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뺏긴 신부님의 '자성'없는 하소연

[取중眞담] 오웅진 신부는 왜 목포상고를 비난했나

검토 완료

김영균(gevara)등록 2005.10.25 16:45

지난 20일 충주지원 1심 판결 직후 재판장을 나선 오 신부는 "목포상고가 그렇게 위대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우들 앞에서 성경구절을 읽고 있는 오 신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목포상고가 그렇게 위대합니까?"

지난 10월 20일 오전 11시. 재판을 받고 충주지원 형사1호 법정을 나서던 오웅진(59) 신부는 가슴에 성경을 품은 채 이렇게 일갈했다. 오 신부를 격려하기 위해 나온 천주교 교우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업무상 횡령과 사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보조금의예산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오 신부가 정치적 박해를 받는 '순교자'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오 신부는 또 말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

오 신부는 왜 특정 고등학교를 지목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을까. '목포상고가 그렇게 위대하냐'는 오 신부의 한마디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검찰이 자신에게 걸어놓은 모든 혐의가 바로 반대파들에 의한 '정치적 탄압'이라는 뜻이다. 이 말에는 또 '화려했던 지난날'에 대한 아쉬운 향수가 짙게 배어있다.

태극광산=김태순=목포상고=DJ?

태극광산이 권력을 등에 업었나. 오 신부와 꽃동네의 주장은 법원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 임경환

지난 2003년 8월 1일 불구속 기소돼 2년여만인 올해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까지, 오 신부와 꽃동네측은 줄곧 검찰 수사가 "태극광산에 의한 모함"이라고 주장해왔다.

꽃동네와 인근 태극광산은 금광채굴 문제로 수 년째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오 신부는 태극광산이 '권력의 배후'를 움직여 꽃동네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신부와 꽃동네가 의혹을 제기한 고리는 지난 2003년 6월 작고한 태극광산 고 김태순 회장 때문. 오 신부측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목포상고 출신으로 역시 목포상고 출신의 김대중 대통령 등장 이후 권력의 비호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즉 '태극광산=목포상고=권력'은 '김태순=목포상고=DJ'를 뜻한다는 주장이다.

오 신부가 "목포상고가 그렇게 위대하냐"고 성토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 신부뿐만 아니라 꽃동네와 오 신부 지지자들 역시 회보나 인터넷망을 이용해 틈날 때마다 "권력이 비호하는 태극광산이 꽃동네를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 신부와 꽃동네의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꽃동네는 지난 2002년 7월호 회지에 실린 '태극광산 금광개발의 정체가 권력형 비리의혹'이란 글을 통해 "임종○씨(김대중 대통령과 목포상고 22회 동기동창)와 동생인 임종○씨(권노갑씨와 목포상고 27회 동기동창)가 앞장서 태극광산 김태순 회장(목포상고 31회)과 함께 금광개발을 강행해 왔다"고 비방했다.

또 '태극광산 둘째아들 김○○ 기자도 금광개발에 혈안'을 통해서는 "김태순 회장의 아들이 공영방송 기자 신분으로 <오마이뉴스>와 <일요신문>을 시켜 꽃동네를 음해했다"고 악의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막연한 악의적인 추측을 확정적인 사실인 것처럼 적시한 것"이라며 "비방의 목적이 있고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권력이 누구를 비호했나

꽃동네의 주장과는 오히려 반대로 '권력과 친밀한 관계'에 있었던 쪽은 태극광산이 아니라 오 신부였다. 지난 98년 꽃동네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국정감사를 주도한 전직 국회의원 K씨의 말을 빌어보자.

"지난 96년 예산심의 당시 꽃동네가 거창꽃동네 착공을 위해 약 37억원의 돈을 지원해 달라는 예산안을 올렸다. 그러나 꽃동네 시설이 너무 커지는 것은 현대 사회복지개념에 맞지 않기 때문에 보건복지위 예결산소위에서 그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그런데 해당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국회 예결산특별위에 가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때 오 신부의 로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꽃동네 관련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3선, 4선 의원들이 수도 없이 전화해 그만두라고 압력을 가했다.(<오마이뉴스> 2003년 2월 7일자)"


K씨의 보좌관도 "(꽃동네 국감 준비하면서) 수 없이 많은 외압을 받았다"며 "원내 중진의원들이 '그만두라'는 압력 전화를 계속 걸어왔고 심지어 국감 전날까지도 압력을 받아 결국 국감 자체가 유야무야 끝나버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2월 꽃동네 정상화를 촉구하는 국회가톨릭 신도의원회 서명장. 현직 국회의원들의 서명에 검찰은 "부당한 외압"이라며 반발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의회 권력의 비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03년 2월에는 현직 의원들이 서명을 통해 검찰에 외압을 행사했다.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 등 여야 의원 22여명으로 구성된 '국회가톨릭 신도의원회'는 꽃동네 정상화를 촉구하는 호소문에 서명해 검찰에 보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현직 의원들이 부당한 압력을 가한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건에 현직 국회의원들이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공정한 수사에 어떠한 형태로든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보다 더 앞선 지난 2001년에는 국회의원 74명이 앞장서서 "태극광산 광업권을 취소해달라"고 입법청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천용택, 김홍일 의원 등 국민의 정부 실세뿐 아니라 박관용, 강삼재, 최병렬 등 야당 핵심 의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꽃동네 오 신부와 가까운 권력은 의회만이 아니었다. 5· 6공을 거치는 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오 신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정치적 배경이 됐다. 전두환 정권의 비호 아래 급성장한 꽃동네는 노태우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YS, DJ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95년 '비자금 사건'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모든 이를 제쳐두고 오 신부와 독대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또 YS나 DJ, JP 등은 지난 90년대부터 '꽃동네 자문위원'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 내외도 꽃동네를 방문해 사진을 찍은 바 있다.

"재판 받고 나오는 오 신부,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오 신부가 '목포상고' 운운하며 태극광산의 '권력 배후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는 행동이다. 천주교 내부에서는 이를 놓고 '잃어버린 권력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수구·보수적인 영남권 권력과 함께 길을 걸어온 오 신부가 이른바 '전라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설 곳을 잃게 되자 되지도 않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천주교내 한 신부의 평가다. 그는 "오웅진 신부가 재판을 받고 나오면서도 목포상고가 위대하냐고 말하는 것을 보라,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20일 법원은 1심 판결을 통해 오 신부의 일부 혐의는 무죄, 그리고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법리 해석을 떠나 '도덕적 순결함'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사제가 세간의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크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법정을 나서는 오 신부의 태도는 당당했고, 반성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성경을 품에 안은 오 신부는 마중 나온 교우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목포상고가 그렇게 위대합니까?"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