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속초에선 해가 뜨고 있겠지

-속초 영금정에서 보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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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backnine)등록 2005.10.31 16:50

ⓒ 김동원

어둠은 우리의 잠이다. 낮엔 일렁이며 헤엄치던 바로 그 바다가 그래서 밤이 되면 이리저리 몸을 뒤척인다. 바다도 밤이 되면 잠을 청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은 그 잠을 깨우는 먼바다의 기지개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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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한번 기지개를 켤 일이다. 우리가 팔을 뻗을 때 동해의 어디에선가는 그에 맞추어 태양이 기지개를 켜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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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배들이 도저히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내 눈에 그 배들은 분명 아침을 마중나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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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로 해가 뜨면서 아침이 시작되고, 해는 구름 사이로 우리의 아침을 엿보고 있었다. 그 순간 아침과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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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구름 사이에서 내 눈높이에 걸려있을 때는 세상 사람들의 아침이었는데 해가 높이를 얻자 세상의 빛이 되어 갔다. 그러니까 해에게서 우리는 눈높이를 맞추면 아침이 되고, 높이를 얻으면 빛이 된다는 사실을 매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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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빛이 어느 정도 완연해지면 그때 바다의 느낌은 평화롭다. 그때의 평화는 마치 산고의 고통 뒤에 오는 평화 같다는 느낌이다. 매일 바다는 그렇게 아침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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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철새들의 날개짓이 아득하게 보였다. 혹 밤새 날아 이곳을 지나치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아침과 함께 할 때마다 새들의 날개짓도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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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는 바다에 빛의 수로를 놓는다. 그 빛의 수로에선 빛이 흐른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아침은 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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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곧 아침은 해의 것에서 바다의 것이 된다. 아침은 해에게서 바다로 내려와 푸르게 일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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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푸른 바다의 아침은 다시 갈매기의 것이 된다. 아침에 호흡하는 갈매기의 바다는 남다를 것이다. 그리고 속초에 가면 그 모든 아침이 우리의 것이 된다. 속초에 가고 싶은 것은 아마도 그곳에선 그 모든 아침을 모두 다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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