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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지금> 취업현장 가짜 학위 음성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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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ayounshin)등록 2005.08.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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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퀸스랜드 주 T시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C씨는 며칠 전 심상치 않은 내용의 스팸메일을 받고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취업 사례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거기다 공교롭게 인사부장인 자신에게 이런 메일이 날아온 것이 더욱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최근 호주의 취업시장에는 학력이나 경력을 허위기재하거나 부풀려 과장하여 이력서를 제출하는 부정취업자들로 인한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직장을 찾는 사람들 4명 중 1명꼴은 학위 및 자격증, 업무와 관련된 경력 등을 교묘한 방법으로 날조한 후 취업현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위해 대학이나 전문기관의 가짜 학위증과 자격증, 졸업장 등이 인터넷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발전하는 디자인 인쇄나 컴퓨터 관련기술로 인해 진본과 다름없는 학위나 자격증을 만들어 내는 일이 용이해짐에 따라 '주문'만 하면 즉석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다니지도 않은 대학의 성적증명까지 가능하다는 소문이다.

각 기업이나 정부기관은 이 같은 '위장 취업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별도 인력을 상설 고용하여 이력서를 일일이 검토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고 있다. 회계나 통계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각 기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취업 희망자들이 제출한 이력서의 허위 기재 내용을 색출하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기업들마다 지원자들의 이력이나 학력의 진위 확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물망을 용케 빠져나가 허위 이력으로 버젓이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뒤늦게 발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허드렛일을 하던 한 남자가 학력을 위조하여 한 주정부기관의 국장과 청장까지 역임하다 신분이 노출되어 쫓겨난 일도 있었다.

기승을 부리는 취업시장의 '가짜'들을 가려내기 위해 최근에는 전국의 모든 대학을 통합 리서치 할 수 있는 '학위 확인 온라인 시스템'을 가동, 구직자들의 전공과목, 졸업여부, 학위 및 자격증 취득 여부 등 학력에 관한 모든 정보를 그 자리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제도까지 도입됐다.

일자리 구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호주에서도 전문직종의 취업 경쟁만큼은 만만치 않다. 그 결과 이처럼 파렴치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어 기업체와 정부는 쓸데없는 곳에 재원을 낭비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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