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에 얽힌 추억

노래하기 전에 의례 날 계란을 몇 개씩 사가지고 와서는 젓가락으로 앞뒤 구멍을 내서 쪽쪽 잘도 빨아먹었건만 나는 그러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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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종호(haewoong)등록 2005.11.14 15:36

어느 시골 중국집에서 만난 짜장면 위의 계란 후라이 ⓒ 염종호



계란하니 떠오르는 생각이 한참이다.
70년대 초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이었던가. 도시락을 열어보니 밥 한쪽 반찬그릇에 쏘시지 반찬이 계란에 살짝 덮여서는 나온 적이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쏘시지에 잘 덮인 옅 노란색의 계란이라니.

그럴 때면 얼른 도시락 뚜껑을 덮고는 조심조심 빼먹다가 결국 낯선 행동에 들켜서는 몇 알이나 집어먹은 것이 고작이었던, 그날은 영락없이 내 생일이었거나 아니면 집에 무슨 여유 돈이 생겨서 였다. 그런 날이면 내 도시락에도 어김없이 계란 꽃이 피곤 했다.

간혹 일요일이면 부모님께서 모처럼 곤히 자는 나를 깨워서는 산에 가자며 동대문에서부터 남산 팔각정 꼭대기까지 데려가곤 했다.

그럴 때면 팔각정 거의 다다라 순환도로가 나올 무렵에 있는 조그마한 찻집에 들러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계란 백숙을, 내게는 계란 범벅을 시켜주시곤 했다. 그때는 계란 백숙이 왜 그리도 멀건히 느끼하게만 보였던지.

아마 그것이 빌미가 되어서 였는지 커서도 여간해서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다.
교내 합창대회가 있어 연습이 한창일 때면 노래하기 전에 의례 날 계란을 몇 개씩 사가지고 와서는 젓가락으로 앞뒤 구멍을 내서 쪽쪽 잘도 빨아먹었건만 나는 그러지를 못했다.
그럼 친구들은 그게 그리도 신기했던지 얄궂게도 그 일을 시키곤 했다.
그에 마지못해 시도해 본다고 하다가 결국 목 젓을 넘기지 못하고 토악질을 해야 했던 쓰라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

지금이야 그런 것들이 나잇살이 쌓이면서 많이 개선되었지만 지금도 날 계란 먹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

그런데 그런 계란의 추억들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라남도 보성군의 어느 왜진 면사무소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장날을 둘러보다가, 그만 허기져 무심코 들어간 중국 집에서 시킨 간짜장에 생뚱맞게 얹어 나온, 저 무심한 계란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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