론’은 경쟁중에 있습니다.

진정한 승부는 이라크 석유전쟁과, 아시아를 중심으로한 환율전쟁에서 미국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생산자본의 바탕없이 금융자본 만으로, 감당할수 없는 재정적자 속에서 그들의 기업과 국가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편 : 이제는 재벌개혁의 논란을 마무리할 때 ? 기업이 자본만의 소유 개념을 버려야 할 때"가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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