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은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언제까지 하릴없는 비판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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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홍(bird21)등록 2005.09.10 10:30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회담을 계기로 연정론은 소강상태에 들어간 듯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급과 열린우리당의 입장대로 그 것은 일시적인 휴지기에 들어갔을 뿐, 끝난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될 사안이다.

노 대통령의 두달여간에 걸친 끈질긴 연정론에 대해 열린당을 제외한 각 정파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정을 호도하려는, 혹은 낮은 국민지지도를 회피하려는 속보이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국정에나 충실하라는 비판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질책한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그 것을 수용하고 연정론은 흐지부지 없어지겠는가.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작심하고 수차례 국민을 향해 편지를 띄우고 역시 여러차례 언론회견을 하고, 급기야 제1야당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들여서까지 역설한 연정론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열린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는 무시하고 싶어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적 의제가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만 있다고 해서 나라가 바로잡혀지겠는가.

박근혜 대표는 물론이고, 한나라당의 대부분의 정서는 노 대통령은 더 이상 연정론을 꺼내지 말고 경제와 민생 등 국정에나 충실하라는 것이다. 물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기도 하고(이재오 의원), 심지어 대통령의 정신감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도 나온다(공성진 의원).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부터 유종필 대변인까지, 또 이승희 의원이나 김영환 전의원까지 모두 연정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노 대통령이 그래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고만 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두 당과는 다르다. 연정을 반대하면서도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지역구의원 2사람에 비례대표의원 8사람인 민노당 입장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당세를 약진시킬 호기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이 정말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고, 놓치고싶지 않은 반가운 제안인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노 대통령과 열린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노 대통령의 연정론을 비판만 하고 있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연정론이 워낙 예상치도 못한 뜬금없는 제안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모든 정치권이 현직 대통령이 제시한 어떤 국가적 의제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비판만 하고 있다는 것은 참 답답하고 딱한 일이다.

필자가 보기에 두달여전부터 시작된 연정 정국에서 상황의 본질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서서 꿰뚫어 보고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의 맹형규 정책위원회 의장이다. 맹 의원은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급기야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 사퇴를 카드로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변경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압박할 것이라고 한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맹의원은 그 해법에 있어서 노 대통령의 그런 시도가 결국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엮어서 한나라당을 포위하려는 전략이라고 보면서, 노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연합하여 공동대처하는 이른바 "빅텐트"론을 주창한다.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포위하려는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과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수십년간의 한국 현대사속에서 영남권의 맹주로 군림한 한나라당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자신이 영남권의 맹주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또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이념이나 노선 차이가 없다"고 말했듯이, 그는 보수 정치의 리더가 되고싶어 하는 것이다. 다만 맹의원이 두차례나 연속 대선에서 패배했던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어서 피해의식이나 경계심이 발동하는 것일 뿐이다.

빅텐트론은 맞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중단하고 중도 사퇴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국가적 비상시국에서, 노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연합해서 공동대처해야 한다는 처방은 올바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모든 정파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이 소속된 열린당조차 각양각색으로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번 노 대통령이 티비토론에서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통째로 넘겨줄 수도 있다고 했을 때, 국가적 위기상황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각 정파가 연대하여 공동대처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리고 모든 시민-사회 단체가 연합하여 가칭 '비상국민회의'를 소집할 것을 역설한 바도 있다.

더 이상 시기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노 대통령이 약 열흘간 외국순방을 하는 동안, 각 정파는 모여서 무릎과 머리를 맞대고 이 국가적 난국을 헤쳐나갈 방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지난 탄핵때처럼 노 대통령에게 말려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거나, 그런 타성에 젖어서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현직 대통령이 중도사임하겠다고 스스로 유고를 선언한 이상, 책임있는 정치세력과 정치인이라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각 정파가 연합하여 상황을 주도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을 제외한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연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야3당의 대표자들이 모인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선 야3당 공동명의로 노 대통령의 진의를 물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열린당의 일부 의원들이 떨어져 나온다면 그들까지 합류시켜서 4정파 연합체제로 노 대통령을 압박하고, 국가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노 대통령에게 끌려가면서 대책없이 비판만 하고 있을 것인가. 지금이라도 당장, 조속히 야3당의 공동 대책기구를 만들어서 국가적 비상 시국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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