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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났다. 그는 지난 총선이후 거의 처음인 인터뷰에서 때로는 격정적이고 단호하게, 때로는 회한이 어리거나 담담한 어조로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얘기들을 쏟아냈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옥치과에서 진행되었다.
- 안녕하십니까. 지난 총선이후에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인가요.
▶ 작년 6월 영국에 체류중일 때, 이라크파병과 관련해서 인터뷰한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 총선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총선직후에는 제가 십수년 전에 창업했고 현재는 아우가 경영하고 있는 첨단 전기전자 회사(보안장비와 방송장비 등을 수출)와 관련회사들의 마케팅을 돕는 역할을 맡아서, 40여차례에 걸쳐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등 30여개국을 여행했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부족했던 국제 경험을 쌓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배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첨단기술(edge technic)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회사가 세계화(worldwide) 마케팅을 할 때의 어려움을 직접 체득하는 경험을 하면서 보낸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10월부터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 동양학과의 방문연구자(visiting fellow)로 머물다가 두 달 전에 귀국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잠시 귀국하여 경기도 안산에 화랑을 겸한 치과를 개원했고,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북촌에 전통한옥을 새로 지어서 그 곳에 치과를 개원했습니다. 치과를 설립하는 일은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하여 이루어졌으며, 제가 중요한 결정을 해서 지시를 하고 국내에 있는 실무자들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 캠브리지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 그동안의 한국정치에 대한 회고와 반성 반추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또한 그동안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느꼈던 단상을 정리하고, 유럽 지역을 여행하기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생활정치와 국부창출
- 안산과 북촌의 치과 개원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김영환 전 장관님의 치과개원에 대해서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을 접은 것이냐는 시각과, 생업의 현장에서 대중들과 함께하면서 생활정치를 공부중이라는 또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의 지난 총선에서의 좌절은 다른 정치인들이 겪었던 것과 다릅니다. 개인적 낙선에 더하여 제가 몸담고 있던 민주당의 몰락을 동시에 겪었기 때문에 다른 좌절보다 아픔이 더 컸습니다.
총선이후의 민주당은 과거의 야당처럼 낙선하고도 당에 나가 일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협소해져서 저 개인적으로 전업적인 정치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병원을 만든 첫번째 이유는 낙선이후 지난 정치를 되돌아보면서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입니다.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하면 힘있는 정치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정경유착이나 부패한 정치에 휘둘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라도 저의 생활과 정치적 활동을 제가 벌어서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 것이 생활정치라면 생활정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제가 과학기술부 장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BT(생명공학)과 나노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의 신산업과 신기술을 육성하는 일에 힘을 쏟았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하나로 의료산업의 국제화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의 우수한 손의 기술과 우수한 두뇌를 접목시켜서 의료산업을 육성하여, 선진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여 국부를 창출하는 방안을 구상했습니다. 지금 제가 진행하고 있는 “네트워크 병원”이 그러한 구상의 일환이며, 이 것이 병원을 낸 두 번째 이유입니다.
이 네트워크 병원은 안산과 북촌에 이어 현재 강남에도 개원을 준비중이고, 이후에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 등지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일은 앞으로 정치를 하면서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 치과운영을 원외에 계시는 동안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재개 후에도 계속 병행하신다는 말씀인가요.
▶ 그렇습니다. 해외에 체류중인 동안에 이메일 등을 통하여 국내에 병원을 만들어 왔듯이, 앞으로 언제든지 정치를 전면적으로 할 수 있는 조건과 물적 토대를 구축해가는 가운데 병원에서는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설립한 병원이지만 다른 의사들이 진료를 하고 있으며, 저는 진료를 안하고 있습니다.
심순애의 딜레마와 탄핵
-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작년 초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민주당이 탄핵을 주도했고, 김영환 전 장관님은 민주당 최고지도부의 일원인 중앙상임위원으로 계셨는데요. 탄핵 당시의 정황과 국민들에게 미처 알려지지 못했던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지요.
▶ 탄핵은 민주당의 분당과 맞물려있는 문제였습니다. 분당 이후 민주당은 여당도 야당도 아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각을 세우면 옆에 한나라당이 와있고, 한나라당을 공격하면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심순애의 딜레마”에 빠져있었던 것이지요. 1년 전에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비난해야 하는 이중적 딜레마와 같은 큰 질곡에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는 총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과 분당세력이 정국을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양강구도로 몰고가려했고, 양강구도에서 빠지지 않으려는 민주당의 처절한 노력이 진행된 시기였습니다. 탄핵 시점에는 이미 양강으로 정국구도가 정립되어서 민주당은 대선자금 청문회와 탄핵발의 등을 통해 열린당과 대치선을 형성하면서, 정국을 삼강구도로 끌고가려는 노력을 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탄핵의 옳고 그름이나 명분 여부를 떠나서 그 것이 우선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웠고, 노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시점이고, 또한 사상 초유의 일이다보니 법리적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과 함께 가지 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탄핵이 의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열린당이 그렇게 결사적으로 막고있는 상황에서 뚫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자민련을 포함한 여타 정치세력의 탄핵으로의 선회,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의 죽음,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의결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언론의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홍보와 선전으로 증폭된 역풍으로 인해 민주당의 몰락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당시 정치적 탄핵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당내 회의에서 여러 차례 주장했습니다. 국회의원 13명이 구속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탄핵발의에 동의하는 의원수를 합쳐서 탄핵발의선을 돌파했다고 선언하고, 국회를 점령하고 있는 열린당 의원들 때문에 의결을 못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선언한 후에 총선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밀어서 뚫을 수 있다는 다른 주장들이 있었고, 탄핵의결이후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까지 노 대통령의 발을 묶어놓고 총선을 공정하게 치를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의결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습니다. 역풍을 예상하면서도 그런 결과까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정치적 탄핵에 그치지 않고 의결까지 이르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 개혁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가장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탄핵이 없었어도 상당히 왜소한 정당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임기가 4년 반이나 남은 대통령이 분당을 시도할 때 집권당의 국회의원이 60 여명이나 저항하며 따라가지 않고 항전했으나, 그 결과는 참혹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노 대통령 중심의 신당 창당에 저항한데서 오는 필연적인 어려움 같은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분당은 워낙 명분없는 일이고, 노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이었기 때문에 항전의 교두보가 있었습니다. 그 후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개혁지도부를 선출했습니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선, 정치개혁 협상, 게리멘더링식 선거법파동, 서청원 석방결의안 동의, 이라크파병과 핵폐기물처리장 문제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 개혁하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으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지지자들의 이탈을 가져오는 결과를 빚게 되었던 것입니다.
개혁과 통합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 분당 이후에 민주당이 개혁에 실패해서 몰락했다는 말씀인가요.
▶ 국민들은 탄핵 자체가 아니라, 탄핵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손을 잡았다는 것 때문에 민주당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야당인 우리로서는 집권당과 대치선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과 손잡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었고, 그것이 우리의 딜레마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노 대통령은 우리를 공격했던 그 논리 그대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한나라당과 손잡았기 때문에 민주당을 버렸던 열린당 지지자들은 똑같은 역순으로 민주당 지지로 선회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민주당의 총선참패 이유로는 그 외에도 당내분을 들 수 있을 텐데요, 당시 민주당의 당내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의 지난 총선에서의 몰락사례는 정치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현재 집필중이며, 캠브리지 구상의 형태로 조만간 책을 펴낼 예정입니다.)
우리는 개혁하지 않는 민주당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혁과 통합을 동시에 추구해야 했으며, 개혁과 통합이 하나라는 생각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총선 이전의 민주당은 개혁도 통합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이 개혁하지 못했지만, 만일 통합을 이뤄냈다면 이렇게까지 몰락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당에 누누히 얘기했고 혼자서 싸웠던대로, 탄핵 이후에라도 당의 지도부와 의원들이 총사퇴해서 국민과 함께 가지 못한 탄핵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전당대회를 다시 치루어서 민주당원들에게 민주당을 살릴 것을 호소해야 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탄핵 이후에 그런 역풍이 왔을 때, 50년 전통의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언가 국민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제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것을 탄핵이후에도 하지 못했고, 끝까지 노력을 하다 안됐기 때문에 저는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지도부의 옥새파동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추태와 분열상을 노출하게 된 것이 민주당 몰락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봅니다.
- 민주당 몰락의 책임이 당시의 이른바 쇄신파보다는 당권파 쪽에 있다고 보시는 것인가요.
▶ 그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 분열도 막지 못한 책임이 있고, 가장 큰 책임이 저한테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개혁을 같이 가지고 갔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동일한 가치가 있습니다. 통합이 없이는 개혁이 없고, 개혁이 없이는 통합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개혁하지 않는 민주당의 조건속에서 통합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결과가 총선의 참패로 이어졌습니다.
- 당권파는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고, 쇄신파는 통합적인 기반위에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한 철학적 전술적 오류가 있었다고 보시는 것인가요.
▶ 이 것은 반드시 민주당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치세력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에게 개혁과 통합이라는 요소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통합의 리더쉽에 대해서 더욱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혁이 없는 통합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역사의 퇴행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통합이 없이는 개혁을 이뤄낼 수도 없고, 통합 자체가 개혁인 경우가 많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몰락, 노무현 정부의 실정도 바로 이 통합과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 데서 오는 것입니다. 그들은 구두선으로는 개혁을 주장했지만 어떤 개혁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시켰기 때문에 오늘날 이런 정세가 온 것입니다.
민주당의 분열과 몰락의 과정은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그대로 확대해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좌절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과 열린당은 대선과 총선 민심을 되새겨야
- 탄핵으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탄핵에 대한 특별한 소회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
▶ 탄핵은 제가 일생을 살아오면서 내린 결정과 선택 가운데서 가장 많은 아픔과 회오를 가져오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명백한 좌편향이었습니다. 그때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불철저하게 대응했고, 또 당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탄핵이후 노 대톨령과 열린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했고, 그 후 노 대통령은 덧셈의 정치로 전환하고 통합의 정치를 했어야 합니다. 1년 반이 지나 국민의 민심이 다 떠나고, 말의 신뢰를 잃게 되고, 나라의 경제와 살림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지금에 이르러서 국민통합을 외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간 국민들은 노 정권의 여러가지 행태를 봐왔기 때문에, 국민통합 연석회의 같은 것들이 국민들의 가슴에 박히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탄핵이후 노 대통령과 열린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것들을 포용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신중하고 준비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등 크게 변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것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여 오늘의 이런 참담한 현실을 가져오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 탄핵 이후에 현재까지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씀하신대로 여러 분야에서 국정운영의 실패를 거듭했으며, 급기야 대통령직 중도사퇴를 조건으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제안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본다면 그 때 탄핵이 의결된 것이 옳았던 일이 아닐까요 ?
▶ 그 것은 노 대통령이 그 이후의 정치를 노선의 수정없이 경제적 어려움과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린 데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탄핵을 의결했어야 한다는 정당성을 얘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탄핵이후에 노 대통령과 열린당을 압도적으로 성원해서 집권 23년 만에 최초로 과반수가 넘는 제1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고,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변화, 경제를 살리는 정책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제대로 안된 데서 오는 실망과 원망이 현재 절망의 단계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민주개혁세력의 위기
- 김영환 전 장관님께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때에 어떤 역할을 하셨습니까.
▶ 김근태 심재권 의원, 장기표 이창복 선생과 함께 이회창을 반대하는 세력을 하나로 묶는 후보단일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입장을 끝까지 견지했습니다. 지난 대선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노무현 대통령은 아니지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을 묶는 데 성공함으로써 승기를 맞았고, 그것이 올바른 전략이었으며 그 때문에 승리했다고 생각합니다.
-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하신다면 어떻습니까.
▶ 노 대통령은 개혁에 대한 열정을 과시하며 개혁을 구두선처럼 주장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지만, 그야말로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뤄내지 못하고 올바른 비전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또한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은 이제 노 대통령과 열린당에 대해서 일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말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국민들은 지금 어떤 말도 믿지 않으며, 그것을 회복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상태에 온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연정론과 임기단축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은 노 대통령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대로 앞으로의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전망도 가질 수 없는 정세관에 입각한 것이라고 봅니다. 역설적이게도 노 대통령은 현재의 민심과 정국에 대해서 아주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생하기 어려운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노 대통령은 아주 리얼리스틱한 분이다’ 라는 생각을 오히려 하게 됩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몰락과 좌절이 민주당의 회생이나 우리 민주개혁 세력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고 우리의 동반추락과 몰락으로 이어지는, 마치 분당 이후에 우리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던 것과 같은 딜레마가 지금 노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열우당의 몰락과 함께 우리에게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이러한 것을 기쁘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곤혹스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보궐선거를 비롯해서 지난 보궐선거가 호남을 제외한 어떤 지역에서도 민주당의 승리를 담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열린당과 민주당의 동반낙선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에 열린당의 추락이 민주당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중의 하나입니다.
- 최근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6.25는 북한에 의한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강정구 교수의 발언내용은 우리 진보 진영의 입장을 대단히 협소화시키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세력들에게 오히려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천정배 법무장관의 검찰지휘권 파동은 민주개혁세력의 입장과 입지를 대단히 위축시키고 고립시키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고, 애석한 일입니다.
국민들이 경제침체 등 여러 가지로 어렵고, 집권당과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들이 만연한 상태에서는 이 것이 진보적인 추동력을 얻어가지고 국가보안법 페지의 계기가 된다든지 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수구세력들이 발흥하고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빚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은 원칙에 입각하여 정도를 걸어야
- 노무현 대통령의 한나라당에 대한 연정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연정 제안은 지금 이대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생각, 지금 이대로는 정국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정국들 주도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봅니다. 보궐선거와 지방선거가 끝나도, 그 판단의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노 대통령과 열린당이 정국주도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이른바 식물대통령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것을 노 대통령 스스로 예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나라를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는 상당기간, 적어도 1년 내지 2년 이라는 시간동안 나라의 융성이 후퇴하는 것은 물론이고 혼미한 정국속에서 나라의 경제가 뒷걸음치는 상황이 전개되어서, 우리 국민의 사기가 저하되고 국가의 성장동력이 상당히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봅니다.
이 것은 어떤 형태로든 막아야 됩니다.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은 이런 것을 정치적인 방식으로, 한번의 승부로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어렵지만 정도를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 동안 대선에서 승리하고 탄핵에서 구출해준 국민들의 뜻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고, 그래서 그들이 하려고 했던 개혁과 국민들이 해주기를 바라는 경제회생이나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 등의 문제로 방향을 전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로 경제를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민의 아픔과 고통을 위해서 지금 해야 될 일을 하면 됩니다 노 대통령은 내일 닥칠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다음에 정권이 어디로 가느냐에 대해서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임기와 의석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서 해야 될 자그마한 일들을 착실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 결과로 정권을 잃게 된다면 야당에게 권력을 넘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잡겠다는 생각을 가질 때 연정론 같은 사고방식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반칙없이 원칙을 지키면서 정도를 가면 노 대통령과 열린당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설사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맡겨준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노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청와대회동 후에 정기국회 회기 동안에는 연정론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정기국회가 끝나도 연정론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요.
▶ 연정이 그대로 살아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국의 판을 크게 흔들고, 정치판을 새로 구성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것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버리고 지금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 그런 개혁과 경제회생을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정치의 전면에 서서 판을 크게 흔들려는 생각은 무망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노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가 대독한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통합 연석회의를 주창했습니다. 그런데 정당은 사회의 모든 문제와 갈등을 흡수해서 조정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데, 연석회는 정당과 일반 사회단체를 똑같이 하나의 구성원으로 하는 개념이어서 좀 해괴한 면이 있습니다. 또한 정치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들에서도 야당들이 반대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부가 뒤늦게나마 국민통합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인가 하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것을 해낼 수 있는 제도로서 갖고 있는 것이 의회민주주의 아닙니까. 의회에서 여야간에 상이한 이념과 정책들을 조정해내고 통합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의회의 기능을 무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회의 기능과는 또다른 형태의 연석회의를 주장한다는 것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혼란이라든지, 현재의 여야관계를 보더라도 실제로 잘 안될 것 같은 예감이 들죠.
그래서 이런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겠다고 봅니다. 앞으로 개헌문제를 포함해서 노 대통령이 임기를 던지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대연정론의 연장으로 펼쳐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가 될 수 있는데, 어떤 것들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분당과 지역주의의 심화
- 노 대통령은 연정론의 목적으로 선거제도의 개편을 들었는데요, 그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선거제도는 중대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가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지역구도의 타파라는 것이 지난한 문제이긴 하지만 완화되고 있고,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그런 문제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선거제도 한번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돌이켜봐도 역시 호남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우리 민주당이 영남 사람인 노무현을 후보로 뽑아서 대통령으로 만들어드렸습니다. 그 후 그분들이 정치를 하면서 인사의 탕평, 예산의 균형분배, 지역의 균형발전을 통해서 지역감정이 상당히 극복될 수 있는 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분당, 분열정치의 지속, 여러 가지 원칙없는 정치적 행태들 때문에 지역주의 완화가 오히려 후퇴하고 온존되는 듯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김영환 전 장관님께서는 일전에 발표하신 글을 통하여 노 대톨령의 연정론을 “신지역주의”라고 비판하셨는데요, 지역주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 과거의 지역주의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이 지역을 볼모로 하거나 지역에 집중된 지지기반을 가지고 하는 정치였는데,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은 호남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영남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분당해나갈 때 그 것은 마치 호남의 지지가 없는 것처럼 영남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으로 전국정당화를 시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지역주의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되었고 그 예견이 맞았습니다.
분당은 지역주의를 극복해서 전국정당으로 나가고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하면서 한것인데, 결국은 총선에서 압승하고 1년 반이 지난 상황에서도 지역주의 문제가 화두로 남아있습니다. 결국 분당은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하지 못한 것이지요. 호남에서는 민주당 지지 세력에서 분열이 왔고, 그런 면에서 지역주의를 그런 방식으로는 극복할 수 없고 또 다른 지역주의인 것입니다 .
분당 이후에 호남을 남겨두고 영남으로 진격하려고 하는, 영남에 지지기반을 만들려고 하는 노 대통령과 열린당의 노력이 실패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연정론이란 것이 나왔습니다. 그 것이 부산 경남의 측근들에 의해서 기획된 것이라고 보여지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지역주의가 극복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연정론을 신지역주의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신지역주의와 영남패권주의
- 지역주의라는 양비론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용어에 역사성과 가치판단을 개입시켜서 개념화한 용어가 영남패권주의일텐데요,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지난 30년 동안 영남의 집권에서 호남은 지배와 피지배 관계에 있었습니다. 또한 정치적인 기득권과 소외의 문제, 광주학살을 포함한 정치적 수탈 등이 큰 아픔으로 남아있고요. 호남의 대중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굴욕과 고통을 안겨주었지요.
그때는 명확하게 영남의 지역주의를 패권주의라고 볼 수 있고, 호남의 지역주의는 저항적 지역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남은 어쩔 수 없이 뭉칠 수 밖에 없는 조건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영남의 지역주의가 훨씬 더 반역사적이고 반인륜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배적(제국주의적) 민족주의와 저항적 민족주의가 다르듯이, 한쪽은 인간을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민족주의고, 한쪽은 정의의 편에 서있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는 영남패권주의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임기를 포함해서 10년 동안 두 번의 선거를 통해서 영남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실패했습니다. 두 번의 선거를 통해서 한번은 호남출신의 김대중 대통령과, 한번은 호남의 강력하고 농밀한 후원과 지지를 통해서 노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이 비록 영남출신이지만,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영남패권주의적인 정치세력하고는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남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본인들이 원하고 영남인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가 사실상 집권에 실패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과거와 똑 같은 개념으로 영남패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영남을 고립시키는, 합리적 보수세력까지를 적대화하고 대립시키는 식의 정계개편이나 갈등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날 강정구 교수 문제처럼, 정치인들이 보혁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거나, 지역을 의도적으로 갈라서 대립선을 설정하여 가상의 적을 만들어 타격하거나, 세대간 갈등을 조장한다든지 하는 것은 제가 말씀드린 통합의 정치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영남패권주의적인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이냐 하는 생각을 가져야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활용해서 어떻게해서든 승리해보자든지, 판을 뒤집자든지, 지지세력을 넓혀보자든지 하는 그런 식의 꼼수가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하고 나서 나라가 이렇게 불행해지는 것을 볼 수 가 있습니다.
- 영남 출신인 노 대통령이 민주당과 호남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선이후 노 대통령은 민주당을 깨고 나가서 자기 당을 만들었고, 이후에는 한나라당과 사실상 합당을 의미하는 연정을 시도했습니다. 이 것은 노 대통령이 영남세력에 기반하는 자신의 정치세력을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고, 새로운 영남패권주의적 기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영남패권주의라는 규정은 극단주의적인 면이 있어서 저는 신지역주의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번의 연정론은 노 대통령과 분당세력들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얼마나 일관성을 상실했으며 얼마나 시기와 장소에 따라서 자기들의 논리를 쉽게 바꾸는 가를 보여주는 아주 극단적이고 명징한 사례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가식에 찬 주장을 해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손잡았다고 해서 의회쿠데타고 반역사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이 없음을 선언하고 그들과 손을 잡겠다는 주장을 하는데도 완벽하게 침묵했습니다. 그 분열세력들이, 민주당을 분당할 때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을 요구햇던 사람들이 한나라당과 손잡는데 아무런 저항도 아무런 소신있는 발언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것은 그들의 생각들이 얼마나 가식에 찬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그 선언으로써 이미 분당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고, 이 정권이 얼마나 개혁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혁과 수구
- 노 대통령이 집권이전에 정치인이나 대선후보로서 했던 언술과 집권이후에 권력자로서 실시하는 정책과 보여주는 행태들이 판이하게 달라졌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판단한다면 노 대통령은 진보개혁 세력입니까, 수구보수 세력입니까.
▶ 그 분은 진보적인 열정과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나 노 대통령의 사례는 철학적인 기반, 비전의 준비가 없을 때 얼마나 동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저는 지난 수십년동안 걸어온 길과 살아온 삶이 그 사람의 철학이나 비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의 삶의 지향과 목표가, 소위 그 분당세력들의 유신과 군부독재 시절 그리고 야당생활의 전과정을 통해 나타났던 삶의 지향과 목표가 오늘날의 이런 동요를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좀 전에 말한대로 열정은 있으나, 그 것이 내면화되는 데 대단히 미흡한 삶의 족적과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 노 대통령이 집권이후 변화할 수 밖에 없었던 내적 필연성을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진보 보수 개혁 수구)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노 대통령을 어떤 한가지 성향에 맞추어 단정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들은 결단코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개혁을 지향하는 세력들이 망라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노 대통령은 개혁의 의지는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고 동요했습니다. 철학적 기반의 빈곤함 때문에 나타난 문제였던 것입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 개혁적이냐 수구적이냐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 이렇게 단정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못합니다. 어떤 사람도 개혁적인 면과 수구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똑 같은 사람이 어떤 때는 개혁적이고, 어떤 때는 수구적일 수 있습니다.
사람을 개혁적인 사람과 수구적인 사람으로 나눠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면 결국 분열의 정치를 하게 됩니다. 예컨대 국민 대다수가 민주당에 남아있는 사람은 수구적 보수적이고, 열린당으로 간 사람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년 반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다시 생각해볼 때, 과연 그랬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볼 때도 한때는 친일했던 사람이 일제 말기에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있고, 처음에 독립운동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친일에 가담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긴장을 놓치지 않으면 오늘 수구적인 사람이 내일은 개혁적이 될 수 있고, 삶의 긴장을 놓치면 오늘 개혁적인 사람이 내일은 수구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찬가지로 지난 시절의 정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잘못이 있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그 시절을 반추해보고 고민하고, 지난 총선 이전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앞으로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 중요하고 의미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앞으로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봤을 때, 어떤 방향으로 갈까요.
▶ 저는 최근에 노 대통령이 정치지향적인, 또 정쟁의 선두에 서서 일하시는 것을 보면서, 소위 승부사적인 그런 데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불안한 예감을 갖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이 그래서는 안되고, 남아있는 긴 집권기간동안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안보, 평화구축, 경제살리기, 나라의 근간이 되는 교육과 불평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노 대통령 본인이 해야 됩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될 일을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심판하도록 두면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 본인이 정치의 전면에 서서 정계를 개편하고, 자기 임기까지를 버려가면서 그렇게 하는 태도는 올바르지 못한 태도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정당에 맡겨두고 다음세대의 정치인들에게 맡겨두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을 믿으면 됩니다. 우리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정치를 개혁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 됩니다.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 것을 가지고 심판받으면 됩니다.
이번에는 노 대통령이 이룬 업적과 내용을 가지고 열린당이 심판받아야 됩니다. 그런 심판을 모면하기 위해 또 다른 정당을 만든다거나, 또 다른 정계개편을 한다거나, 또 다른 연정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꼼수나 올바르지 못한 반칙을 하다가는 아주 불행한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말씀해오신 대로 반칙이 없고, 원칙에 입각한 길을 가셔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바보 노무현’이 가야 될 길입니다.
민주개혁세력을 위한 통합의 정치
- 노 대통령이 앞으로 가야 할 당위적인 방향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 대북송금특검 수용 같은 것에서 보듯이 보수적인 정책기조를 지금까지 이어왔고, 부안사태 같은 군사정권에서나 있음직한 수구적인 행태를 보였는데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런 식의 모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바뀔 것이라고 보십니까.
▶ 지금 현재로서는 무망하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그 주변 정치세력들과 주변 사람들이 과연 올바른 방향을 돌아올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 너무나 실망을 많이 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북특검, 이라크파병, 한미관계를 풀어가는 부분 등에서도 실망시키는 부분이 있었지만, 또한 그렇다고 그 분이 전부 다 올바르지 않고 수구적인 방향으로 갔던 것은 아닙니다. 노 대통령은 부단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또 적응력이 뛰어난 분이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임기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은 선거에 진다고 해서 절망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임기가 남아있으므로 국민의 마음을 처음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원칙으로 돌아가서 일단 올바른 정치를 하고, 올바른 정책을 펴나가게 되면 틀림없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번에 선거로, 무슨 제도로, 어떤 계기로 한판에 뒤집을려고 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 임기가 점점 더 단축되고 본인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내부적인 분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노 대통령만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한나라당 등 앞으로 어떤 정치세력이 나오더라도 사회를 발전시키고 개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은 지금 당신께서 현재의 조건 하에서 할 수 있는 개혁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든 일이 두고 보면 알겠지만, 또 이미 나타나고 있는 대로 민주당의 분당입니다. 민주당의 분당은 그를 도왔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가운데서 더 적극적으로 도왔던 사람들과 좀 소극적으로 도왔던 사람을 분리시킨 분열이었습니다.
그것은 가장 극단적인 분열이었습니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을 분열시켜서 역적과 충신으로 나누는 정치를 해놓고, 어떻게 국민통합을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연정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자가당착입니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은 사실은, 사실은 민주당의 분당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제가 지금 탄핵에 대해 여러 가지 회오를 가지고 되돌아보고 반추해 보는 것처럼, 노 대통령도 민주당의 분당에 대해서 다시 그 단초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통합의 정치를 열어야 합니다.
치과의사 정치인 시인
- 부드러운 이야기로 화제를 바꿔 보겠습니다.
김영환 전 장관님께서는 초선의원 시절에 당의 정세분석위원장을 맡기도 하시고, 또한 정식 절차를 거쳐 등단해서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 등 지금까지 7권의 시집을 펴낸 현역 시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인문사회과학적 자질과 문학적 소양이 풍부하신 분인데요, 어떻게 치과대학에 진학하셨습니까.
▶ 제가 문학적 소양이라기 보다는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투옥되어서 감옥에 있을 때부터 입니다. 시에 대한 관심을 후천적으로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자질이 그렇게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를 좋아하고, 노력해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치과의사가 되려고 생각한 것은 집안이 너무 빈한하고, 부모님이 병석에 계셔서 장남으로서 집안을 일으켜야 될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치과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것이 어려운 시절마다 저를 도와주는 아주 유효한 수단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 유신시대인 1973년도에 입학해서 대학을 다니셨는데요, 의대생들은 보통 데모를 안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김영환 전 장관님께서는 당시 유신시절에 전국 의대생 중에서 최초로 구속되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의대생이면서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 정확하게는 서울의대에서 간첩단 사건으로 투옥된 사람이 있었고, 연세대학교에서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의대 선배가 있었는데, 치과대학생 중에서는 제가 처음이었죠. 당시에 본격적인 운동권이라고 할까요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은 제가 최초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에 들어와 야학도 하고 사회문제에 눈뜨게 되면서, 제가 의사이기 때문에 더욱더 사회정의나 인간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열심히 싸워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프란츠 파농 (카리브해 프랑스령(領) 마르티니크 태생의 정신과의사, 저술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독립운동가 - 필자 주) 에게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뒤이어 의사 출신의 사회개혁가였던 손문(중국), 체 게바라(남미) 등을 알게 되면서 그들로부터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 지금까지 정치활동을 해오시면서 가장 보람있던 때와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는 다면 각각 언제입니까.
▶ 가장 힘들었을 때는 지난 번에 낙선했을 때였고, 무엇보다도 탄핵의 과정 속에서 국민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매우 큰 고통이었습니다. 기쁜 일은 역시 야당으로 시작해서 지난 1997년에 여당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미력이나마 일조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생애의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완성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환 전 장관님께서는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첫 도전에서 바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연속 재선하셨습니다. 그러다 지난 번에 처음으로 낙선하셨는데요, 낙선 당시의 심경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탄핵 이후에 저는 낙선한다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온갖 추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에 나가야 되느냐를 고민했고, 그러나 총선에 나가 완주하면서 끝까지 자세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낙선보다는 낙선과 민주당의 몰락이 함께 온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것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한 점, 거기에 또 일조를 하게 된 것에 대해서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죠. 주로 해외를 여행하면서 고뇌를 가지고 그랬습니다.
그런 면에서 유신시대에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 큰 고통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번민이 많았고 아내하고도 그런 애기를 많이 했죠. 그 동안 올곧게 살아왔는데 혹시 이 것이 역사적으로 과연 얼마나 큰 과오고 잘못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생각의 일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말이 나온 김에 부인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 제 처는 학생운동하다가 감옥에 갔었고, 저와 같이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입니다. 노동자로 생활하면서 같이 노동운동할 때 만나서 결혼했죠. 인생의 좋은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보존을 넘어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때
- 민주당의 현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민주당은 그 동안 당이 보존되고, 제3당으로 도약하고, 호남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지지자들이 돌아오는 등 변화가 있었고, 그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 동안 한화갑 대표를 포함한 당을 이끌어온 분들의 노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이 4~5%에 고착되어 있고, 동시에 수도권에서 어떠한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온당하게 회생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수도권이 없는 민주당은 있을 수 없고, 수도권에서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며, 변화하지 않는 민주당은 존립의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민주당의 지지율을 높이고,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또 향후의 정계개편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안으로는 역시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된다고 봅니다. 전당대회를 개최해서 당을 보존하는데 필요했던 단일성 지도체제를, 이제 앞으로는 당의 역량을 총결집하기 위한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서 당원을 결집하고,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당이 나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고, 정계개편에 대한 구상과 향후 대선에 대한 전망을 논의하는 백가쟁명식의 토론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 현재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혹은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습니까.
▶ 지금까지 제가 수도권의 위원장들, 전직 의원들, 현직의원 등 많은 사람을 만났으며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또 하나의 분란이나 통합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갈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향후에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것이 얼마나 큰 반향으로 어떻게 가시화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습니다만, 저는 민주당이 현재의 통합이 깨져나가면서 파열음을 내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누구를 반대하거나 누구를 몰아내기 위한 전당대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민주당이 변화 쇄신하지 않으면 존립의 이유가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전당대회 개최가 부득이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단계 - 反한나라당 非열린당 세력의 결집,
2단계 - 분화되는 열린당 세력과 이탈하는 한나라당 세력을 흡수
- 그런 움직임이 표면화될 구체적인 시기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아무래도 보선이 끝나고 나면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어서 연말연초에는 가닥이 잡히게 되겠죠. 지금은 민주당이 변화하여 국민들로부터 10퍼센트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도약해서, 민주당이 향후 정계개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의 정권재창출이나 정국운영에 있어서 민주당만으로는 안되고, 민주당이 빠진 정계개편은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민주당은 확고부동하게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열린당이 아닌 대중들을 묶어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 정계개편의 중심에 민주당이 서야 합니다.
앞으로 민주당이 두 단계의 정계개편을 통해서 국민통합의 정세를 이룩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반한나라당 비열린당 세력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야 되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분화되는 열린당과 이탈하는 한나라당 세력까지 통합하는 큰 정계개편을 이루어내야 됩니다. 그것이 차기 대선에 이르기까지의 두 단계의 정계개편이고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그 추동력과 알갱이가 결국은 민주당의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년 총선직후에 한화갑 의원은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가 당헌당규를 고쳐서 당대표가 되었고, 이후 중앙위원과 대의원을 전원 교체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연초의 전당대회에서 그 대의원들에 의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대표에 선출되었는데요. 새로 전당대회를 연다고 해서 과연 한화갑 대표의 입장과 거리가 있는, 예컨대 현재의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 대의원들의 구성이 국민과 당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왜곡된 면이 있다면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등의 과정을 통하여 바로잡아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제가 현재 민주당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견해는 온당한 생각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것이 바로 개혁과 통합이 함께 갈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견해의 취지와 내용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백퍼센트 동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당의 분란이나 내홍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누구를 반대하거나 내쫓는 전당대회나 그런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것입니다.
향후의 정계개편과 민주개혁세력의 대응
- 재보선 이후 정국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보십니까.
▶ 지난 탄핵이후 민심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4.30 재보선, 이번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는 일련의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부분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겠으나, 큰 변화없이 가게 될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정국은 강세인 한나라당의 후보가 하나 있고, 그 후보와 싸울 수 있는 세력이 어디인가를 결정하는 그런 샅바싸움에 돌입했다고 봅니다. 열린당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그 후보를 가지고 대적할 수 있느냐, 아니면 그 것은 어렵기 때문에 반한나라당 비열린당 세력을 묶고 그 세력에다가 열린당의 일부세력이 흡수되는 그런 정계개편으로 대응해야 되느냐, 이 두가지로 압축된다고 봅니다.
열린당을 중심으로 해서 나머지 세력을 결합시킬 것이냐, 나머지 세력을 중심으로 해서 열린당을 흡수할 것이냐, 또 한나라당의 일부까지 포함할 것이냐… 이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제 입장에서 볼 때는 열린당을 가지고는 어떠한 선거도 치를 수 없고, 어떠한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는 단계에 와있습니다. 민심이 그렇고, 그 것은 노 대통령과 열린당이 자초한 일입니다.
민주개혁세력이 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열린당 밖에 진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노 대통령과 열린당을 심판하자’ 라는 것으로 선거가 끝나버리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인기를 회복하거나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기 전에는 현재 상황에서 선거 결과가 난망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열린당의 외투와 이미지를 가지고는 선거를 치를 수가 없고, 해보나 마나 하는 결과가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 열우당 밖에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면, 그 중심은 어떤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념적으로는 민주당의 노선, 중도개혁 노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지향 노선 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도개혁, 즉 합리적 개혁세력과 합리적 보수세력을 결합하는 형태로 가야된다고 봅니다.
-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랫동안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1순위로 꼽히고 있는데요. 고건 전 대행과 정계개편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고건 전 대행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대체로 짐작은 합니다만, 그 분의 이념과 정책 등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아는 것이 적습니다. 고건을 지지하는 대중들과 거기 가있는 세력들은 다는 아니지만 비한나라당과 비열린당의 세력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반한나라당 비열우당의 정치세력들을 모으는데 있어서는 중요한 상수 내지는 변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고건 전 대행이 대선후보가 되었을 경우의 당선 가능성과, 그 분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대선까지는 너무나 많은 지난한 과정과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많은 변수가 남아있고, 또 그 분 스스로 명백하게 정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분이 청렴하다는 것과,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노 대통령과 열린당의 혼선, 국정난맥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고건을 지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했던 대중들이 다시 역사의 중심에 서야
- 조금 이른 감이 있습니다만, 내년 지방선거와 내후년 대선에 대한 전망을 말씀하신다면 어떻습니까.
▶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짐작하고 있듯이 집권당의 쇠락이나 몰락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그 반사적인 이익을 왜소화된 민주당이 가져오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한나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그런 형편에서는 대선도 자칫하면 선거를 하나마나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은 틀림없이 다른 대안을 만들어서 경쟁시키게 될 것이고, 그 중심은 역시 민주당을 포함한 정계개편 세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무현 정권의 배신과 혼란으로 인해 민주개혁세력이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민주개혁세력의 진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직간접으로 민주화운동 세력들, 일단의 개혁 세력들이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것은 지난 대선과정을 통해서도 그렇고 탄핵국면에서도 그랬지요. 그렇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몰락이 민주개혁세력의 몰락으로 연결되는, 굉장히 큰 위기에 봉착해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선거가 진행될 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소위 민주화운동 세력 전체를 매도하는 선거캠페인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나라의 융성과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국정의 난맥과 혼선을 가져왔다고 몰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1997년 대선이후의 금융외환위기 극복, 남북화해노선 정착, 정보화 성공, 문화강국과 한류열풍 등 많은 변화가 노 대통령의 실패로 인해 묻히고, 민주개혁세력의 왜소화 또는 그들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오게 되면 상당기간 동안 나라와 나라의 정치가 개혁에서 후퇴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실패와 좌절이 결코 민주당이나 민주당에 남아있는 저 같은 사람들의 성공이나 승리로 연결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고, 또한 민주개혁세력은 노 대통령 이후를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배신 분당 대치 등을 뛰어넘어서 미래를 향한 큰 생각과 구상을 다듬어야 될 때가 아닌가 라고 봅니다. 특히 분당세력들은 민주당의 분당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또 우리는 그런 원망과 감정적 앙금 때문에 탄핵을 의결했던 것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대중들이 다시 역사의 주체로 서서 또다시 사회변혁의 큰 기둥이 되기를 바라고, 비록 우리가 왜소하고 부족하지만 정국에서 새로운 역할과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위하여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 오늘날 이렇게 정치가 혼미하고 국민들이 내일의 정치에 대해서 희망을 갖지 못하는 데는 지난 총선에서의 민주당의 몰락과, 새로운 정치세력을 세워내지 못한 전체 정치권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민주개혁세력이 자세를 가다듬고 새롭게 전진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저도 그런 면에서 본격적으로 정치를 재개하고, 힘을 모으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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