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우리 아이 책임질거야?

국정감사에 허위 자료 제출한 것을 지적하자, 엉뚱한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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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choyong1)등록 2005.10.21 11:52

2005년 5월 26일 시행된 사설 모의고사 참여 현황 ⓒ 조용식

그러나 ‘모두 다 알고 교육청과 교육부만 모르는’ 모의고사 실시 현황이 전교조 울산지부 조사 결과 밝혀졌다. 울산 시내 모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적어도 1학기에만 서너 번의 모의고사를 치렀던 것이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주목했던 것은 모의고사를 치렀다는 사실이 아니다.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가 허위였다는 것, 그리고 그 허위 자료가 ‘학력 지상주의’의 도구로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언론에 모의고사를 치르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임을 알렸고, 울산교육청에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교육청의 담당 장학관과 과장은 이 사실을 시인했지만 허위 보고의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교육청은 일산 학교에 사설 모의고사 금지 공문을 재차 발송하면서,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국회의원 교육위원 언론에서 문제 삼아서..’라는 뉘앙스의 글을 덧붙였다.

울산교육청이 관내 고등학교에 시달한 모의고사 금지 공문 ⓒ 조용식

각종 통계 및 조사 자료가 ‘거짓’으로 작성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가정책이 수립된다면 과연 ‘나라꼴’이 제대로 되겠는가?

전교조 울산지부는 교육부의 ‘사설모의고사 금지’ 지침을 지지한다. 그럼에도 울산지부는 ‘모의고사 실시’는 제쳐두고 단지 ‘시험을 치르고도 안 치렀다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을 뿐이다. 이것이 ‘내 아이 대학 못 간 책임을’ 질만한 일인가?

교육부는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야 하고 사설 모의고사를 안 치르면 ‘대학을 못 가는지’ 조사해야 한다. 학부모의 말대로 사설모의고사를 실시하지 않아서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면 교육부의 지침은 마땅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는 교육부를 상대로 ‘지침이 잘못되었으니 수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교육부가 금지 시켰는데 전교조가 책임지라’는 것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합당한 말이 아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비록 ‘지침’은 내렸지만 사실상 눈감고 있으니 ‘허위 보고를 좀 하더라도 전교조가 왜 문제를 삼느냐’고 항변하는 것이라면 씁쓸할 따름이다. ‘거짓말 권하는 사회’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수용할 자신은 없다.

울산시 노옥희 교육위원은 울산광역시교육청에 사설모의고사 현황 자료를 요구한 결과 또다시 대부분의 학교가 사설모의고사를 치르지 않았다고 보고했다며 ‘허위 보고로 인해 현황 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이 때문에 교육부의 지침과 학교 현실 사이의 괴리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또한 정찬모 교육위원은 ‘사료는 안 먹이고 무게만 자꾸 단다고 근수가 올라가느냐’며 ‘시험을 많이 치르면 성적이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풍조를 비유적으로 비판했다.

교육부에 묻는다. 허위보고를 해도 되는가? 지침이 휴지조각이 되어도 좋은가? 모두 알고 있지만 무능해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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