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가 제몸을 터트려 붉은 속살을 보이고..

여주꽃이 열매가 되기까지

검토 완료

권용숙(sonamu07)등록 2005.09.15 16:46

ⓒ 권용숙


오이꽃 같기도 하고 수세미꽃 같기도한데 가는줄기에 꽃마저 달고있음이
금방이라도 부러질것만 같아 아슬아슬했다
사진을 몇번 의무적으로 찍어 봤다..
자기도 꽃인데 왜 않찍어 주냐고 따질것 같아서다..
그때마다 예상대로 노랑꽃잎이 뭉쳐버려 ...널 삭제 해버리고 싶다.
너를 처음 만났을때 내가 그랬다.

ⓒ 권용숙


그렇게 심심풀이 땅콩처럼 널 대했다
그러다가 다른곳에서 노랑꽃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가느다란 줄기로 닥치는대로 감아 올라가던 알수없는 노란꽃을핀 줄기를
무덤처럼 동그랗게 줄도매주고 받침대도 받쳐 맘놓고 뻗어버리라 해놓은 곳이 있다.꽃도 별로 이쁘지 않은데 무슨이유로 정성을 들이고 있을까

ⓒ 권용숙


그리고 잎사귀와 꽃으로 뒤덮인 동그란 봉분같은 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어릴때 이웃집에서 열매만 가끔 얻어다 먹었던 여주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신기하다 그 가느다란 줄기에 이토록 큰 열매를 달고도 줄기가 끊어지지 않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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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같은 작은 돌기가 온몸에 도돌 도돌 나있다.
다음주쯤이면 잘익은 여주 열매를 볼 수 있음이 기쁘기만 하다.
일주일 후에 만남을 기약하고 여주(?)를 떠났다..

ⓒ 권용숙


오늘이다.
여주가 제몸을 터트려 붉은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
산고의 고통일까 출산의 희열일까
때늦은 여주꽃 하나가 해산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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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알 하나를 꺼내 입에 넣어봤다
달콤한 육질이 녹아 나오며 커다란 씨가 나온다
씨앗을 감싸고 있는 육질은 너무 붉어 마치 붉은 피를 보는듯 아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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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보내야 할때,아낌없이 미련없이 나의 후손을 땅으로 돌려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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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몸에 있는 마지막 씨앗 하나까지도 다버렸다.
이렇게 우리들도 마음을 비우고 내어주고 살면 좀더 행복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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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붉은 강낭콩만한 여주 씨앗
떨어진 여주 알갱이가 더붉은것은 그안에 생명이 있음인가보다.
여주씨앗이 떨어진자리에 다시 여주가 나고 사람들은 또 여주 알갱이를 몰래 꺼내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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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여주를 집에서 따먹을수 있을것 같아 기쁘다
여주 씨앗 다섯개 보석처럼 받아 가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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