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제안이 추구하는 패러다임 전환

연정 제안=대통령권력+지역주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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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chullee1)등록 2005.07.28 19:40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안(부제)'이라는 편지를 통해 한나라당이 지역주의를 포기하는 반대급부로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마침 X-파일로 인한 파문이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는 시점에 나온 제안이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짜증스럽거나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정치평론가들과 독자편지 등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정적인 반응이 오해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오마이뉴스 고정 칼럼니스트인 고태진님의 글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은 “대통령권력 포기+한나라당 지역주의 포기“의 패키지제안을 하였는데, 그 중 앞의 제안만 크게 보았거나 두 개를 분리해서 해석하는 태도로 반박문을 썼다.

오해에 기인한 반박문에 대한 재반박을 짧게 써야겠다. 대통령권력은 대통령 자신도 마음대로 내어놓을 수 있는 권력이 아니라는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감히 탄핵을 감행했고 “관습헌법“이라는 허구적 실체에 기초한 행정수도 위헌판결을 내렸으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거국내각, 중립내각 운운하며 대통령을 비꼬면서 권력을 내어 놓으라고 했던 이들의 언행은 어찌 볼 것인가? (거국내각을 주장했던 이들의 진심을 연정제안에 대한 이들의 반응을 통해 국민은 곧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제안의 핵심은 지역주의 포기

각설하고, 대통령의 제안의 핵심은 단순히 대통령권력을 내어놓기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야당이 입버릇처럼 지껄이던 하찮은(?)) 대통령 권력포기로 그가 얻어내려고 하는 지역주의 포기를 통해 우리 사회와 우리나라가 현재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메이저 종이신문들이 보여주는 암울한 현실과는 달리) 실제 대한민국의 현재와 앞날은 밝다. 어제 우리나라의 국제신용도가 또 한 등급 뛰었다. 오늘은 주가가 1,100을 넘어섰다. 암초가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지만 북미간 대화도 현재로서는 부드러우면서 상당히 전향적이다.

부동산문제의 최근의 추이는 강남과 분당지역에서 마지막 투기의 몸부림을 보인 직후 그 기세가 꺽였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건설교통부, 국세청, 행정자치부에 흩어져 있던 부동산 관련통계들을 한 곳으로 모아 10억여건의 자료를 모았다. 정책집행의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8월의 부동산종합대책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국민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못하도록 작용하는 두 가지 주술이 있다. 하나는 현 정권에 대한 메이저 종이신문의 무조건적인 저주이다. 국민들에게 제5공화국시대를 황강에서 태어난 구국의 지도자가 혼란과 위기로부터 구출해내어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시기로 알려주었으며 국가부도사태 며칠 전까지 경제위기가 없다고 단언했던 이 메이저신문들은 본격적인 분권과 참여가 이루어지며 경제선행지수인 주가가 1100을 넘어서고 있는 시기를 혼란과 위기의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 주술은 지역주의의 주술이다. 지역주의는 블랙홀이다.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린다. 지혜롭고 합리적인 우리 국민 개개인이 자신이 포함된 작은 규모의 ‘우리‘의 이익만을 추구하도록 하며, 이 ’우리‘가 모인 전체로서의 우리의 이익에 주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괴물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 두 가지 주술 가운데 한 가지만이라도 벗어버리고 나면, 우리나라는 아무도 못 말리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미 산업기반은 충분하다. 세계에서 조선, 자동차,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영화산업 등의 주력산업들에서 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나라는 사실 몇 나라 안 된다. 이뿐 아니다. 우리 사회의 20세기를 옥죄었던 분단의 유령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문화지체와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

필자가 지역주의 극복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올해 후반기에 진행될 남북간 협력의 급물살에 대비할 수 있기 위함이다. 조만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상호체제인정과 사회의 다방면에 걸친 실질적인 남북동질화 작업을 이제 우리는 곧 감당해 내야 한다.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그 원인이 ‘문화지체’에 있다. 문화지
체란 어떤 사회가 물질적 발전은 이루었으나, 그에 상응하는 정신적 발전은 이루지 못할 때 생겨난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짧은 기간 동안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진입하였는데, 이런 물질적 조건들을 비방과 대립에 의존하는 정치가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단면에 기초한 비판을 한다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부를 방만하게 허비하고 다니며 향락에 빠지는 졸부의 모습에 다름 아닌 것이다. 대통령의 기득권(연정+지역주의)포기 화두는 이러한 상태의 현재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물질적 조건 혹은 정신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여 선진국다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진정 원하느냐고.

이 시대의 소비자 운동

개인은 지혜로운데 대중은 우매하다. 카터 대통령이 퇴임 며칠 전 의회결정을 통과한 알래스카 산업화에 관한 법률안을 거부했던 적이 있다. 당시 엄청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후 10여년이 지난 후 알래스카는 순록이 뛰노는 유명한 자연관광지역으로 발전되어 상당한 부를 누리는 지역이 되었다.

대중이 우매하다는 말은 대중을 구성하는 개인의 지적 상태를 비난하려는 말이 아니다. 개인이 대중의 한 구성원이 됨으로써 책임성과 계획성을 상실하게 됨을 지적하는 말일 뿐이다. 실제로 기업이 (대중으로서의) 소비자는 우매하다는 전제에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잠깐만이라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은 대단히 지혜로울 필요는 없다. 약간만 현명하면 된다. 이 시대의 신문소비자들(특히 조선·중앙·동아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동안 이 신문들은 비판(?)의 주체가 되었으며, 여러분들을 위한 비판의 대리자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러나 이 비판대리자들의 행동을 잠시 살펴보자.

이 신문들이 거의 모든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에서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이들은 너무 자주 사실을 날조하면서까지 보도ㆍ주장을 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위에서 1997년의 국가부도사태를 부인했던 사실 외에도, 최근 X-파일 공개로 알게 된 이들의 의도는 언론의 본연의 의무에 과연 합당한 일이었는가?

인간관계에서도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사람을 배척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거대신문들은 우리나라의 발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지금 이 땅의 대다수의 힘 있는 사람들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데, 이들만은 여론을 조작하려 하며 국민을 우습게보고 있다. 이들과 절연하는 지혜로운 소비자들이 신속하게 많아지기를 바란다. 지금 이들을 멀리하면 할수록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이 더 빨리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가 지역주의라는 마법의 가시에 찔려 긴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 기간 동안 우리 사회를 이 마법의 잠으로부터 깨워내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대통령이 되었으나, 그는 이제 다시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수행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지역주의의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더 중차대한 일이라고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지역주의에 관한 한 이제 누구나 그의 언행일치와 고민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대한민국의 지도자이다.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하는 많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떤 예감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스로 먼저 버리면서 다 함께 버리자고 한다.

사실 한나라당이 버릴 지역주의는 대통령이 버릴 대통령 권력에 비교했을 때 그 가치가 훨씬 적다. 그 자체가 현찰이 아닌 어음이며, 대통령의 끈질긴 노력과 시대의 변화와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언론환경의 변화에 의해 2년 후에도 그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는 카드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정권재탈환을 위한 복안은 사실 네거티브 전략에 기초하고 있지 않은가? 상대를 폄하하고 욕하기만 하면 그것을 확대재생산해주는 삼총사신문에 힘입어 라이벌정당의 지지도를 묶어둔 상태를 다음 대선 때까지 유지하자는 것 아닌가? 그 후의 대책은? 사실 한나라당은 골문 앞에서 골을 넣을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작전도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미 두 번씩이나 비슷한 방식으로 마지막 역전패를 당했으면서 세 번째도 그 방식을 고집하지는 않겠지?

대통령의 제안은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릴 수 있으며, 삼세번에도 실패할 위험을 사전봉쇄해 주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국민을 위해 결단할 줄 아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나라당은 스스로도 매일 욕하며 비난하며 사는 생활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는 정치인다운 일상을 누릴 수 있지 않은가? 아마츄어리즘 정부의 총체적 실정에 의한 위기라고 스스로 진단했던 현 정국을 직접 주도하며 활동할 기회를 살리길 진정으로 바란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자신이 제기했던 중립내각안에 대한 답변으로 돌아온 대통령의 연정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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