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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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kangbs22)등록 2005.08.04 18:21

ⓒ 강병수


더글러스 맥아더는 미국의 전쟁영웅이었던 아더 맥아더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아더 맥아더는 미국 남북 전쟁 때부터 큰 전공을 세워서 미 의회로부터 최고 명예 훈장을 받은 바가 있다. 또한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필리핀에 주둔한 미국 3개 여단 중 하나를 지휘하였는데, 아들 더글러스 맥아더는 이 때부터 아시아와 인연을 맺게 된다. 러,일 전쟁 때에는 일본에 파견된 아버지와 함께 동남아, 인도 등지로의 여행을 함께 하였다. 2차 대전시 일본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맥아더는 유럽과 소련의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던 미국 행정부와는 달리 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여, 정치인들과 마찰이 있었다. 일본이 패망한 후 연합군 최고 사령관으로서 일본에 주둔한 맥아더는 농지개혁, 여성해방, 노동개혁 등의 조치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천황이 나라의 중심이 아니라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한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였고, 군부를 몰아내고 평화주의 신헌법을 제정하였다. 그는 일본 전범들의 전쟁책임에 면죄부를 주었으며, 일본 군국주의의 원흉인 천황제를 그대로 존속시켰다. 한국에서도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고 해방이후의 권력을 맡겼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맥아더는 미군의 참전을 주도하였고, 인천 상륙작전 성공이후 38선 이북까지 전쟁을 확대하였다. 중국의 개입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만주폭격과 중국 연안 봉쇄를 주장하고, 여러 차례 핵무기 사용을 시도하려 했다. 그는 “동해에서 서해로 이르기까지 코발트 방사선으로 막을 형성할 것이다. 그 지역의 생명체는 60년, 혹은 120년 후에야 다시 소생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전쟁 수행과정 속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루먼과 갈등을 일으켰고, 결국 트루먼에 의해 해임되기에 이른다. 그는 미 의회에서 행한 퇴임 연설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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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맥아더 동상 철거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90년대 중반에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일제 총독부 건물을 폭파하였던 일을 연상시킨다. 일제 시대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부정하고 싶은 역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역사는 지울래야 지울 수 없으며,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히려 역사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그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총독부 건물 폭파는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본다.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도 유사한 관점에서 생각한다. 그를 북한의 남침에서 남한을 구한 영웅으로 생각하건, 아니면 한국전쟁 중 양민을 학살하고 핵폭탄 사용을 서슴지 않았던 전쟁광으로 생각하느냐를 떠나서 동상 철거를 둘러싼 대립이 우리사회에서 불필요한 색깔논쟁만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극단적 충돌보다는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해야하며,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원수를 원수로 갚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지만, 진정으로 강한 자만이 용서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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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티모르의 구스마오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강제합병과 인종 학살에 반발해 무장투쟁을 이끌었으며, 동티모르의 독립 후 대통령이 되었다. 올해 초 ‘진실과 우정 위원회’를 구성해 서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의 화해를 논의하고 있다. 그는 국내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인간이다. 무서운 징벌을 준비한 채 잘못을 고백하라고 다그친다면 진실을 들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용서가 전제되어야 진실이 드러난다”라고 이야기하였다. 한국전쟁이후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세력사이의 대립은 수그러들 줄을 모르고 있다. 맥아더 동상 및 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논쟁에서 극심한 대립만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구스마오 대통령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경청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맥아더 동상 철거와 관련된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의 글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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