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결혼할 거야

아들은 잘 키워서 떠나보내야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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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화(rulurarara)등록 2005.08.05 16:23

누나는 엄마랑은 결혼할 수 없다고 합니다 ⓒ 전향화



7살 한진이는 작년까지 당연히 엄마랑 결혼한다고 했었다.

올들어 누나가 "니가 결혼할 만큼 컸을 때는 엄마는 할머니가 될거야"라고 했다.
그래서 엄마랑은 결혼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할 수없이 누나랑 결혼하기로 했다.


할머니께 엄마랑 결혼할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전향화


지난주 부모님이 계신 부산으로 휴가를 갔었다.
한진이가 할머니께 누나랑 결혼할 거라고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성이 같은 사람끼리는 결혼할 수 없는 거라고 하신다.
한진이에게 진지하게 이제는 좀 알려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야"라고 알려줬다.

순간 한진이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럼, 엄마랑 하면 되겠구나!"

한진이 무척 좋아한다.
엄마는 성도 다르고, 사랑하니까 엄마랑 결혼해도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거라면 당연히 "엄마"입니다. ⓒ 전향화



어제 저녁 밥을 먹으며 나에게 부탁한다.

"엄마, 절대로 떡국 먹지 마세요. 저는 떡국 많이 먹을게요"

"그래"

떡꾹만 안 먹으면 엄마가 늙지 않고 기다려 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내년이면 한진이는 엄마랑 결혼한다고 하지 않을것이다.
크면서 자연히 알아지겠지 싶어 구지 설명하지 않았다.
엄마랑 결혼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아이의 꿈을 한번에 깨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아들은 잘 키워서 떠나 보내야 한다고...

엄마가 제일 이쁘고 엄마가 제일 섹시하다(섹시하다는 의미를 잘 모른다)는 아들...
남편한테 그 소리를 언제 들어 봤는지 기억도 안난다.

엄마가 혼자 자면 무서울까봐 옆에서 자 주는 아들...
덮다고 혼자 거실에 나가서 자는 남편

떠나 보내기엔 너무나 아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훌륭히 키워서 좋은 배필에게 내줘야지, 아들은 영원히 곁에 있어 좋은 애인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착각하며 살때 엄마와 아들과 며느리가 불행해 지는 것이 아닐까?

잘 키워서 며느리에게 좋은 남편으로 보내주려고 합니다. ⓒ 전향화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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