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공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환상적인 여행을 마치고.

검토 완료

지용진(windbreak6)등록 2005.09.24 10:56
단정 할 수는 없지만, 이 책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어쩐지 요즘의 버릇없는 아이들을 꾸짖고 있는 것 같다. 억하심정의 의도에서 호되게 꾸짖는 그런 '벌'의 개념이 아니라 교훈을 심어주며 타이르는 '훈계'의 의미로서.
어른을 능가하는 아이들의 언행이나 어른답게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현기증을 일으킨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소비로 위안을 삼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소년, 찰리
찰리네 가족은 일곱 식구다. 친할아버지 내외, 외할아버지 내외, 그리고 부모님과 찰리.
언뜻 보면 풍요로워 보일 듯 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지독한 궁핍. 하루하루 겨우 연명하는 찰리네 가족이 유일하게 단 음식,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찰리의 생일뿐이다. 그래서 찰리는 일 년 중 자신의 생일을 가장 손꼽아 기다린다.
초콜릿 하나에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 이 아이는 세상에서 초콜릿을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대할 줄 아는 마음씨 착한 아이다.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어른, 윌리 웡카
세계에서 가장 큰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윌리 웡카. 그는 200여 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을 마술 같이 만드는 전설 같은 인물이다. 세계 곳곳에 자신의 제품을 팔고 있는 그는 문득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성지(城地), 그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운영할 순수한 마음씨를 가진 후계자를 물색하기 위해. 그래서 5명의 아이를 선발하기 위해 '황금빛 초대장' 5장을 전 세계에 뿌리는데......

이제부터 당신은 정신없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팀 버튼이 시청각을 압도하는 화려한 영상과 흥얼거리게 만드는 음향, 죠니 뎁을 동원한 용병술로 관객을 몰아간다면 로알드 달은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독자를 책 속에 묶어 놓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요지는 가슴 찡할 정도로 솔직하다. 마치 자아(自我)를 그대로 투영시켜 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몰입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작가로서의 로알드 달은 분명 상상력의 무한함을 만끽 할 줄 아는 인물이다. '설마'를 '자연스러운 당연함'으로 바꿔놓는 그 놀라운 상상력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그의 능력은 책 속에서 유감없이 증명된다.
인물(윌리 웡카)을 통해 인물(찰리 버켓)을 평가하는 그는 아마도 자신의 누적된 생각을 작품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어린이들을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버르장머리없는 아이들을 차례차례 골탕먹이는 대목에서는 로알드 달다운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움파룸파 라는 일꾼들이 읊어대는 가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저자는 초콜릿 공장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에 대한)골탕-(움파룸파의)노래-교훈'이라는 공식으로 독자들의 의식 깊숙이 침투한다. 이 지점이 독자들의 호응을 증폭시키는 구간이다.

초콜릿 같은 달콤한 교훈으로 다가가다
이 책을 두고 "재미"의 영역에만 제한시켜서는 곤란하다. 비록 소재는 간단하다고 여겨질 지 모르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그런 교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상상력과 환상을 숭배하는 팀 버튼에 의한 영화화(化)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상상으로 끄집어내는 교훈이야말로 팀 버튼 담당이 아니던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가벼움'이라면 책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무거움'에 가깝다. 굳이 무게를 따지자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붙는다. 영상보다는 활자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내용에서는 동격이지만 교감의 정도는 아마 후자에 더 기울어지지 않을까?
책이 부여하는 깔끔하게 정리된 글자배열과 글 속에 내재된 작가의 호흡은 몰입을 유도하고 땀이 묻어 있는 문장 속에는 작가가 글을 쓰며 생각했을 고민과 결정, 숨결이 철렁거린다. "첫 장을 열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는 식의 진부한 표현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양서(良書)의 기준은 독자의 집중으로 분류된다. 즉 책을 읽는 독자가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면 그 순간, 그 책은 양서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진정한 좋은 책이란 독자로 하여금 여지(餘地)가 없도록 한다.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책과 독자는 일체가 되는 것이다. 만약 그런 체험을 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수중에 넣으면 된다. 그리고 읽으면 되는 것이다.
<찰리.....>가 제공하는 교훈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성격이 삐딱한 아이를 교정해주고 그 부모님을 로알드 달 식으로 질책할 뿐이다. 그러나 그 질책에는 악의가 없다. 어쩌면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찰리에서 선물한 윌리 웡카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초콜릿 같은 달콤한 교훈을 새겨주고 싶은 로알드 달 자신이 아니었을까?
로알드 달은 말한다. <원하는 걸 거의 다 먹을 수 있는 우리는 자신이 깨닫고 있는 것보다 훨씬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라고.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이미 책을 읽을 자격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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