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제안과 북핵 문제 바로 보기 1

실제 쟁점은 핵무기 개발이 아닌 핵에너지 개발 억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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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대(omylogic)등록 2005.07.23 14:43
정동영 장관의 이른바 중대제안과 북한의 6자 회담복귀 표명으로 북한 핵문제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의 정체된 상황과 비교하면 대단히 고무적인 상황이다. 회담의 실질적 주역인 북한과 미국도 이번에 재개되는 6자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도록 하자고 상호 긍정적 결의를 표명하고 있어 좀 더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러한 상황이 진정 좋은 결과로 연결될지 아닐지 대부분 막연한 판단 이상의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랫 동안 계속된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와 분석이 귀했고 또 한편으로는 왜곡된 정보의 범람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정동영 장관이 말하는 중대한 제안을 북한이 과연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아닐까? 중대한 제안은 그 표현만큼 중대한 것일까? 어느 정도로 중대한 제안일까? 이번의 제안이 적실성과 실효성을 가진 창의성이 있는 제안일까? 왜 전향적으로 보이는 정부의 중대 제안에 극우적 성향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동조하는 것일까? 등의 질문에 대해서 확실하게 일관성 있는 답변을 하기 힘들다. 모두 막연한 희망섞인 답변 이상의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어떠한 기상관측 정보자료도 없이 내일의 날씨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과 같이 막연한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이해와 분석의 틀이 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그동안 주류 언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분석을 통해 독자들 스스로 판단의 능력을 갖도록 하여 국민 개개인이 정보조작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정보의 주체적 판단자가 되어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먼저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미간 이해관계의 물밑 대립/충돌 구조를 파악하고, 중대제안의 적실성을 분석한 다음, 미국의 확장된 안보개념의 이해와 6자회담 틀의 적실성을 분석하고 회담복귀를 하게 되면서 북한이 얻게되는 손익계산을 순차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게 되면 북핵문제의 상당한 진상이 스스로 드러나며 해결책이 자연스럽게 강구되는 것이다.


북핵문제와 북-미간 이해 충돌 관계의 심층 분석

복잡한 정치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 사안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실질적 이해관계의 대립과 충돌의 성격을 먼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제시된 중대 제안이 관련 당사자들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로 충족시키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며 제안의 적실성과 허와 실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왜 대량 살상무기인 핵무기 억제라는 쟁점의 해결책으로 대규모 에너지 지원이 본론처럼 거론되며 그에 따라 큰 분기점이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거론되는 에너지 보상이 적절한 것인지 혹은 아닌지 또는 문제해결의 실효성을 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의해관계는 이미 노출되어 뻔한 셈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에너지 자원 개발의 대안으로서 핵에너지 개발을 염원하고 있고 또 핵무기 개발에 따른 자신들의 안보능력을 재고하는 것이다. 북한의 에너지 부족은 북한지역의 야경을 보여주는 유명한 인공위성 사진으로도 가히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에너지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이 지극히 낮고 군사훈련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은 잘 알려져 있기에 별도의 논증을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이해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고 좀 더 복잡하며 잘 알려져 있지도 않은 셈이다.

흔히들 북핵문제라 하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억제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상으로 복잡한 면을 갖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억제라는 차원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진정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해결하기가 비교적 쉽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의혹의 대상이 되는 이란의 경우에서 시사받을 수 있는 바와 같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류토늄을 근원적으로 북한이 못 만지고 못 사용하게 하면 되고 이것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에 제안한 바와 같이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해결이 가능하다.

흔히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단히 잘못 알려진 일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적대적 사찰은 사찰대상국이 감시의 망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치밀하고 엄격하고 까다롭다. 지난번에 한국에서 20여년 전의 미량의 연구용 핵실험과 2000년도의 소량의 연구용 실험까지 확인하고 문책할 정도로 엄격하고 치밀하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피해 핵물질을 빼돌리는 것은 소설과 같은 허구적인 일이다.

북핵 문제는 단순히 핵무기 개발 억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고 복잡해지는 것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 억제 플러스 (평화적인) 핵에너지 개발 억제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지도층은 적성국인 북한과 이란 등에서 다량의 에너지 개발을 원하지 않기에 핵 에너지의 개발 자체를 전면적으로 억제하려 하는 것이다. 단지 외형상의 명분으로 핵무기 개발억제라 하고 있을 뿐 내용상은 핵에너지의 전면적인 개발 억제인 것이다.

실제 쟁점은 핵무기 개발이 아닌 핵에너지 개발 억제이다

따라서 문제의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쟁점은 외형상 거론되고 있는 핵무기 개발 억제(deterrence of nuclear weapons development)가 아니라 핵에너지 개발 억제(deterrence of nuclear energy development)라는 점을 우선 잘 알아야 한다. 단순하면서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결이 어려웠던 것이다. 대량살상 무기인 핵무기 개발 억제는 핵에너지의 전면적 개발 억제가 이루어지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부수적인 문제로서 실제 쟁점의 부분 집합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7월에 미국과 인도사이에 체결된 핵프로그램 지원 합의서에도 군사적 핵 프로그램과 민간 핵프로그램이 구분되어서 합의되었다고 보도되었다. 핵프로그램 개발에는 분명 군사적 프로그램과 민간 프로그램 단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적성국에 대해서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개발을 전면적으로 억제하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는 민간의 평화적인 핵에너지의 이용을 적성국인 북한과 이란 등에는 허용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부존 자원인 핵에너지 자원을 자체의 자본과 기술로 개발하려는 북한과 이를 전면적으로 억제하려는 미국의 군사외교적 압력 사이에서 미국과 북한은 제로-섬(zero-sum) 식의 정면 충돌을 해온 것이다. 이것은 북한과 이란이 똑 같이 겪고 있는 일이기에 조금도 의심할 수 없는 명확한 일로서 별도의 논증을 요하지 않는 일이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에너지 개발을 강력하게 또 전면적으로 억제하려는 이유는 1) 미국의 영향권 밖에 있는 적성국가에서 국가발전의 큰 동력이 되는 대규모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여 활용하게 되면 적성국가의 발전에 큰 탄력을 받게 되고, 2) 이러한 탈서구형의 독자적 성장/발전 사례가 하나의 성공적인 국가 발전 모델이 될 경우 소위 제3세계의 국가들이 따라할 수가 있게 되는데 이럴 경우 탈미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여 미국중심의 세계전략을 붕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과 이란에서의 핵에너지 개발은 북한과 이란의 핵에너지 개발 주권(sovereignty)과 미국의 세계전략(global strategy)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핵에너지는 비록 다소간의 환경문제가 따르지만 대규모의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에 에너지 부족사태로 국가발전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 북한에게는 큰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는 이란과 달리 석유나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의 생산이 없거나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핵에너지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어 핵에너지 개발만이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현실적 희망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개발에 실패할 경우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에 핵에너지 개발에 자신들의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이 걸려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이 쟁점에서 양보하면 자주성과 주체성이라는 정치적 명분에서도 파산을 맞게 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경제적 파탄이 시간문제일 뿐 눈앞에 뻔 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양보할 수 없다. 현재와 함께 미래가 파산되는 일이기에 설령 최고지도자가 다소간 양보를 하고 싶어도 자체 구성원들이 용납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 이 쟁점에서 밀리게 되면 이라크의 붕괴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의 더 거칠고 거센 압박이 도미노처럼 밀려올 것을 두려워할 수도 있어 양보가 어렵게 되어 있다.

북한의 경우 핵에너지 원료가 되는 우라늄의 생산에서 정련 및 가공처리까지 자체의 기술로 모두 다 처리할 수 있는 상당한 여건을 구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대로 개발이 될 경우 엄청난 에너지 자원이 개발될 수 있다.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약 2600만t, 가채량이 약 400만t으로 보도되고 있어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자원, 기술, 자본 등에서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어 외부의 간섭이나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기에 서방측으로서는 시작 단계에서 막지 못하면 통제불능으로 발전하는 것을 지켜봐야 할 처지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 자원이 그대로 개발되면 비록 평화적인 핵 에너지 개발이라고 하더라고 북한은 극동지역에서 에너지 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정치군사적인 위상강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발전모델로서 자리잡아 제3세계 국가들에게 탈미(脫美), 탈서구(脫西歐)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미국을 두렵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미국 지도층이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시나리오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안마당이라 여겨지는 중남미의 국가에서는 많은 부존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세계와의 불평등한 교역으로 인해 국가 발전이 많이 지체되며 왜곡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종속이론(Dependency theory)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되기도 했고 국제 교역에서 서방세계의 중심 사상인 자유무역(free trade)이 아닌 공정한 무역(fair trade)를 주장해 왔던 것이다.

실제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발전의 고통과 국가부도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주요 국가 자원에 대한 국유화 등의 조치를 통해 서방세계의 영향력을 탈피하려고 하기도 했고, 좌파정부가 들어서기도 했지만 미국의 직간접적인 압력과 영향력 행사로 결국 독자적 발전의 꿈을 접어야 하는 좌절을 겪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지금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출입국시에는 지문날인을 하게 만드는 등 강력한 반미적 대응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독자적으로 성공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여 과시하게 되면 탈미 도미노 현상은 현실화되며 미국지도층에게 현실적 악몽이 닥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전통적으로 주요 천연자원, 특히 전략적 자원은 자신이 차지하거나 혹은 자신의 영향권 내로의 편입을 시도하려 한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적성국에서의 전략적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려 하는데 이것은 자원전쟁(resource war)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종교적 충돌 성격의 북미간 정면 충돌

미국은 북한의 대규모 에너지 개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핵에너지 개발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점과 전통적인 힘의 정치(power politics)로 적성국을 충분히 제압/굴복시킬 수 있다는 군사적 자신감이 연결되어 북한과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부시행정부 이전에는 그런대로 북핵문제가 해결된 상태였다. 94년도의 북미간 제네바 합의에 의해 북핵문제가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 상호간 조금씩 양보하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그 대신 제한된 에너지 공급을 허용하는 두 기의 경수로를 제공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던 것이다.

북한은 핵개발 주권을 조금 양보하며 전쟁을 피하고 제한된 수준이지만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실리를 챙겼다. 미국은 기존의 세계전략에서 조금 후퇴하여 북한에 제한된 에너지를 공급하는 양보를 하는 대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또 평화적인 에너지 개발조차 일정 수준으로(경수로 2기) 제한함으로써 더 이상의 사태악화를 막는 해결을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부시행정부가 등장한 이후 경수로를 통한 제한된 에너지 공급조차도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보수층을 대변하여 부시행정부는 자신들의 의심을 명분으로 94년의 제네바 합의를 사실상 파기시켰던 것이다. 당시 94년도의 북미간 합의를 파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김대중정부는 북한에 대한 전기공급 가능성과 미국의 약속 이행분인 중유공급을 한국이 대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북미간 충돌을 막아보려 애썼으나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 보수지도층의 적성국에 대한 적대적 성향은 뿌리가 깊고 무서운 것이다. 냉전적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악마의 제국을 멸망시켜야 하는 십자군 전쟁과 같은 인식을 미국 보수지도층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는 치킨 게임(chicken game)과 같은 정면충돌 양상이 북-미간 다시 조성된 것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존속과 미래를 위해 핵에너지 개발을 양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시행정부 역시 미국중심의 세계전략을 일관성 있게 구현해나가도록 요구하는 미국 보수지도층의 성향을 고려하여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일방주의라는 말이 붙어있을 정도로 군사력에 대한 과신이 있다. 다른 나라들의 눈치를 전혀 살피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군사력의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면 굴복시킬 수 있거나 혹은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선제공격이란 말도 숨기지 않고 공공연히 하는 상황이다.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힘으로 상대를 완전하게 굴복시킬 수 있다는 부시행정부의 힘의 신앙과 자신의 핵개발 주권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주체성 신앙 사이에 종교 전쟁과 같은 상황이 발생된 셈이다.

이러한 치킨 게임(chicken game)식의 충돌과정에서 금년 2월 10일의 북한 핵무기 보유선언이 터져나온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실재 핵무기는 북한이 만들었지만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힘의 외교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부시의 핵무기(Bush's Bomb)라 표현되기도 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최근 칼럼에서 “클린턴 대통령 8년 재임기간에는 북한이 한 개의 핵무기도 만들지 않았으나 부시 대통령 집권 4년에 약 6개를 만들었으며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으로 2∼3개는 충분히 더 만들 플루토늄을 갖게 될 것”이라 주장했던 것이다. 이것은 실체적 진실에 상당히 근접하는 분석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미국내에서도 이러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어 북한이 핵무기 보유선언을 한 이후에도 비교적 큰소리 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왔던 것이다.

북핵갈등으로 북미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 10만명이 전사할 것이라는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고 부르스 커밍스 교수는 전하고 있다. 미군 10만명이 전사할 전장터가 되면 북한사람들과 한국인들은 얼마나 더 많이 죽게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의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국 병사들의 전사자수는 전쟁기간 동안 단지 142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미국의 전면적 핵개발 억제는 분명 명분이 약하다.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한국만 해도 김태우 박사의 핵주권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의 핵개발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반대했던 것이다. 미국의 영향력 안에 있는 국가에서도 핵주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의 영향력 밖에 있는 적성국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의 핵에너지의 자주적 개발 주권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군사력으로 완전히 굴복시키거나 혹은 붕괴시키지 못하는 이상 외교적 타협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미국 입장에서도 기존의 입장에서 약간의 후퇴가 불가피하다. 가장 합리적인 것은 94년도의 북미간 합의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북미간 다시 발생된 복잡한 논의를 생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합의는 북한과 미국 모두 치열한 협상끝에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했고 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서로 요구하지 않고 합의를 했다. 따라서 이 합의를 능가하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므로 94년도 합의 체제로 되돌아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대안이 된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 건설비용으로 이미 사용된 11억 달러 이상의 투자비용을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94년도 북미간 합의가 깨진 이면에는 미국 보수층사이에 새로운 우려가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경수로 원자로는 핵무기를 만드는 것과는 상관이 없어 북한에 제공된 것인데, 미국의 보수지도층은 비록 경수로라고 할지라도 북한이 핵물질을 만지는 과정에서 기술을 축적할 것을 우려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경수로 대신 50만Kw 화력발전소 건설 등이 논의되었던 것은 비로 이러한 측면에서 발생한 일이다. 따라서 이 부분이 사실상 변화된 상황의 핵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다시 94년도 합의체제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크게 보면 1) 미국에서 이미 거론된 바와 같이 경수로 자체를 다른 화력발전소로 변경시켜 에너지를 공급시키는 방법이거나 혹은 2) 기존의 경수로 방식을 고수하되 운영과 관리를 서방측 KEDO 혹은 원전관리 경험이 많은 한국이 관리하여 북한이 핵처리 기술을 원천적으로 축적시킬 수 없게 만들어 미국측의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미국 보수지도층이 정서적으로 조금 꺼림직하게 생각하게 할 소지는 있지만 모든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인 방안이다.

한국측이 이번에 제시한 전력공급 방식은 전자의 변형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보수층의 이해관계에 보다 더 밀착하는 성격을 갖게 되는데, 북한에 핵에너지 개발 억제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전력이란 에너지를 공급하면서도 축적불가능한 소모적 성격의 전력공급이란 점과 단전가능성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적성국을 서방세계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점 등으로 인해 미국 보수층의 이해관계에 보다 충실한 해결방식이다. 따라서 그만큼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의 정동영 장관의 중대제안은, 핵에너지의 전면적 억제를 미측의 군사적 압력이 아닌 다른 대체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해결하겠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제안이지만 이에도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위에서 살펴본 북미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란 관점위에서 중대제안의 허와 실을 다음 글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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