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좌향좌' 한국을 향한 조용한 외침

[서평] 한국의 좌경화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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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진(windbreak6)등록 2005.11.16 14:17
"'증오'는 선술집 깊숙한 곳에 도사린 주정뱅이,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난다. 자르면 자를수록 자라나는 히드라의 머리처럼."-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서 '증오심의 상자' 중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증오'의 속성을 '끝없는 재생산'으로 규정했다.

제거하면 제거할수록 걷잡을 수 없이 거듭나는 그 왕성한 생명력을 '증오심'의 존재목적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 관점에서 한국 좌경사상의 뿌리를 캐낸 작품이 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좌경사상의 고질적인 병폐의 모태를 '증오'에서 파악한 작품, <디스토피아>는 한 자유주의 지성인의 고뇌에 찬 술회와도 같은 작품이다. 이 책은 저자와 대학교수들간의 대화를 통해 한국에 뿌리내린 좌경화의 전파과정과 무분별한 수용의 부당성을 고발한다.

이 작품이 표방하는 명제는 간단하다. '한국은 분명 치우쳐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명제의 성립 조건과 근거를 현재의 한국 사회를 뒤덮는 '검은 구름' 좌경사상의 실체에서 찾는다. 책은, 그 '먹구름'의 정체를 파헤치고 그것이 지닌 방향성의 오류를 진단하기 위해 대화체의 형식을 빌어 논리를 전개하며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한국의 대학 캠퍼스 분위기가 '반미사상(反美思想)'으로 굳어진 이유에 대해 저자는 지식인들의 무지함을 지적했다.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무지함. 한국 좌경 지식인들은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진실하고도 다양한 정보를 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자료를 선택해서 접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사대주의 지식인 편')

한국의 분위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판단한 저자(대화에 등장하는 여러 학자들)의 강력한 피력은 다양한 근거로 뒷받침된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한국의 좌파 지식인들의 몰이해를 카를 융이 제시한 '아키타이프에 관한 이론(다른 사람들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감정을 섀도(Shadow)로 명명함)'과 접목시킨 대목에서 지식인들의 어두운 단면을 읽는다. 즉, 가진 자와 기득권 층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좌(左)'로 치우친 지식인의 맹목적인 증오심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분단 고착세력으로 지적한 일본 좌경 지식인들의 지적(知的)폭력은 과거 한국을 지배했던 자신들의 군사제국주의의 정당성을 증명하려는 악의적인 왜곡으로 그 힘을 발휘했다고 본다. 일본은 남북한이 지금의 분단상태를 유지해야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이익도 유지될 수 있다는 불합리한 논리를 펼치며 한국 좌경화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좌경 세력들의 불합리한 의식을 재단하며 그 실체의 모순을 꼬집는 저자의 예리한 시선은 정신 분석학에서 말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자기도취증의 독선을 향한다. 다시 말해, 어긋난 우월감을 갖고 있는 일부 식자층의 편견은 '타자'에 대한 과도한 시기심으로 점철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디스토피아로의 전락이 아니다. 그는 다만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몰아가는 잘못된 사상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받을 정신적 충격과 그 피폐성을 예방하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한 것이다. 사상적 전염은 그 어떤 오염보다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성(自省)섞인 어조로 이어가는 이 작품 속 대화는 일부 계층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은 물론 학자들과 작가들을 포함, 나아가 전 국민을 계도하기 위한 무게중심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사회는 확실히 그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지닌 무게는 물리력으로만(여러 사람들의 책의 공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고 이해하는 것이 '디스토피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함을 저자는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편향된 이념을 바라보는 한 지성인의 시선은 어쩐지 고달프게 보인다. 난마와 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사회의 어지러움을 풀어내려는 그의 외침은 그래서 더 값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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