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농촌을 찾아가야 농촌이 살아난다

벼이삭 피는 들판에서는 시골 밥 냄새 난 듯, 들판만 보아도 인심이 넘치고 인심이 묻어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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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천수(ncs6745)등록 2005.08.23 12:02

대흥사 진입로 입구의 발지압 산책길로 가다 ⓒ 나천수



아침 6시의 숲길은 그야말로 산소 같았다.
장마가 아직 물러가지 않았고 출발전날도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어서 20일 체험 출발날도 비가 올 줄 알았는데 우리를 위해 비가 그치고 첫날행사를 잘 마쳐서 둘째 날도 좋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산책 시간에도 날씨는 매우 청명하여 케이블로 두륜산 정상에 올라가면 제주도 한라산 상봉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대흥사 주 진입로 도로로 가면 대웅전까지 10개의 다리를 건넌다.
산책로의 다리가 4개있으니 총 14개의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다리라고 하지만 개울을 건너는 작은 다리이니 한강을 건너는 대교와 비교할 수는 없다.

숲길 산책 개여울 구름다리 건너며 ⓒ 나천수



그러나 불가에서는 부처로 가는 길에 일반적으로 번뇌에서 벗어나라는 해탈교(解脫橋)니 마음을 씻어내라는 세심교(洗心橋)니 내세(來世)로 간다는 피안교(彼岸橋) 등 많은 다리가 있다. 이처럼 부처의 세계는 피안(彼岸)의 세계에 있으므로 차안(此岸)의 세계에서 피안의 세계로 가려면 수많은 다리를 건너오도록 하였다.
이 의미는 세상사 건너가려면 여러 번 고비를 넘겨야한다는 의미일 것이며 그러한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야만 가고 싶은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교훈일 것이다.

아침 산책길에서는 산책로의 이름 없는 구름다리도 건너고 부처로 가는 다리 5개를 건너 되돌아오는 총 2키로 미터를 산책하였다.
대흥사 가는 길에는 총9개의 다리가 있단다.
마음을 씻으라는 첫째 다리 세심교(洗心橋)에서 시작하여 현무교, 이원교, 운송교, 홍류교, 광화교, 피안교, 반야교, 심진교(尋眞橋) 그리고 대웅전에 이른단다.

계곡으로 흐르는 1급수보다 더 깨끗한 물,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 나천수



산길로 접어드는 순간 더덕의 냄새가 우리의 코를 자극하고 있었으니, 아침공기가 그만큼 신선하여 산에서 사는 더덕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나뭇잎 우거진 사이사이로 이름모를 산 버섯이 여기저기 있는 것을 보면 이 땅이 무공해 청정지역임을 말해 주고 있다.
1급수 물보다 더 깨끗한 물이 계곡을 따라 소리 내며 흐르고 있다.

사람들 말소리만 없다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뿐이다.
도시사람들이 도시 소음을 떠나 자연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곳이 지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어디든지 개발되고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면서 인간에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새가 울면서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람이 불면서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자연의 소리를 음악가는 노래라고 하고, 문학가는 시라고 하고, 화가는 그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연의 소리가 인간에게 무언가 암시하거나 경고 하는지도 모른다.

자연이 내는 소리를 그냥 소리로만 듣는 인간의 귀를 한탄해야 한다.
과학이 발달하여 요즈음은 초고속만 광케이블 시대가 되었다.
빛줄기 하나하나의 파장을 소리로, 색으로, 정보로 읽어내는 요즈음 과학이라면 아마 하늘의 태양에서 보낸 빛의 파장 속에서 하느님의 음성 또는 하늘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필자도 모처럼의 자연의 품에서 맑은 물소리, 아침의 신선한 바람 마음껏 마시며 30여분 걸으니, 자연의 기(氣)와 교감하는 듯 했다. 속세에서 벗어나 자연과 조금만 가까워도 이러한 마음일진데 속세에서 선계(仙界)로 넘어가면 어떨까.

좌우간 아침산책에서 산소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아침 밥맛이 꿀맛 이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두륜산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데 아침 날씨 그렇게 좋더니 비가 내리고 두륜산이 운무(雲霧)에 쌓여간 것이다.

대흥사 일주문, 반대편 현판은 연하문이라 쓰임 ⓒ 나천수



두륜산 대흥사로 들어가는 첫 대문의 일주문 이름이 연기 연(煙)자에 노을 하(霞)가 들어간 연하문(煙霞門)이어서 그런지 구름 속에 들어간 느낌인데다가 운무까지 겹쳐 덮고 있으니 두륜산이 운무에 쌓인 선계(仙界)인 듯 하다.
두륜산의 케이블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케이블이란다. 탑승시간이 약8분정도, 왕복 6,800원이다. 물론 단체는 할인이 된다.

탑승인원도 50명, 그러니 우리 일행은 모두 한꺼번에 타고 내렸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마을에서 비닐 비옷을 준비하여 나누어 주어 그것을 입고 구름 위로 올라가니 운해가 순식간에 하계의 모습을 가려 버렸다.
그야말로 선계의 모습만 보이니, 갑자기 우리들이 신선인 듯 하다.

숲 턴널 아침산책, 그것은 곧 산소의 맛이다 ⓒ 나천수



산봉우리가 처녀여서 부끄러워 구름 치맛자락으로 아랫도리를 가린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회전 전망대도 비가 와서인지 전원을 빼버려 움직이지 않은 의자에서 둘러 앉아 두륜산 기념엽서에 편지를 썼다.
그 엽서를 며칠 후에 부쳐준단다.
나는 두개의 엽서에 편지를 썼는데, 하나는 집에 있는 아내에게, 하나는 사무실에 있는 직원에게 썼다.

비오는 두륜산에는 운무가 기다리고 ⓒ 나천수




“구름 위를 뚫고
위로 올라오니
하계(下界)가 보이지 않구나.

우리가 지금 구름 위에 서 있으니
신선(神仙)이란 말인가

하계(下界)에서 선계(仙界)로 올라오는 저 케이블이
전생과 이생을 잇는 탯줄 같거늘

당신과 나,
너와 나를 잇는 탯줄이 무엇인지,
선계에서 알아내어 그대에게 알려주고 싶구나.“




선계의 모습을 담아 하계로 내려가려고 열심히 디카를 찍어댔다.
그렇게 많던 구름이 바람이 불어서인지 갑자기 구름 속에서 선계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다 하고 선계를 디카 속에 모두 담아 신선 몰래 하계로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는 선계와 하계를 잇는 밧줄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계와 선계를 잇는 케이블, 그것은 곧 탯줄이다 ⓒ 나천수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잇는 것도 탯줄이라는 밧줄이다.
구름 위에서 구름 아래로 내려가는 길도 밧줄을 타야하듯, 세상에는 수많은 밧줄, 아니 탯줄이 있는지 모른다.
인터넷으로 보면 그 탯줄이라는 것이 네트워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네트워크가 밧줄이요 탯줄인 것이다. 이것 없이 어떻게 세상을 살 수 있으랴.
농촌이 살기 어려운 것은 도시와의 네트워크가 아니 되어서요, 도시가 삭막해져 가는 것은 농촌과의 네트워크가 단절되어서이니, 농촌도 살고 도시도 살아나려면 농촌과 도시가 네트워크 되어야 한다.
저 가느다란 케이블 선 하나로 하계(下界)에서 선계(仙界)로 올라가고, 내려갈 수 있듯이


저 케이블 같은 네트워크 선이 도농간에 이어져 있다면 도농이 오늘 같은 문제를 안고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깨우침이 머리를 때리고 간다.

운해속에서 잠시 신선이 되는 기분 ⓒ 나천수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라 어느 시인이 그랬듯이, 어른과 어린이가 같이 즐기는 마당에서 어른들이 더 어린애다운 것은 무얼까.
어린이는 속이 들어가고, 어른은 속을 비워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른들이 유년의 추억을 그리워하여 그럴까. 농촌체험 기간 내내 어른들이 더 어려 보이는 것이 동심에 빠져들기 때문인가 보다.

우리 일행이 두륜산에 오를 때는 비가 내리고 운무가 끼었었다.
그런데 내려오려고 하니 비도 그치고 안개도 거치는 것 아닌가. 앞서 말했지만 산봉우리는 여인의 모습이어서 사람들 오면 안개 치맛자락으로 아랫도리를 가린다는 것이 정말인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도 찾지 않으면 얼마나 고독 하리, 그래서 살짝 살짝 바람이 치맛자락 흔들어 언뜻 아랫도리 보여주는 매력을 운무 낀 산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알까.

다시 하계로 내려온 우리 48회 팀은 대흥사 경내 탐방으로, 31회 팀은 개울 가재잡기 체험으로 나누어 실시하였다.

우리 일행을 위하여 이연숙(여) 문화해설사가 도우미로 와주었는데, 우리 일행 중에 한사람과는 구면이었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세상 넓다하여도 생각지도 않은 좁은 장소에서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안내하는 서상필 님이 나무이름 풀이름 알려주고,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면서 사진도 찍어주며 체험단을 즐겁게 해주는 그 마음을 모두 고마워했다.

대흥사는 임진왜란 이후 서산대사께서 대둔사(대흥사의 본래 이름)는 “만세토록 파괴됨이 없는 곳, 불교 사상과 정신이 중심 될 곳”이라 말하고 자신의 유품을 이 곳에 보관할 것을 당부하여 현재 서산대사의 유품이 잘 보관 전시되고 있는 곳이다.

대흥사의 작은 암자 일지암(一枝庵)은 우리나라 차(茶)의 중시조격인 초의(草衣) 선사가 당대의 문인 추사선생 등과도 교류하여 오늘날 대흥사는 전국에 알려져 있는 곳이다.

대흥사의 역사적 가치를 단 한 시간 정도에 간파한다는 것은 어렵다. 필자는 대흥사 경내의 건물 전면에 붙어 있는 현판의 글씨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차안의 세상에서 피안의 세계로 올라오면서 과정에서 본 다리 이름도 인생사의 깨달음을 주고 있었고, 경내 건물의 현판에서도 감히 범치 못할 위압감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바 일주문의 현판은 연하문(煙霞門)이었다.
대흥사 대웅전 건물로 가는 마지막 다리가 참(眞)을 찾는 다는 심(尋)자를 넣은 심진교이다.
그 다리를 건너니 침계루(枕溪樓)라는 2층 누각이 나온다.
이 뜻은 대흥사 경내로 흐르는 계곡을 베개로 벤다는 뜻이니 얼마나 호탕하고, 사바의 때가 묻지 않은 표현인가. 흐르는 계곡을 베개로 벨 정도의 사람만 부처님께서 만나준다는 뜻이리라.


가허루, 즉 멍에를 벗으라는 뜻 ⓒ 나천수



가허루(駕虛樓) 멍에 가(駕)에 빌 허(虛)이니 멍에를 비우라는 뜻 즉 해탈의 의미와도 같다. 그래서 그런지 문턱의 나무가 멍에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가허루에서 바라다보는 건너편의 산세도 멍에처럼 구부러져 있으니, 무거운 멍에를 벗으라는 자연의 설법인 것이다.

임란 승병장 서산대사 사당에 내린 사액 현판의 글, 표충사(表忠祠)는 정조대왕의 친필이란다. 현판 옆에 작은 글씨로 어서각(御書閣) 즉 임금이 쓴 글씨라는 작은 현판도 붙어 있다.

성보(星寶)박물관 안의 서산대사 유품들이 호국의 얼을 보여주는 것 같고, 성보 박물관 밖에 초의선사 동상은 세상 사는데 욕심 버리고 그저 풀 옷 한 벌로 살라고 설법하고 있다.


필자의 고향 나주는 지형이 행주형 즉 배가 가는 모습이라 하여 돛대 두개를 세웠으니 지금 문화재로 지정 보호를 하고 있듯이 두륜산은 사실 바닷가 옆의 산으로 이 지형도 행주형이라 두륜산의 돛대 역할을 하는 가련봉에서는 샘을 파지 않는다고 한다.
바다위에 떠 있는 배에서 구멍을 파면 배가 가라앉는다고 하여서..........


두륜산 가련봉의 여인이 잠시 치맛자락을 올리다 ⓒ 나천수



초의스님 때문인지 경내에 차나무가 많이 있다.
차나무는 직근성(直根性)이어서 예로부터 딸이 시집갈 때 차나무를 혼수품으로 넣어 주는데, 시집에서 직근으로 뿌리내려 시집 귀신 되라는 뜻이란다.

백일홍(베롱나무) 나무는 봄꽃이 다 지고난 후에 모내기철에 홀로 피는데, 피우고 싶은 마음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꽃이래서 사랑 받는단다.

문화해설가 이연숙님의 빠른 말 설명을 뒤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설명을 해주었는데, 아쉽다, 디카 사진 찍느랴 다 받아쓰지 못해서.......

거의 12시까지 대흥사 견학체험을 하고 마을 정보센타 건물이 있는 곳으로 와서 마지막 식사 오찬을 하였다.

오찬 메뉴는 버섯과 보릿가루 수제비, 밀가루 수제비와 보릿가루 수제비가 적당히 섞어져 있고, 맛있는 된장, 무공해 시골 풋고추, 묶은 김치, 두 그릇이나 비웠는데, 고구마 밥도 들어온다.

마당에는 정보화마을 견학시 사고 싶었던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다.
버섯, 고구마, 된장, 청국장 분말, 태양초 고추, 보리 쌀, 보리 가루 등
만약 우리 일행이 이 마을 체험을 하지 않았다면, 이 물건이 대도시의 수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다면 혹, 중국산이지 않나 하고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체험 참여자 모두 선물용으로, 또는 직접 식용하기 위해 차량 뒤 트렁크 꽉 차도록 시골농산품 사주었다.

필자의 차는 무쏘 스포츠, 뒤 트렁크가 완전 큰 적재함인데도 필자의 것, 친구들 것 모두 함께 실으니 적재함이 넘칠 정도였다.

우리 일행도 도열을 하고, 마을 주민 대표 남녀 대표들도 양측으로 도열하여, 서로 감사의 인사말을 교환했다.
마을 측에서는 누추한 시골을 찾아 주어서 고맙다 하였고, 우리 측에서는 우리들 몸에, 우리들 눈에, 우리들 마음에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심어주고, 맛있는 시골밥상 차려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제 필자는 농촌체험의 뉴스보도 기자로서, 체험참여 고객으로서 마지막을 정리 하고자 한다.

전국 7.5%의 농어가 인구를 92.5%의 도시인구가 안아주지 않으면 농어촌은 죽는다.
비율로 비교 하여도 충분히 도시가 농촌을 보듬을 수 있다.
이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도시사람들이 농촌을 외면한다면 농촌은 붕괴되고, 비록 8%정도의 비율이지만 그 붕괴의 “쓰나미 효과”는 도시를 몰락시킬지도 모른다. 도미노 이론으로 보아도 타당 할 것이다.

1박2일이지만 시간으로 보면 24시간 밖에 체류하지 않는다.
체험비용 50여명에 130만원 정도, 농산물 직판해서 약 60만원 정도, 총액 190만원에 불과하다.
농촌도 세일즈를 통해 살아나는데, 세일즈의 액수를 다만 물건 파는 것만으로 판단할 것인가.
체험상품 자체도 상품으로서 팔아야하지만 체험을 통해 고객을 산지로 불러 오는 효과와 그들이 직접 시골에서 구매하여간 상품과 그들이 돌아가 입소문으로 당해마을 홍보와 농산물의 홍보는 돈으로 따지면 190만원의 10배 100배의 효과를 얻었다고 할 것이다.

8월27일-28일 체험이 8월중 체험으로 참여기회가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가족과 함께, 아니면 친구들과 몇 사람이 참여해보라.
invil.org로 들어가 체험상품 코너에서 두륜산 버섯마을을 클릭하면 사진으로, 글로 여러분을 안내할 것이다.
이 마을은 겨울 눈 속에서도 고구마 수확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단다.
그때는 운무 낀 두륜산이 아니라 눈 치마 자락으로 가린 두륜산의 아랫도리를 볼 것 같다.
눈 숲길 체험, 뜨거운 김이 나오는 보릿가루+버섯 수제비가 눈에 선하다.(끝)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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