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번개를 마치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혼란이 정체되는 것보다 훨씬 다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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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happyhan)등록 2005.11.08 10:36
입동입니다. 가을인 듯싶더니 어느새 겨울이 되어버렸습니다. 겨울은 한 해의 마감을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해돋이 이후 해거름이 다가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좋았던 일들은 더욱 감사하고 나쁜 기억은 가을의 낙엽과 함께 털어내시는 한 해의 좋은 마무리되시길 빕니다.

그제 저녁 여섯 시 토요일 지역 사무소에서 당원 번개를 가졌습니다. 이제 번개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저 역시 생활정치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이름보다 아이디가 익숙한 여러 당원들의 따뜻한 손을 잡으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참여정치는 참으로 정치인을 편하게 해줍니다. 당원 동지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번개의 개최 목적은 우리당이 안고 있는 현안 문제와 우리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당원과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갖고자 함입니다. 그리고 미처 참여하지 못하는 당원들을 배려해 온라인 중계도 했습니다. 제 생각이 아니라 당원들 스스로 의견을 내고 시행한 것입니다. 역시 우리당 당원들은 정치인 보다 훨씬 빠르게 정치 문화를 선도합니다.

때로는 치열하게 날 선 의견들이 서로의 낯을 붉게도 만들었지만 저는 이 작은 당원토론회에서 우리당의 희망을 봅니다. 아무리 우리당이 어렵고 힘들다하지만 평당원들이 당의 발전을 위해서 이렇듯 자발적으로 모이고 각자의 의견을 공유한다는 자체에 저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힘을 얻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애당심을 가진 당원이 함께하는 우리당은 분명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끝내는 승리할 것입니다. 역대 어느 정당도 갖지 못한 생동력이 우리당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당을 보고 혼란스럽다고 말하지만 저는 차라리 새로운 시도에 대한 혼란이 정체되고 죽어있는 것보다는 훨씬 다행스럽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그동안 부진했던 당의 개혁성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와 우리당의 정체성을 또렷이 하자는 일성이 울립니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옳으냐 그르냐를 두고 다소 격앙된 분위기까지 연출됩니다. 기간당원제가 우리당에 얼마 만큼 도움을 주며 혹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서도 각자의 의견이 개진됩니다. 당원들이 제게 현 기간당원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우리당의 기간당원제는 꼭 지켜야할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당의 창당 정신과 목적성이 기간당원제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발전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기간당원제는 어느 특정집단이나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기간당원제는 정당발전사에 선진정당 형태의 모델입니다. 기간당원제는 우리당이 창당되기 이전부터 민주당에서도 거론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당은 기간당원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기간당원제는 우리당 모두가 지켜내야 하며 다듬고 발전시켜야할 우리의 과제이자 흔들려서는 안 되는 우리당의 뿌리입니다.

요즘 언론에서는 당내의 기간당원제의 찬반을 두고 우리당의 분란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연석회의에서의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만 기간당원의 근간을 흔들자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또한 기간당원제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당 선거를 앞두고 늘어나는 종이당원 문제, 지방에서의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외연의 확대의 어려움 등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찾아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원의 생각입니다. 기간당원은 우리당을 지탱하는 새로운 참여정치의 시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간당원이 당원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됩니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 당원을 포용하고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많은 당원들께서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나 당에서 경제적 지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피부로 불황의 아픔을 겪고 있는 서민, 중산층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 역시 요즘 구조화 되어가고 있는 양극화 해결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토론회 시간이 한 시간이나 훌쩍 넘겨 저녁 10시가 다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몇 몇 동지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토론회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열린 토론의 장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저 역시 당원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습니다. 당원들의 생생한 소리를 들으며 당원의 생각이 곧 국민의 생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더 자주 당원들과 소통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우리의 생각이 하나가 될 때 하나 된 대한민국을 선도해 낼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나가 되는 과정에 설혹 생각이 다르다하여 싸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지향점은 같아야 할 것입니다. 개혁은 투쟁이 아니라 설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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