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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에 부안군은 부안자활후견기관에게 ‘부안자활후견기관 변경지정에 따른 지자체 운영계획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내용은 부안자활후견기관의 모기관인 부안주민자치센터가 자활후견기관 운영에 지도, 감독, 지원 실적이 전혀 없으며 지정기관으로서 책임능력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부안군이 일정기간동안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당연한 행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현 군수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탄압이자 자치단체장이 사회복지 영역에 개입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어서 부안 시민사회와 전국의 자활후견기관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부안자활후견기관은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하던 부안주민자치센터가 2001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자활후견기관을 지정받아 그 해 7월 1일부터 사업을 실시해왔다. 자활후견기관 지정을 위해 필수적인 부안군의 추천서가 자활후견기관 심사자료에 첨부되었음은 물론이다. 현재는 140여명의 자활지원사업 참여자가 3개 자활공동체와 10개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수익적립금이 2억8천만원에 이르는 등 성실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어 2004년에는 전국 상위 1%의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안자활후견기관은 지정 이후부터 여러차례 지자체의 전횡에 시달려왔다.
부안군은 자활후견기관이 지정된 2001년 하반기 내내 특별한 이유 없이 자활지원사업과 관련한 예산 집행을 거부하며 고영조 당시 자활후견기관장(전 부안반핵대책위 대변인)의 교체를 요구해왔다. 이는 엄연히 국책사업에 대한 거부이자, 민간단체에 대한 자율성 침해였지만 고영조 당시 부안자활후견기관장은 무엇보다 자활지원사업이 제대로 수행되어야 한다며, 2002년 1월 사임했다. 이후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2003년 여름 이후 부안군 전역에 핵폐기장 유치 반대 운동이 전개되면서 부안군의 자활후견기관에 대한 압박은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7월 18일에 위와 같은 공문을 보내 일방적으로 지자체 운영계획을 통보한 것이다. 부안군은 최근까지도 이미 7월 하순임에도 불구하고 3/4분기 자활사업비를 집행하고 있지 않으며, 7월 19일에는 자활후견기관 내 자활사업단 반장들을 군청으로 불러서 부안자활후견기관이 군의 조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이상 자활지원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는 자활지원사업 참여자에게는 사실상 협박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자활지원사업 참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6개월 이상 생계에 고통을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부안군의 행위는 결국 ‘부안자활후견기관 변경지정에 따른 지자체 운영계획’이 자활후견기관의 정상 운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점들에서도 확인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한푼의 보조금도 받고 있지 않는 순수 민간단체의 운영현황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자활후견기관이라면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아서 운영되기 때문에 지도점검과 감사의 대상이 되겠지만 ‘부안주민자치센터’는 순수 민간단체이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운영현황 점검의 대상이 안되는 순수 민간단체를 점검하고나서 일방적으로 자활후견기관 운영능력이 안된다고 평가했다는 것은 핵폐기장 유치 과정에서도 드러나듯이 평소 군민들의 의지에 관심이 없는 부안군수가 자신의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명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안군은 ‘부안주민자치센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부안자활후견기관의 변경지정을 통보했다.
두 번째 부안주민자치센터가 운영능력이 없다고 하나, 자활후견기관을 보건복지부가 지정할 때는 해당 자치단체의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 부안군은 이미 2001년에 부안주민자치센터가 자활지원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자치단체 추천서를 통해 확인해준바 있다. 결국 부안군 스스로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이다.
세 번째, 자활후견기관을 변경지정하려면 모기관이 지정서를 반납해야 하는데 부안주민자치센터는 지정서를 반납한 적이 없다. 즉, 변경지정계획은 부안군의 일방적 횡포가 되는 셈이다.
끝으로 부안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점검이 7월 13일에 있고 불과 5일만인 7월 18일에 지자체 운영계획을 통보했다는 것은 부안군의 행위가 사전에 기획된 행위일 가능성이 높음을 말하는 것이다.
부안자활후견기관의 활동성과가 인구 10만이 채 안되는 군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상위임을 생각해본다면, 부안군의 금번 부안자활후견기관에 대한 조치는 자치단체장 개인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지역사회 사회복지 활동이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실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연 부안자활후견기관에 대한 자치단체의 횡포가 이번으로 끝날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개입으로 사회복지현장에 대한 왜곡이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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